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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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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도 없었던 시골마을의 어린시절.....


BY jseongs 2001-02-25

비가 추적추적 끊임없이 내린다.
봄비도 아닌 겨울비 또한 아닌.....
봄을 재촉하는 겨울의 마지막 비인가.
어쩐지 쓸쓸해지는 마음을 가늘길이 없다.
늦은 점심을 먹을려다 라면을 먹고 때우기로 했다.
그러자 아련히 떠오르는 어느 시골마을의 옛추억이 그리움처럼
밀려온다.
참 많이도 가난했던 내 어린시절.
하얀 쌀밥을 구경하기란 참으로 힘들었고 그나마 어린 막내동생과
할머니의 밥그릇은 제법 하얀 쌀밥이었다.
그때의 라면 또한 얼마나 귀했던지....
집에서 지은 밀을 빻아서 만든 검은색에 가까운 국수1단과
라면 한두봉지를 넣고 같이 삶으면 푹퍼진 라면 국수,
하지만 라면 스프가 들어간 국수맛은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난 그렇게 내 어린시절을 보냈다.
엄마가 어린시절을 보낼때 밥이 없어 ?E었다고 하니까
엄마 그럼 라면이라도 사서 끓여먹지 그렇다고 ?E어? 하는 철없는 내 막내동생도 있지만......
1974년, 그러니까 내가 초등학교 5학년때였다.
내 친구들은 참 별나게 놀았나싶다.
어느 겨울날,
우리마을 친구들 13명은 제각기 조금씩 돈을 모아서 라면 10봉지를 샀다.
그때 라면 한개의 값은 25원인지 30원인지 기억나진않지만....
그걸 가지고 전깃불도 들어오지않는 우리집엘 갔다.
우리집은 동네에서도 조금 떨어져 호롱불도 아닌 등잔불로 겨우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국수가락이 하나도 섞이지 않은 오리지날 라면 맛.
엄마가 끓여주신 그라면 맛은 정말 기가 막힐정도였다.
그런데 그걸 거의 다 먹어 갈때쯤 어느 아이가 그 중요한(?)등잔불을 발로 차버렸다. 방이 좁았던 관계로....
이내 칠흙같은 어둠이 찾아들었고 우린 그렇게 어둠속에서 그 겨울 밤을 보냈는데....
그 다음해 나는 지금의 내 친정어머니가 계신곳으로 이사를 왔다.
이사를 해서 젤 좋은점이,
학교가는 길이 가까워졌고 (예전엔 40분 정도를 걸어서 다녔다.)
또 대낮같이 환하게 불을 밝혀주는 전깃불이 있고
손으로 돌리면 교환수 목소리가 낭낭히 들리는 까만 전화기도 있어좋았고....
우린 갑자기 부자가 된거 같았다.
10원을 주면10개를 받는 캔디도 맘껏 먹을수 있었고
학교갈땐 양주머니에 볼록하게 넣어선 친구들에게 나눠주며
같이 먹는 즐거움도 있었고.......
내가 다니던 그 작은 초등학교!
그 길을 걸으면 양길가엔 이름모를 들꽃이며
영롱한 이슬방울, 예쁜 목소리의 풀벌레소리,
모두들 훌러덩 옷을 벗어던지고는 물장난을 치며 급기야는
물속으로 풍덩 빠져드는 학교앞 작은 시내.
가을이면 흐드러지게 핀 코스모스며 들국화,
고개를 넘으면 먹으려고 반쯤 남겨둔 점심도시락,
너무 까만 보리밥이 부끄러워 차마 다 열어놓지 못하고 먹었던 그 도시락,
모두가 아련한 추억이 되어 지금의 날 그리움에 젖게 한다.
아!! 그리워라. 옛날이여.
하지만 다시는 그 시절로 돌아갈수 없듯이 그때 그 좁은 방에서
내 다정한 친구들과 먹었던
그 라면 맛 또한 다시는 느낄수가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