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들이 또 세상 나들이를 나왔다
며칠전 32년만의 폭설을 퍼붓고도 또 모자라서인가
어지러운 세상, 덜 맑혀서 인가
하늘을 뱅뱅 돌면서,
정신없이
마냥 즐겁게 내려오고 있다
춤을 추는놈
훨훨 나는놈
온통 하이얀 꽃가루를 뿌리며
사뿐히 그들의 자리를 찾아
신나게 내려오고 있다'
얼마나 신날까!
마냥 신나하면서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고 있다
나무에 흰꽃을 만들고
가지마다 하얀 그림자를 드리우며
산자락을 하얗게 덮어가고 있다
눈부시게 그들의 세상을 만들고 있다
어디로 가는지
어디에 내리는지
그 끝이 어디인가도 모르면서
열심히 정신없이 쏟아 내리고있다
마치 어린애들 마냥
즐거움 행복 순수함을 가득안고
하늘을 무대로 한바탕 멋있는 연극을 하고 있는걸까
세상 사람들 보라고....
눈처럼 희게 살라고....
우리네 인생
오는길도 가는길도 모르는데
그냥
자기들처럼 순수하고 멋있게
열심히 살라고
그들의 하얀 마음이 내 마음자리에 들어와
나를 마냥 즐겁고 신나게 만들고 있다
우리네 인생살이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내일 걱정을 버리고
오늘 신나게 한바탕 연극을 해야 하지 않을까
경봉 스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물질과 사람때문에 마음 아플려고 이세상 태어난게 아니라고
깨어있는 정신으로 한바탕 신나게 살아야 한다고
천년만년 살것도 아닌데
모든 술수와 오만과 욕심을 버리고
내 마음 자리를 찾아
내 마음 시키는데로
눈들처럼 신나고 하얗게 살아야겠다
베란다 난관이 눈에 거슬려 창문을 활짝 열었다
차거운 눈바람이 들어온다
뜨거운 차를 마셔야겠다
............
..........
지금도 눈은 펑펑 내리고
산자락의 나무들은 눈꽃을 피우고
저 아래 길위엔 차들이 기어가고
레카들은 열심히 엥엥거리고 있다
뻐스 정거장엔 사람들이 한참을 느러서있고
봉고차들은 언덕을 못올라가 미끄러져 내려오고
학생들은 재잘데며 낭만을 즐기고....
성급한 사람들은 마치터널을 향해 걸어올라간다
하지만
지금도
눈들은 아랑곳 하지않고
열심히 펑펑 쏟아 내리고 있다.
그들만의 즐거운 여행을 위해서........
그들만의 낭만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