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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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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와 앉으세요.밤새 눈이 내렸어요.


BY 바늘 2001-02-24

녹차향기님 바늘이랍니다.

작년말 남편의 방황을 끄적였더니 녹차님 남편의 지나간 방황기를 올려주시면서 따스한 말 건네 주실때, 나에게 얼마나 위로가 되었던지...

요즘 전 이런 저런 삶의 부딪김으로 머리싸메고 누워도 보고 벌떡 일어나 미친 여자처럼 거울도한번 보았다가 다시금 침대위에 전기요 최대 7까지 올려서 펄펄 뜨겁게 달궈 누워도 보고 그런데 왜그리 계속 몸은 으실으실 추운것일까요?

이곳이 나의 빨랫터 마냥 때로는 우물가처럼 재재 거리던 장소였으나 요사이 그저 마당 근처를 가아끔 와서 둘러보고는 이곳 님들의 요즘 근황을 바라보고 되돌아 가기 몇번...

어제는 금요일 툭툭 먼지좀 털어내고 몇년전 부터 하던 성당제대 꽃꽂이를 하러 발길을 향했답니다.


그저 남들은 다 거룩하고 진실한 신자처럼 보여지고 나의 신앙생활은 하늘에 계신 어떤분이 바라다 보면 여러모로 미흡하고 나아가서 엉터리 신자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많이 해왔으나 힘들때 의지할 곳이 있다는것이 또한 작은 행복으로 다가 오더군요.

아직은 눈쌓인 겨울과 봄사이에 어중간 하게 놓여져 있는 이계절에 노오란 개나리가 찾아들어 와있고 스토카라는 보랏빛 향좋은 그러니까 생김은 금호초를 닮은 그런 꽃이 튜울립 연보라, 노오란 아이리스와 함께 베시시 웃고 있더군요.

자연을 만지고 있는 그순간 손끝에 다가오는 그 느낌은 그동안 어쩌지 어쩌지 하고 한탄하던 저의 시름을 저멀리 던지게 하더라구요.

항상 행복해보이는 무늬를 가진 나, 그리고 그렇게 실제 살아왔던 날들도 많았던 나,하지만 녹차향기님 참 이상해요.

20대 새댁시절에는 지금보다 작은 조그마한 부딪김 그리고 30대에는 그보다는 조금더 커진 부딪김,지금 40대를 가고 있는 제 앞에 놓여져 있는 어려움은 그때보다 더 커지고 더 강도 높은 부딪김이네요.

녹차향기님!

저도 님처럼 그렇게 비바람도 슬기롭게 눈보라도 씩씩하게 제쳐나가면서 살아야 할터인데 어쩌지요?

성당에서 점심 나절 꽃꽂이하는 자매님들 수고 많이한다면서 여성 구역장님이 근사한 점심을 사주시더라구요. 그런데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그 음식점 현관에 걸려있는 나무 액자가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거기에는 이런 글씨가 쓰여져 있더군요.

"남이 너에게 바라는 대로 너도 남에게 해주워라"

녹차향기님!
요즈음 가게를 개업하셨군요.

저도 가까운 사람(남편)에게 자꾸 바라지만 말고 이제는 해주워야 할때가 가까워 오고 있는것 같은데...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가,오늘은 왠지 님을 마주하고 불러보면서 이렇게 이야기 하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은 봄 방학이라 늦잠에 빠져 있고 어제 눈내리는 밤길,지치고 힘든모양새로 집에 돌아오던 남편이 그래도 아이들 주겠다고 사온 빵이 식탁에 놓여져 있어요.
집에서 몇정거장 앞에서 내려 한손에는 빵봉지 한손에는 캔맥주를 들고 눈내리는 이 언덕위를 걸어서 왔다는군요.

향기님~~

이 아침 이렇게 님을 떠울리게 됨은 왜일까요?

눈이 내린 창밖을 지금은 바라다 보고 있지만 저도 조만간 저 눈사이를 헤집고 님처럼 그런 일상 탈출이 이뤄질지도 모르겠군요...


그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