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남편은 젖은 쓰레기? 제 친구 중에 한 명이 일본에서 살다가 온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의 남편이 일본 지사에 나가 있는 바람에, 약 3년가량 일본에서 살았던 것입니다. 19살 때 처음 만나 사귀게 된, 나와는 꽤 오래된 친구입니다. 그 친구에 대한 기억도 참으로 많습니다. 키도 크고 덩치도 있는 편이라 결코 잊을 수 없는 추억도 있답니다. 우리가 20살이던 그 시절, 그 친구가 겪었던 일입니다. 그 때 그 아이는 짧은 커트 머리를 하고 있었고, 물론 화장도 하지 않은 맨 얼굴의 청순한 아이였지요. 어느 날 밤, 그 아이는 검정색 바바리 코트를 입고 깃을 세운 채, 남대문 쪽 뒷거리를 혼자 걸어가고 있었대요. 그런데 어떤 아가씨들이 그 아이의 팔을 붙들고 이러더래요. "어머...... 오빠, 놀다가~ 잘해줄께......" 남자인 줄 착각한 이상한 '여자'들이 추파를 던진 것입니다. 그 때의 그 충격은 오래도록 그 아이 가슴을 멍들게 했어요. 그 아인 내게 그 이야기를 들려주며, 속상함에 북받쳐 얼마나 펑펑 울었는지 몰라요. 더 기가 막힌 것은 그 아이가 여자인 걸 안 순간, 그 이상한 여자들이 상스러운 소리를 해가며 그 아이를 모욕했었나봐요. 그래서 그 아인 당장 보글보글하게 파마를 했었고, 화장도 뽀얗게 하고 다니기 시작했었답니다. 그리곤 절대로 그 이후에 '바바리 코트'는 입지 않는답니다. 그러나 남자로 오해받을 정도로 선머슴아같던 아이였지만, 그 이후 그 아이는 눈부시게 변모했어요. 쌍꺼풀 수술을 했고, 아무리 바빠도 마스카라까지 잊지 않고 할 정도의 꼼꼼한 화장과 세련된 옷차림으로 외모 가꾸기를 절대 게을리하는 법이 없었으니까요. 그 날의 그 충격이 결국은 그 아이를 '여자로의 변신'을 확실히 하게 만든 계기가 된 셈입니다. ...... 그 친구가 일본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외로움이었대요. 한국인이 많이 몰려사는 곳이 아닌, 전형적인 일본인 거주지역에 살았던 까닭에 더욱 외로웠답니다. 주변의 일본인 이웃들은 참으로 친절하고 예의바른 좋은 사람들이긴 했지만, 자기네들 끼리도 별 대화는 없더랍니다. 그것은 내 친구가 유독 한국인이어서가 아니라, 그들의 문화 자체가 별로 '수다'를 즐기지 않는 것 같더래요. 자기들끼리 만나도 조용히 인사만 건넬 뿐, 이렇다할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를 별로 보지 못했다는군요. 그당시 남편과 6살 먹은 딸아이가 아니면, 말할 상대가 딱히 없다보니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너무 생각났었나봐요. 어쨋든 그 친구로부터 일본 생활에서 느낀 점은 대략 이렇답니다. 일본에서는 물가가 너무도 비싸서, 한국에 살면서 쓰던 생각하며 살다가는 도저히 생활이 안된답니다. 부부가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집세내며 생활하기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라네요. 그래서 대부분은 둘이 벌어 한 사람은 집세 내고, 한 사람은 생활비를 대는 식의 빠듯한 살림을 한대요. 주차요금이 너무도 비싸서 자가용은 주로 주말이나 공휴일에나 이용하는 편이고, 대부분은 전철을 이용하나봅니다. 그리고 그네들은 대놓고 큰소리로 부부싸움 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고 하네요. 여자들이 남편에게 큰소리로 바가지를 긁는 법도 별로 없거니와, 그들은 한 침대에서 함께 자는 문화가 아닌, 따로 자는 게 관습이라 부부가 그렇게 어울려 있는 것도 흔치 않다고 합니다. 제 친구의 침실에 더블베드가 놓인 걸 보고는, 일본 여자들이 몹시 부러워하고 놀라워하더래요. 남편 팔을 베고 누워 잠들어 보는 게 소원이란 이야기까지 하는 사람이 있었답니다. 우리네는 비록 큰소리로 싸울 망정, 일단 잘 때는 대강 엉켜서 한 이불속에서 자는 게 당연한 데 말입니다. 일본 여자들은 절대로 남편에게 자신의 욕망이나 요구를 드러내놓고 표현하지도 않는대요. 무조건 참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대요. 그 중에서도 내 친구가 더 더욱 놀라운 것은 바로 산부인과에서 였답니다. 우리 나라 여자들은 아이낳을 때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울부짖고 무척이나 시끄럽게(?) 그러잖아요. 그런데 일본 여자들은 절대로 고함을 치지도 않고, 울지도 않을 뿐 아니라 그저 조용히 꾹 참으며 아이를 낳는대요. 참는 것의 극치를 보는 것 같아, 내 친구는 참으로 무서운 사람들이다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게다가 그네들은 회음부를 절개하지도 않고, 그야말로 우리 옛날 어머니들이 낳는 식의 자연분만을 한답니다. 그러니 아이를 낳는 것도 우리보다 더디고 힘들게 낳을텐데도, 소리내지 않고 꾹 참으며 낳는 걸보고 무척 놀랍다네요. 처음부터 그네들은 어린시절에도 '참는 것'을 미덕으로 배우며 자란 사람들이라, 남 앞에서 자신의 처신을 흐트리는 법이 별로 없다니 대단하지 않습니까? 더군다나 그 일본여자들이 그야말로 무서운 것은 '정년이혼'이란 것으로, 아주 대단한 극치를 이룬답니다. 정년이혼이란 남편이 정년퇴직을 하고 퇴직금을 받아오면, 바로 재산분할을 받아 이혼하는 것을 말합니다. 지금 이것은 일본에서 대단히 확산이 되어 사회적인 현상으로까지 비약되고 있는 모양입니다. 남편이 마지막 근무를 마치고 -정년퇴직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딩동'하고 벨을 누르면 아내가 나가 맞이하며 "그동안 저와 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이혼해주세요." 하며 당당히 남편의 퇴직금을 반으로 나눠갖고 떠나는 현상. 젊은 날, 아무리 남편에 대한 불만이 쌓여도 절대로 내색하지않다가 마지막에 비장의 카드를 내미는 일본여자들의 참을성. 무섭지 않습니까? 일본 여자들은 정년후의 남편을 '젖은 쓰레기' 혹은 '젖은 낙엽'이라고 부른답니다. 젖은 쓰레기는 골치잖아요. 젖은 낙엽이 신발에 붙으면 잘 떨어지지도 않고 골치라 결국 손으로 떼어내잖아요. 일본여자들은 공공연히 늙은 남편을 그렇게 천덕꾸러기 취급을 한답니다. 그래서 일본에선 아내보다 남편이 더욱 곰살맞고 자상하며, 상냥하게 변해가고 있답니다. 왜냐구요? 나중에 정년퇴직 후에도 아내에게 버림받지 않으 려면, 젊었을 때부터 아내에게 잘보여야 하니까 말입니다. 그곳은 맞벌이가 대부분이라, 집에서 빈둥거리며 일거리나 만드는 남편은 제대로 대접을 못받는 모양입니다. 일본 여자가 세계에서 제일 상냥하고 친절해서 아내감으로 1등이란 말이 있었지요? 내 친구는 그러대요. 요즘은 일본 여자들, 옛날 일본 여자가 아니래요. 계획에도 없는 아이가 생길까봐 남편과 따로 자리를 펴고 자는 일본 여자들입니다. 둘 다 내일 일해야 하는 데, 공연한 동침으로 체력 소모를 하고, 게다가 계획에도 없는 아이를 갖게되면 엄청난 물가고를 겪는 일본에서 도저히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랍니다. 내 친구는 또 이런 이야기를 해요. 자기는 일본에 가서 처음에 멋도 모르고 모피코트를 입고 외출을 했대요. 그런데 사람들이 전부 내 친구만 쳐다보아서 무척 창피하고 의아했답니다. 그 사람들은 절대로 사치나 낭비를 하는 법이 없고, 분수에 맞지 않는 지출은 하지 않는대요. 내 친구가 잠시 한국에 나왔을 때, 그 때 우리 나라는 IMF 시대를 맞았을 때였죠. 그래서 내 친구 생각에는 우리 한국도 이젠 달라졌으려나 했는데, 김포공항에 내려보니 여전히 우리나라에선 모피나 무스탕을 걸친 여자들이 많아 '아직 멀었다'싶어 실망한적도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명동에 나가봤더니 그때도 흥청망청이고, 도대체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전혀 없는 듯해서 몹시 놀랐었다고 해요. 국민 1인당 소득이 4만불인 일본과, 이제 환율 급등으로 졸지에 5,000불로 추락까지 했던 우리나라는 분명히 달라야합니다. ...... 남편을 노년에 '젖은 쓰레기', '젖은 낙엽'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아마도 우리 주부들이 할 일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들의 기를 좀 더 살려줘야 하겠습니다. 이제는 남편을 바가지로 긁어댈 때가 아니라, 진정 사랑하는 마음으로 다독이고, 감싸주어야 할 때가 아닐까요.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사람인데, 젖은 낙엽으로 함부로 뒹굴게 하지는 맙시다. 바짝 말라 언제고 활활 타오를 수 있도록, 아내가 힘을 실어줍시다. 지진으로 수시로 불안하게 사는 많은 수의 일본 사람들. 그런데 노년까지 안심하고 살 수 없는 일본 남자들은 또한 얼마나 가여울까요? 그러니.... 정말 안됐죠? 칵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