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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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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가는 겨울과...일상.(3)


BY 들꽃편지 2001-02-24

꿈속에서 녹차향기님을 보았다.
그 옆에 남편분도 계셨고...별일이야.
요즘 내가 이 방을 자주 들락거리고,
이 방 생각을 많이해서 그랬나보다.
여고시절 친구도 보이고,이웃에서 만난 친구도 보였다.
마음이 허하고,외로워서 그런가?
그리운 사람들을 꿈속에서나마 만날 수 있어 반갑고
종일 이 친구들을 생각하게 했다.
꿈에서 본 녹향님은 눈이 동그랗고 피부가 하얗고...
꿈에서도 그랬다.
글도 잘 쓰고 얼굴도 예쁘고 부럽다 부러워...

오늘은 우요일이다.
실하고 고운색우산은 아이들에게 넘겨 주고,
둔탁하고 칙칙한색 우산을 들었다.
우산위로 비 떨어지는 소리가 경쾌하게 난다.
비를 머금은 나무 줄기가 까맣다.
차가 지나갈 때마다 바퀴사이로 분수가 뿜어져 나온다.
창밖 풍경은 비를 맞아 차분함과 함께 쓸쓸함이 배어온다.
따끈한 커피가 생각난다.
한복집 앞 슈퍼에서 에이스과자 한 봉지를 샀다.
여고시절부턴가 즐겨 먹었던 에이스과자.
오늘따라 이 과자와 달콤한 커피가 먹고프다.
난 커피를 탈 때 설탕을 듬뿍듬뿍듬뿍 세스푼씩이나 넣는다.

흰색 저고리끝동에 꽃을 그렸다.
비 떨어지는 소리가 실로폰소리 같다.
꽃술을 실로폰치듯 톡톡톡 그렸다.

저녁 어스름 사이로 비가 더 많이 내린다.
하늘도 건물도 땅도 비에 가려 뭉개져 버렸다.
어느 것이 하늘인지, 어느 높이가 건물인지,
어디쯤이 땅인지 모르겠다. 나는...
열병합발전소 굴뚝위 연기들이 쿨럭거린다.
굴뚝 끝 빨간 불빛이 선명하게 자리잡고 있다.

길가 노점에서 귤을 삼천원어치 샀다.
겨울이 떠나듯 귤도 끝물이겠지.
봄을 재촉하는 빗길로 성큼성큼 걸었다.

봄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을 잃어버렸을 때도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