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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538

남편의 이력서.....


BY 장미정 2000-06-02


삼성 자동차가 외국회사로 넘어가고....
며칠 전 부터
"르노.삼성 자동차"라는 새로운 로그로
사원 모집 광고가 올라 왔었다.

그래도....자동차밥 먹고 살았다고
눈에 띄는 건 어쩔수 없나보다.

근데....더 황당한건
남편은 회사에서
난 가게에서 같은 신문에 그 광고지를 오려와
서로가 집으로 가져왔다는 거다.
역시...부부는 일심동체라고 했던가.......

6월 5일 마감이였다.
남편은 생긴것과 다르게 조금 악필이다.
그렇다고 난 명필은 아니지만,
그래도..남편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대기업을 다니다 그만둬
작은 회사 다닐려니 마음이 편지 않은건
이해는 가지만,
미련을 못버리고 저러고 있는게 가슴이
아플때가 종종 있다.

근데....현대에 복수라도 하듯
그는 삼성에다 되든 안되든 이력서를
제출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도와 달라니,도와줘야지 뭐...
문방구에서 이력서와 잉크펜을 사왔다.
그리고.....
신문에 나와있는대로 학력 증명서부터
모든 서류를 준비했다.

결혼 하고, 첨 남편의 학력 증명서를
보게 된 난......
남편을 놀릴 만한 건수를 잡았다.
ㅋㅋㅋ^^

"애개개...이게 뭐야!
그러면서 나한테는 대개 잘 한것 처럼 하더만....ㅎㅎ"

남편은 쑥스러운지
"뭘 그것 갖고 그러냐...
그냥...넘어가 넘어가!"

치....불리 할것 같으니깐
그래도 결석없이 학교는 잘 다녔네..
기특하군..ㅋㅋㅋ
성실성은 만점으로 쳐주지...음.....

어제 밤에 우린 머리를 맞대고
어케하면 눈에 띄는 이력서가 될까
고민하면서 세 장의 자기 소개서를 완성하고
마무리 작업을 했다.

남편...출근하면서 여러번 강조한다.
"그거...5일까지 부산에 가야 하니깐
특급으로 부쳐라..."

이궁...어련하시라구....
알아서 할텐데 그것도 모잘라
몇번의 핸폰으로 전화를 해온다.

가게 나오기 전 우체국에 다녀왔다.
당연히...특급으로 부쳤다.
낼 도착한단다.

남편.....복직이 힘들어 보였는지
삼성에다 이력서 넣어보는 심정 오죽하랴.....

이번 주말에 전주에서 명.퇴한 노조간부들
모임이 있다는데도 갈 조짐을 안보인다.
미련을 버렸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려...뭐 밥 못먹고 살까봐..
여태 당신 안 벌어도
책방가지고 먹고 살았다뭐...
마음 끌리는대로 해라고
목젖까지 올라 온 말인데도
차마 하지 못한다.
나름대로 생각이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남편의 이력서를
대신 써주는 아내의 마음...
모르는 사람은 모를 것이다...



2000.6.2.10시 53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