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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는 남편4 가출 정산서~


BY poem1001 2001-12-29

^^
오늘 퇴근길은 날개가 달린 듯 가벼웠네요
왜냐구요~?
오늘부터 삼일 연휴거든요~
여러분들도 즐거운 연휴 되시구요
새해에는 모든 분들
행복벼락 맞으세요~ ^^

연휴를 맞아 그냥 잘 수가 있나요
철없는 남편4 나갑니다~ ^^

남편은 아주 검소한 사람입니다
검소가 조금 지나쳐
청승으로 보일만큼..
돈 씀씀이는 나이에 안 어울리게 수전노랍니다~

예전에는 용돈을 주었지만
지금은 카드며 캐쉬카드까지
아예 줘버렸지요
그래도 별반 걱정이 안되는 사람이거든요

결혼하고
두달인가 지나서
투닥 투닥 말싸움을 한적이 있었지요
예나 지금이나
전 자고 일어나면 다 잊어 버리는 성격인데
남편은 조금 소심한 성격이라
뭐든 심각하게 고민하는 버릇이 있지요

그렇게 티격 태격 말싸움을 한 다음날
전 남편 출근길도 돌보지 않고
화난김에 이불을 머리까지 덮고
늦잠을 잔 후
청소를 하다가
화장대에 올려져 있는
작은 쪽지를 발견했답니다

"자기야..
그동안 행복했어..
하지만 자기가 날 그렇게 싫어 한다니
내가 떠나는 수 밖에..
부모님께도 죄송하다고 전해죠..
서류에 도장은 여행 돌아와서 찍어 줄께..
나..정말 당신 사랑했어..미안해..."

흐미~
세상에 부부싸움 하면서
이혼하자는 말 안해본 사람 있으면 나와 보시와요~
큰 싸움도 아니었고
너무나 사소한 말다툼이었는데
정말..어이가 없더라구요
(이때부터 저의 앞길을 예감했어야 했는데~ 울먹~)

허겁지겁 회사에 전화를 걸었지요
퇴근을 했답니돠~ 허걱~
그날이 토요일이었고
그때는 핸드폰도 없었고
하필..그날이 월급날 이었네요
그때는 또 월급이 통장으로 안 나왔을때였어요~ 흑~

비겁하게 월급을 갖구 튀다뉘~
조바심을 쳐대며
애타게 전화만 기다렸습니다
남편 성격에
분명 전화를 하리라는 걸 알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이넘에 전화를
받으면 끊어 버리고
받으면 끊어 버리고
그렇게 잠도 못자고 밤을 꼬박 세웠지요~

신혼에 왠 독수공방이랍니꺄~???
늦은 아침에 드디어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자기야~ 끊지마~!! 끊지만~!!
내가 잘못했어~ 응~? 응~?"

애원에 가까운 숨넘어가는 목소리로
부르짖었지요
전화기에서 들려오는 남편의 음성

"그럼 자기 나랑 이혼 안할꺼얌..?"

"구럼 구럼.. 구건 구냥 화나서 한말이야..
내가 자기랑 왜 이혼을 해..웅~ 자기야~"

"아라써 자갸..나두 자기 무지 보구 시포써..
나 지금 부산인데..지금 바로 차타고 올라갈께.."

"구래~구래~ 자갸 빨리와~ 빨리와야대~ "


휴~
한시름 놓았지요
어린아이 달래듯이
다시 집에 돌아 오게 했으니

그때부터
제 머리속에는
온통 월급봉투 생각 뿐이었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썼을까~???
이번달에 빵꾸나면 안돼는데...
일산에서 부산까지 갔으니
차비만 해도 꽤 될꺼야..
거기다 홧김에 술이라도 마셨으면~
어쩜 좋아..

늦은 오후에 다시금 울린 전화벨
집근처라고 마중을 나와 달랍니다
왠수~ 왠수~

한걸음에 쉐타하나 걸치고 달려 나갔지요
저 멀리서 터벅 터벅 걸어오는 남편~
흐미~ 내 월급봉투~

남편은 이산 가족 상봉하듯
절 꼬옥 끌어 안고
눈물이 많은 남편
눈물까지 글썽 거리며

"자기야 ..미안해..훌쩍..다시는 집 안나갈께.."

"구래~ 구래~ 부부싸움 안하고 사는 사람이 어디써~
그런다고 집을 나가면 한평생 어떻게 가치 사로~ 우웅~ "

토닥토닥~

돌아 온(?) 남편을 위해 준비한
푸짐한 저녁상을 앞에 두고
남편은 여행이라도 다녀온 사람처럼
떠날때의 심정부터
전화를 걸었다 다시 끊을때의 심정
제 목소리를 듣고 느꼈던 심정까지
영화 스토리처럼 자세히도 들려 주었지만

제 머리속에는
오로지 월급 봉투 생각 뿐이었답니다

(근데 월급 봉투는 왜 안주는 고야..
도대체 저 잉간 을마나 쓴걸까~???
띠...이달에 빵꾸나면 안돼는데..)

두달된 새댁 자존심에
월급 봉투 얘기는 감히 입에도 못올리고
남편 이야기가 재미 있는 듯
밥상 앞에서 생글 거리고 있었지만
속은 정말...콩장 처럼 까맣게 타들어 갔답니다

저녁상 치우고
샤워하고 나온 남편
웃옷을 뒤적 뒤적 뒤집니다~

(그래~ 빨랑 내놔봐~ 을마나 쓴고야 도대체..
빨랑~ 빨랑~ 빨랑좀 꺼내라.. 으이구 ..저 웬수...)

드디어
남편이 전해주는 하얀 봉투..꼴깍~

"미안해 월급에 먼저 손대서.."

"웅..괜챠노..담부터 안그럼 대지 모..."

손끝에서 느껴지는 부피감으로 보아
많은 금액이 빠져 나가지 않았음을 느끼는 순간..
휴~ 안도의 한숨

순간
하얀 봉투에
까만 글씨들이 올망 졸망 써있는게 보였습니다

월급봉투 위에는 이런것들이 써 있었답니다


교통비 : 20,000원
식비 : 아침 : 4,000원
점심 : 5,000원
음료수 : 500원
숙박료 : 15,000원...기타 등등

갑자기 가슴 저 밑바닥에서 부터 올라오는 웃음
므흐흐흐흐...미쵸 미쵸




만약
당신의 앞모습이 못나서 싫다면
모른척 그냥 뒷모습만 보며 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