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행사로 전화번호가 적혀있는 노트를 정리 합니다.
오랜동안 연락되지 않는 이름은 지워버리고.
새로이 친구가 된 이름은 등록이 됩니다.
지워버리는 이름 앞에서는 많은 망서림이 있읍니다.
연락이 안되는지 얼마나 되엇나?
무슨일 때문인가?
혹자는 이미, 지구상에서 영원히 없어진 이름도 있지만.
이제는 불 필요한 사람도 있읍니다.
한번 맺은 인연인데...
어떻게 맺은 인연인데...
한사람, 또 한사람의 이름이 지워지고 없어질때마다
난, 그 사람과의 처음 만남에서 헤어질때까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냥, 스쳐가는 인연도 있거니와
깊게 오랜시간을 함께 할수도 있는 인물들도 있읍니다.
개업과 폐업이라는 상점의 상호들도 있고.
어느날 가볍게 만나서 흔적도 없이 잊혀지는 이름들도 있고
이제는 이 사람이 내 인생의 일부가 되버린 사람까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우리집의 전화번호부 노트에 그렇게 등록과 지움으로
흔적들을 남깁니다.
어느 이름은 몇년, 혹은 십수년을 미련때문에 버리지도 못 하고
내 노트 한귀퉁이를 차지하고.
어느 이름은 또 적혀있는지 얼마되지 않아 삭제가 되곤 합니다.
그 노트들을 정리할때마다 남편과 저는 상의를 합니다.
" 이 사람은 어떻게하지? "
" 이 번호는 또 어떻게 하고? "
" 그냥둬봐~ "
와
" 지워버려 "
두가지로 나뉠때마다 참으로 만감이 교차 합니다.
한 사람의 번호가 너무도 많이 바뀌어 지우고 쓰고를 반복한것도 있고.
붙박이 장 처럼 한번 씌여진 그자리 그곳에
몇년을, 혹은 십수년을 붙박혀 있는것도 있고...
참으로 전화번호 한가지에 여러모양새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읍니다.
한사람을 지우는데는 몇번인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 하여도.
그 주위의 다른 사람과는 연락할일이 없겠는가?
아니면 껄끄러운 사이가 되어버렸는가?.
다시는 돌이킬수가 없는 그런 삭막한 사람이 되었는가?
재회의 여지는 없는가?
몇번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합니다.
그럼으로 인해서 또한 한번도 써먹지 않는 전화번호를
몇년의 몇번이 지나도록 그대로 한귀퉁이에 간직하고 있는것도 있읍니다.
얼마남지 않는 새날입니다.
과감히 지울것은 지워야 합니다.
아마도 한번 지워진 전화번호는 다시금 이자리 이곳에 있기가
그리 쉬운것은 아니겠지요.
그리고 채워야 합니다.
달력 귀퉁이마다에 있는 번호와, 메모장 여기저기에 있는 번호들...
이제는 새로운 전화번호 노트에 입적?을 시켜둬야 합니다.
또 얼마만큼의 세월이 가면...
새로운 전화번호들도 지워지고 퇴출되는 그런 일들이 일어나겠지요.
이렇게 정리를 하다보니 가만...나를 돌아보게 됩니다.
나는 어느 사람의 어느 전화번호 노트에서
새로운 사람으로, 혹은 잊혀진 사람으로 그렇게
씌워지고 지워지는 운명을 맞지 않을까~ 하는...
어려서 읽은 시집중에 다른것은 모두 잊혀졌는데
이 귀절 하나만은 기억이 납니다.
죽은 여자보다 더 불쌍한 사람은 잊혀진 여자라구요.
전 불쌍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죽음보다도 더하다는
잊혀진 사람은 정녕 되고 싶지 않습니다.
새로운 전화번호 노트를 접하다 보니 여러가지 생각이 납니다.
님들은...
새로운 사람입니까?
혹은 잊혀진 사람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