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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 할머니 서비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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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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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이 하나님 아버지 안녕하시냐니~~~?? ⊙⊙


BY 분홍강 2001-12-27

우리집은 기독교 집안이다.
그래서 따로 제사를 지내지는 않지만
추도 예배를 지낸다.

몇해전 추도 예배 때 일이다.
결혼해서 직장 때문에 따로 살고 있는 남동생도
시간을 맞춰 딸 아이랑 올케랑 함께 올라왔다.

추도 예배라곤 하지만
친정 아버지의 그래도 예를 갖춰야 한다는 말씀에
생전에 할머니께서 좋아 하시던 음식도
준비하고 여느 제사 못지않은
준비를 하게되었다.

예배시간이 얼추 되어갈 즈음에
아버지는 남동생에게 말씀하셨다.

"**아범아~~할머니 사진 준비해라."
"예.....아버지."

그러고는 주방에서 음식 만들고 있는
나의 옷소매를 끌어당겨 안방으로 오라한다.

"누나~~"
"왜그래?"
"할머니 사진 가져 오라시는데 어느 할머니야~~?"

⊙⊙ 띠용~~

"어는 할머니냐니...?"
"너는 오늘 제사 지내러 오면서 어느 할머니 제산 줄도
모르고 올라왔어~~?"
"쯧쯧.....니가 장손 맞긴 맞는거냐.?"

남동생 헤벌쭉 웃으며 연신 뒷통수만 긁적인다.

"오늘 증조 할머니 기일이잖아..."

사진을 찾아 꺼내 주니 남동생
스스로 알아서 가져 온 척 얌전히 제사상 앞에
사진을 세워둔다
나이가 어리면 어디다고나 하지
어느 할머니 기일인지도 모르고
올라 온 남동생을 보니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조상 제사라고 해봐야 몇분 되지도 않는데....

얼추
제사상이 다 차려지고
식구들 상 주위로 빙 둘러 앉는다.

아무리 기독교식으로 제를 지낸다곤 하지만
의복도 꼭 정장 차림이 아니면 예의에 어긋난다며
불같이 화를 내시는
친정 아버지 덕분에....

그나마 옷을 제대로 챙겨 입고 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푸대자루 같은
친정 엄마의 옷이라두 색깔 맞춰 입어야한다.

나는 엄마의 검정색 88사이즈 자켓을 걸쳐입고
또 여동생과 올케도 맞지 않는 엄마의
옷을 부랴부랴 찾아 걸치고
상앞에 앉는다.
여자들은 다들 아줌마,
아니 할머니 패션을 하고서~~

찬송 몇장을 부르고 난 뒤
기도 시간이었다.
기도 시간은 항상 엄마가 도맡아 하시곤 했는데
그날 따라 아버지는
남동생을 쳐다 보신다.

"**야~~.....너도 이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봤으니
대표 기도 한번 해봐라."

고개 숙이고 있던 우리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남동생에게 가서 꽂힌다.

신앙생활 하시는 부모님 따라서
그나마 주일 예배를 드리는게 고작이었던 남동생....

당황하는 빛이 역력하다.
그래도 호랑이 같은 아버지의 엄명이니
거역할 수도 없는지라
거절 몇번 하다가 포기 하곤
무릎을 다소곳이 꿇고 두손을 모아 앉는다.

우리들은 남동생이 어떻게 기도를 할지
내심 긴장해 있는데
남동생의 입에서 나오는 말~~

"하나님 아버지......안녕하세요..."

⊙⊙'아니, 하나님 아버지 안녕하시냐니...
도데체 뭔소리란 말인가...'

감았던 눈을 살며시 가재미 눈을 하고 떠보니
그순간 아버지를 뺀 나머지 식구들은
웃음을 참느라
야단이 났다.
친정 아버지는 아뭇소리 없이 눈을 감고 계신다.
그 말을 내뱉은 남동생 자신도
어떻게 수습을 해야 할지 모르는 분위기다.

호랑이 같은 아버지께서 잠자코 계시니
소리 내어 웃을 수도 없구~~
아공~~답답이야~~~

그순간 우리들은 참다 참다
자신의 귓구멍으로
바람이 빠지는 소리를 들어야했다.
너무 웃길 때 참아 본 기억이 있는 사람은
이 심정을 충분히 알고도 남을 것이다.

여기 까진 그래도 어떻게 참아보련만
이어서 나오는 기도소리...

"오늘 증조 할머니의 기일을 맞아~~~.....
중얼중얼...
저희 가족은..... 할머니께서 .....
하늘 나라에서....
잘 계신지 무척 궁금합니다."

케케켁~~~~
이기 무슨 자다가 봉창 뜯는 소리다냐~~~
궁금하다니~~
이런~~

그순간 긴장된 기도 시간은
어쩔 수 없이 웃음바다가 되어버렸다.

나머지 기도를 남동생이 어떻게 했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기도 솜씨 없는 남동생 덕분에 경건해야 할
할머니의 기일은 지금도 생각하면
배꼽이 빠질 정도로 재미있는 추억이다.

나중엔 그 호랑이 같은 아버지도 웃으셨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