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이의 점심을 어떻게 든지 해결해 놓아야
내 오후 시간이 편할것 같다.
"자기, 점심은 뭘 먹을래요?"
"아무거나."
"다른사람들은 라면도 잘 먹더구만...으휴.."
인스턴트 음식을 싫어하는 남편은 라면을 먹으면 금방이라도
내장에 이상이 생길것 같이 싫어한다.
배달 시켜 먹는것도 한두번이고
물 사정이 안좋은 작은 가게에서 해먹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가끔은 라면으로라도 한끼 때워 주면 얼마나 좋아?
"자기 금년들어 라면 한번도 안먹어 봤지?
"응!"
"작년에도 안먹었던것 같아. 한번 먹어 볼래요? 달걀도 있는데."
"달걀 있다구?"
라면을 끓였다.
면발의 꼬불 거림이 없어지도록 푹 퍼져야 좋단다.
코펠속의 라면은 꼬불거림이 없어 마치국수 같다.
그래야만 먹겠다니 어쩔 수 없지.
라면 특유의 느끼함을 달걀을 풀어 없애야 한다고 했다.
시키는대로, 원하는 대로, 만들어진 라면!
라면을 먹는 식성도 어쩜 나와 그리 정반대 인지 싶어서
그이 앞에 젓가락을 챙기며 혼자 웃는다.
"내가 라면 먹는 연습을 하려고 해.
그래야만 자기가 편할 것 같아서 말야.
점심 신경 안쓰고 자기시간 더 갖으라고...
헌데, 마음처럼 라면이 먹어 지려나 몰러."
"그랬어요? 그런거 였어요?"
오늘 점심을 라면으로 때웠다. 그이와 둘이서.
비록 따로 끓여 먹었지만.(난 퍼진라면은 못먹으니까)
나 혼자 라면을 가끔 먹으면서도 그이가 있을때에는
눈치를 보면서 먹는게 정상인데,
둘이서 같이 라면을 먹은것은 몇년전쯤에 같이간 낚시터에서
였던 기억이다.
그런 그이가
나를 위해 라면을 먹겠단다.
노력을 해 보겠다고 하면서 오늘 점심부터 시도(?)를 해 보는 것이다.
고마웠다.
오늘 하루만 먹고 절대로 못 먹겠다고해도
그냥 그마음이 고맙다.
마누라를 아끼는 마음이겠지 싶어서...
나이들어 가면서 어수룩한 사랑표현을 하는 모습에서
어이없게 웃으며 싫지않고,
하찮은 일이라도 편하게 해 주고 싶어 하는 마음이
가슴에 와 닿아서 사랑을 느낀다.
이러면서 부부가 만들어 지는거지.
아무것도 아닌 , 별것도 아닌 작은 일에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거지 뭐.
이렇게,
라면 먹는것, 그런 것에서 조차까지.
늘보 아저씨.
라면을 먹어줘서 고마워요.
그리구.... 음.....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