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내 편지와 아들의 글을 읽으며 아버지의 길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아랫글을 올려봤습니다..
지금의 아버지들이 누구나 다 자식사랑하는 맘이야 똑같겠지만 어릴적 평생동안 공부하란 말씀 한 마디 안하시면서 묵묵히 지켜봐주신 할아버지의 사랑, 아니 제 아버지의 사랑에 비하면 감히란 단어가 가슴에 와닿습니다.
어릴적 우리집은 3남4녀의 대가족이었습니다.
농사와 목수일을 하시는 아버지의 수입으론 자식들의 식성을 감당하기 힘드셔서 늘 끼니걱정을 하시던 어머니 생각이 납니다.
고기라는 것은 명절때 아니면 구경하기 힘든 요리였기에, 그나마 자식들의 욕구를 달래기 위해 중간에 등장한 요리가 닭도리탕...
닭한마리면 감자와 파 등등을 썰어넣어 9식구가 푸짐히 먹을 양이 되었기 때문이었겠죠...
그러나 매번 닭도리탕을 하시면 한점이라도 더먹겠다고 싸우는 자식들 틈바구니에서 아버지께서는 묵묵히 앉아 계시다 닭발을 찾곤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닭발을 뼈까지 오독오독 맛있게 씹어드시던 모습이 지금도 선합니다.
전 어린나이에 아버지께서 닭발을 좋아하시는 모양이구나 생각을 하고 닭도리탕 요리가 나올때면 "아버지 닭발 여기 있어요."하며 딴에는 효도를 한답시고 제일 먼저 찾아드리곤 했지요.
많은 세월이 흐르고 내가 아버지가 되어 우리아이들이 치킨을 먹을 나이가 되었을 무렵..둘이서 한점이라도 더 먹겠다고 싸우는 모습을 보며 난 어느새 날개만 먹는 아버지가 되었다가...어느새 치킨을 먹지 않는 아버지가 되어 버렸네요...
그제서야 아버지께서 닭발이 맛있어서 드신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고요...아니 느꼈고요...
내년 1월 7일이면 폐암이 온몸으로 전이하는줄 모르고 늙으셔서도 자식 뒷바라지만 하시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3번째 기일이 됩니다...
부디 하늘에서라도 맛있는 닭도리탕을 맘껏 드실수 있었음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