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결혼 2주년
눈 몇 번 깜빡깜빡 한 것 같은데 벌써 2년이 지났습니다.
지난 12월 5일은 우리 결혼 기념일이었어요. 2주년이요.
우리 무뚝뚝이 신랑이랑 꼬마주부랑 백년해로 머리 다 뽑혀 민둥머리가 될 때까지 알콩달콩 살기로 약속한 날이 벌써 2년이네요.
10년 20년, 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30년 이상씩을 결혼에 몸바쳐 살고 계신 수많은 선배 주부님들에 비하면 저희는 이제 겨우 말문 터진 아기 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 나름대로 기분이 야릇하네요.
참 신기한 2년을 보낸 것만 같습니다.
어린시절, 중.고딩, 대딩때까지도 그저 막연히, 꿈같이 내게는 일어나지 않을 동화 속 얘기로만 생각했던 "결혼"이란 것을 나도 했다는 것은 지금도 신기하고 신랑이라는 남자와 매일 얼굴 맞대고 둘이서만 살고 있다는 것도 신기하고 말고요.
신랑 뿐인가요, 25년 이상을 생전 얼굴 한 번 못보고 살아온 시댁 식구들인데 겨우 2년을 특별한 인연을 맺고 살았다고 친정 식구들보다 더 가슴 속을 파고들어오니 신기하고 말고요. 세상에서 제일 좋은 신랑과 좋은 시댁 식구들을 단번에 만나는 행운을 얻었으니 그 것 또한 신기한 일 아닌가요?
더 신기한 것은 우리 시댁은 우리 친정과 불과 버스로 한 정거장 사이고, 신랑과 저는 서로 같은 초등학교를 4년 차이로 다녔고, 시동생과 저는 같은 학년으로 다녔음에도 전혀 모르는 사이였고, 그 한 정거장을 사이에 두고 25년이 넘도록 한 장소에서 살면서 그 한 정거장 밖에 되지 않는 거리를 극복하고 만나는데는 무려 25년이란 세월이 걸렸다는 것입니다.......전 생각할 수록 신기하기만 한데 지금 제 옆에서 티비를 보고 있는 우리 무뚝뚝이 신랑은 지금 시청하는 'X파일'이 더 신기하다고 하네요...치....
하긴, 이렇게 만난 인연 무엇인들 신기하지 않은게 뭐 있겠습니까.
서로 잡아 매려고 작정하면 남들 다가본 롯데월드에 서로 가봤었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하다고 할 판이니까요.
어쨌든, 결혼이라는 것은 이런 저런 것들로 자꾸만 서로를 연결시키려고 하고 그 작은 연결들 속에서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니 행복한 것임에 틀림없는 것 같아요.
작년 1주년 때는 요란법썩을 떨며 우리만 1주년 겪는 사람들처럼 촌스럽게 비싼 선물하고 뻑쩍지근한 저녁을 먹었었는데. 올해는 서로 필요한 장갑과 목도리를 선물하는 것으로 조용히, 유난떨지 않고 그냥 넘어갔어요. 그러더라도 알 수 있었어요. 작년보다 훨씬 깊어진 우리 부부의 사랑을요. 연인끼리는 사랑이 커가지만, 부부끼리는 사랑이 깊어진다는 것을 저, 꼬마주부도 이제 조금씩 알 것 같네요.
저는, 부끄럽지만 우리의 결혼 2주년을 맞이해서(지났지만) 1주년 때 했던 말을 올해도 하고 싶어요.
'....결혼은
"사랑의 아름다운 매듭!"
내가 태어나서 가장 잘 한 일은,
"결혼이다."
2년 동안 변함 없는 제 마음이 20년은 물론이고 200년 후에도 똑같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열심히 살거예요. 정말이예요. 아컴주부님들 앞에서 맹세할거예요.
그리고, 올해의 마지막 날이 가기 전에 시부모님과 친정부모님께 편지를 쓸거예요. 1주년 기념 때 드렸던 '우리를 결혼시키신 1주년 기념 축하드립니다'라는 메세지와 우리 살림 재무재표를 올해는 그 2탄으로 준비해서 드릴거예요. 알뜰하게 살림하지는 못했지만, 부모님들께서 그래도 잘했다고 칭찬해 주시면 좋겠어요.
내년 3주년이 되면 그 때에도 전 아컴에 3주년 기념 글을 쓰겠죠?
그 때에도 오늘 쓴 내용과 별반 다른건 없겠지만, 딱 하나 달라지는게 있었으면 좋겠어요....식구가 한 명 더 늘어나면 좋겠네요.
누구 감춰둔 비법 공개해 주실래요?^^
-- 축구겜 하느라 정신없는 무뚝뚝이 남편 옆에서 혼자 가슴이 부풀어 낭만에 젖었던...꼬마주부였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