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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먹는 마누라의 악처 일기 - 12 (예전의 그를 다시 만나다)


BY 곰네 2001-12-21

저의 남편은 저의 첫사랑이 아닙니다.
물론 저도 남편의 첫사랑이 아니구요.

저는 남편의 러브스토리의 전모를 압니다.
가끔씩 "야 김 숙자는 어떻게 해주든?"
하고 묻기도 합니다.
그러면 남편은 쑥스러워서 몸을 배배 꼬면서
"뭐 걔야 착했지..." 혹은 "걔는 좀 잘 삐져서.. "
등등 이야기를 합니다. (물론 저의 눈치를 보기도 하지만
저는 그런 과거지사에는 관대하걸랑요. 하하하)
그러다가 간혹 저한테 묻습니다.
"야 너는 언제 키스해 봤어?"
그럼 저는 이렇게 다시 물어봅니당.
"왜 궁금해? 말해줄까?"
그러면 남편은
"아냐 됐어. 나중에 말해줘..."
하고 꼬리를 내립니다.

저는 압니다.
남편이 제 옛사랑을 생각하면서 가끔씩 부르르 떠는 것을. ㅋㅋㅋ
그러면서도 대범한 척 모든 걸 다 용서한다는 웃음...(<---증말로 웃깁니담. 히히히)

요즘에야 사랑하고 헤어지고 그런 일들이 하도 흔한 일이라
만나고 헤어지고 또 만나고 이런 것들이
누구에게나 일상처럼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사랑에 만큼은 대범하지 못해서
이넘저넘 많이 사귀어보지 못했습니담.
하지만 저도,
나름대로 사연이 있는 여자랍니담. (ㅋㅋㅋ 닭껍질처럼 느끼하군요)

그런데,
오랫 만에 학교 후배들 한테서 연락이 왔습니담.
"야 너 학교 모임있구나?"
모임을 알리는 엽서를 보고 남편이 물었습니담.
"어 그거?"
"갈꺼야?"
"몰라 지금 갈까 말까 생각중이야"
"왜 나때문에?"
"야 너 꿈두 야무지다. 내가 너가 가지말란다고 안 가고
가란다고 가고 그런 사람이냐." (<---아니 누가 큰소립니까 ^^)
"알쥐~~ 아니~~ 그냥... 나는 괜찮다구...."
"전에 없이 전화랑 엽서랑 후배들이 들들 볶아서말야.. 에이."
"갔다와~~"
"너 나보내고 무슨 짓 할라고 그러는 거 아니쥐!!"
"아냐. 요즘 너 기분도 그런거 같고 그래서 그런 거지..
절대로 딴 짓 할라고 그러는거 아냐!!"
"그럼 그럴까? 근데 난 요즘 이런데 가는 거 왠지 귀찮더라구."
"싫음 말든가.."
"에이 그래 그럼. 컨디션봐서 가지 뭐 히히"

그래서 오랫동안 안가던 모임에 꾸역꾸역 가게 되었습니담.
근데 그 모임에 그가 올줄은 몰랐습니담. 정말이예요.
그는 지방에서 결혼해서 살고 있었습니담.
국민학교 동창이랑 결혼해서 딸이 하나고.
학교 졸업하고는 직장도 지방이고 해서
서울에 온 적이 없는 걸로 알고 있었습니담.

제가 그땐 무지 ?아 다녔었는데.... 하하하
잘난넘...
옆에 누가 있던 거들떠 보지도 않던 그였습니담.

모임이란 게 다 그렇듯이 선후배 모여서 부어라 마셔라 (<---저희는 그러는데 여러분은 안그러시나보죠?? 참 이상도 하지....^^;)
다들 술들이 좀 되었죠.
저는 그렇게 많이 마신 것은 아니었습니담.
왜냐구요?
유부녀가 술 넘 많이 마시면
가정에 문제 있는 것으로 비쳐질까봐서리..ㅋㅋㅋ
사실은 그사람이 그렇게 생각할까봐...
신경이 쓰이더라구요.(아유 챙피...ㅠㅠ)

2차로 커피를 마시러 갔습니담.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담.
여전히 제가 보기에도 눈부신 그였습니담.
'쨔식 유부남이 되도 총각같구만... 누구랑 정반대야...'(<---여기서 누구란 누굴까요? ㅋㅋㅋ)
그는 자기 사는 이야기며 자기 마누라 이야기
그리고 딸아이 이야기같은 사는 이야기를 했습니담.
그도 내심 저를 의식하는 눈치였습니담.(혼자 착각한건 아닌가 몰러...ㅠㅠ)
내가 한때 좋아했던 그사람. 그사람 사는 이야기...
그리고 저를 생각해봤습니담.
그에게 나는 조금의 의미라도 있는 사람일까...

저요?
여러분 아시죠?
저도 남편처럼 그나물에 그밥이걸랑요.
빼도 박도 못하는 아줌마...
갑자기 제 자신이 너무 초라해짐을 느꼈습니다.
순간 남편얼굴이 생각 나는 겁니담.
그 안 생긴 남편 얼굴이랑 오다리랑
이런 것들이.

갑자기
'쨔식. 마누라가 집에 안오면 전화라도 해야될것아냐!!'
하고 신경질이 나더군요.
그래서 밖으로 나와서 전화를 걸었습니담.
"야 너!! 마누라가 이렇게 늦게까지 집에 안가는데 궁금하지도 않냐!!!!"
"어? 왜 무슨일 있어??"
"왜 무슨일 나길 바랬니?"
"아니 난... 네가 오래간만에 놀다오니깐...
스트레스라도 풀으라고 연락 안했지...
내가 자꾸 연락하면 신경쓰이잖아...."
"야 너 그걸 말이라고 하냐? 진짜..
그러다 나한테 무슨일 생겼으면 어쩔라고!!"
괜히 신경질을 막 냈습니다.
그러자 남편이
"알았어 내가 데리러 갈께. 거기 어디야?"
"씩씩!! 나 여기 어디어딘데 얼렁와 알겠어?"
전화를 탁 끊었습니담.
'바보같은 넘. 오랜다고 오냐. 벨도 없이....'
순간 눈시울이 찡해지는 걸 느꼈습니담.

다시 들어오니 그가 보였습니다.
잠시후 택시를 타고 달려온 남편...
저는 간단한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야 너 모임에서 안좋은 일 있었니?"
"근데 너 좀 모자라는 거 아니니? 오란다고 오고..
넌 술마신 마누라한테 승질도 안나니?"
제가 물어보았습니다.
"니가 맨날 그러는 것도 아니고...
내가 가서 재밌게 놀다 오라고 그랬잖아.."
'에구 그래 ....한심한 넘....'

저는 압니다.
그는 저의 옛사랑입니다.
그 이름과 모습만 생각하면 가슴끝이 시려오고
그를 위해 쓰였던
그렇지만 보내지지도 못하고 지워졌던 수많은 글귀들과
그것보다 더 많이 흘려졌던 눈물들이 생각납니다.
하지만 그에게 전 아무것도 아니였습니다...
(증말 눈물 나네요. 꺼이꺼이 ㅠㅠ)

저의 남편은 그처럼 잘생기지도 잘 나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남편에게있어 저는.
잘은 모르지만.
언제나 달려와주어야 하는 그 무엇인 것 같습니담...

제목을 다시 달아야 하나.....??
악처일기를 다른걸로 고치는 것을 고려해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