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이산화탄소 포집 공장 메머드 가동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71

존재의 이유


BY ggoltong 2001-12-12

갑자기 말을 더듬는 둘째아이로 인해
병원을 찾은 나는 뜻밖의 의사선생님으로 부터
그저 인자로운 어머니의 모습만을 보여야한다는
처방을 받아왔다.

아이 셋 키운다지만
늘 버글버글 머릿속을 채우는 육아스트레스를
절대로 아이들에게 표현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 말씀에 깨달은 바가 많았다.
그리고 나의 윽박지름과 한번씩 두들겨 패는것에
잔뜩 긴장했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나는 정말로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로부터 일주일후.
나는 최대한 자애로운 엄마의 모습을 지키려고
늘 상냥한 말씨와 격려를 아끼지 않는 엄마의 모습을
지키기위해 무지 애쓰면서 살았다.

마구 치워도 치워도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우리집,
빨랫감은 하루 한사람이 두개씩만 벗어놔도
금새 빨랫감이 쌓인다.

그래도 내가 좋아 낳은 내 아이들.
이렇듯 힘들다 투덜대기만 하면 안될것같아
그저 기쁜맘으로 일주일을 소리한번 안지르고
버텼었다.
헌데 나의 인내심은 일주일이 고작일까?

큰아이 유치원 숙제를 봐주고 있는데
아무리 알려줘도 도형그리기를 헤매는 딸이
갑갑하게 느껴졌다.
참아야 해..
절대로 화내면 안돼..
나는 참고 또 참았다.
그렇게 아이에게 도형그리기를 연거푸 세번을
알려줄때 급기야 나도 모르게
화산분화구 뚜껑이 열려버렸다.

나는 나도 모르게 아이 머리를 툭 하고 때려버렸다.
하필 왜 머리를 때렸을까..?
당황하는 아이,잔뜩 부어있는 나.
나는 이것밖에 안되는 내 자신이 미워서
책상에 머리를 박고 엉엉 아이처럼 울어버렸다.
그러자 살포시 내 어깨에 얼굴을 묻는 아이.
내 아이는 내 어깨에 눈을 묻고 울고 있었다.
왜 우냐고 물으니
내 아이 대답은 간결했다.
'엄마가 속상하니까...'

그날밤 나는 때때로 살림에 치이고 육아에 치여
얼음찜질이라도 해야 속이 시원할것 같은
갑갑한 내 일상에 한줄기 빛이 내려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사는 이유..
바로 이들이 있기 때문일것이다..

이 세상에서 나는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분명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