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주말 차량 운행 전면 금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24

지금 아내가 아니라 남편이라면...


BY sooani 2001-02-15

갑자기 중심을 잃어버린 시~이~소가 된 기분이다.

어느순간 정말 잘하고 있다고 열심히 하고 있다고 자부하던 일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라고 누군가 눈치를 주었을때의 절망감이란....

결혼전 멋모르고 열심히만 하면 뭐든 될수 있다고, 그러다 사회의 벽에 여자라는 이유로 이래저래 부당함아닌 부당함에 짐짓 스스로 지치고 포기해 버리는 절망과는 비교되지 않는 처절함...

결혼 6년, 이래저래 문제도 많고, 좋은 것도 많은 부부라는 사이, 자식을 낳고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나름데로 만들어가고, 남들 다겪었듯 IMF의 파란을 넘기고, 남들처럼 호된 시집살이도 잘 넘기고, 그저 시집식구, 남편 뜻데로, 의견데로 하면 시끄럽지 않을 것 같아 순응하며 살았다 새삼스럽게 이제야 그속에 어디에도 나는 없었고, 아내는 없었던 것 같다.

어렵게 얻은 딸아이 재롱을 볼사이도 없이 남편의 실직으로 생업전선에 뛰어 들고, 일(장사)하는 사이 일과, 가정과 육아에 대한 부담감이 무거웠지만 그래도 열심히 정말 열심히 일했다.
항상 정신적 육체적으로 아이에 대한 죄책감과 걱정에 맘 놓이질 않았지만 영악한 난 다시 일을 할수 있다는 기쁨과 갇혀있던 집안에서 나온 해방감에 대한 행복함을 내색않고 야금야금 즐기며 무언가 할수 있다는 희망 이제 다시 무얼해도 일을 하고 싶다는 강한 욕구에 사로 잡혀 있었다.

남자들이 하는 노력에 몇배를 더해 열심히 노력해도 언제나 남편의 후광이 필요했고, 노력에 비해 댓가는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그랬다. 결혼전의 세상과 결혼후의 남녀관계는 조금도 진전이 없었다.
그래도 무조건 열심히 했다. 그래야만 죄(?)-가정소홀죄, 시댁소홀죄, 남편내조소홀죄, 자식소홀죄-에서 조금이나마 가벼워 질것이라는 계산과 더불어 일이 즐거웠다.

어느날 아침 남편의 한마디 "니가 하는게 뭐 있노? 니가 뭐 그리 잘났노? 집구석에서 애나 보고 처박혀 있거라!"
어느날 저녁 남편이 옛애인과 핸드폰 번호 나란히 같은 끝번호로 맞춰 연락하고 있다는 사실!
아직도 아이에 대한 죄책감에 일을 포기 해야한다는 보이지 않는 압력들!

무너진다. 무너진다. 무너진다.

또다시 난 내 자아에 멍들어 산산히 포기하려하고 있다.

모든 것이 허망했던 것이었을까? 모든것이 내 오만에서 시작 되었던 것일까?

아직도 세상은 여자는 순종적이길 바라고, 공손하길바라고, 모든것에 길들여져야 한다고 내게 나무라고 있다.

내속에 끝없이 넘쳐오르는 분노와 반항을 어찌 잠재워야 하는 걸까?
부셔지더라도 나를 찾아야 하는가?

아마도 난 포기하지 못할 것이다. 계속 부딪히고 부서질 것이다.!
이런 상처가 어쩜 내 딸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함으로.... 이땅에서도 더 많은 여자들이 당당해지기를...

이땅의 아내가 아니라 남편이라면 이런 고민을 이런 갈등을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