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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56

폐하루 모신다면서 ~


BY 아리 2001-12-10


나는 때때로 우리 남편을 폐하루 모신다구 너스레를 떨곤 한다

그래 결혼 하기 전에

우리 남편이 엄청 멋있구 괜찮은 남자루 보였기 때문에

그가 종종 농담으로

<난 폐하니까

짐이 ~-왕이 자기를 낮추어 부르는 말 -

저자거리에 나서야 하는가

어이 이사람은 사초야 -자기의 가가운 친구를 소개 할때두 -

그러니 잘 보여 역사의 흔적을 조금두 여과 없이 적는 사람이니 ...>

이렇게 방자함을 보여두 난 그를 믿어 주었다 .


내참 어이가 없어서

주머니에는 단돈 오천원두 없어서

커피 값두 못내는 아저씨가

아예 나에게 얼마를 꾸어서

-언제 까지 상환하겠음 하구 각서를 쓰고 -

밥값을 내어야 할 정도루 가난한 남자였다 ..


그래 말이 씨가 된다구

언젠가 재벌집으로 시집간 한남동 외인주택가에

부잣집 친구에게 놀러 가면서

무얼 사다 주어야 하나 하는 게 엄청 고민이었었다 ..

결국 그 의논에 지쳐 나가떨어진 친구와 난

"난 이담에 그런 부자에게 시집가서

너희들이 놀러오는데 무얼 사느냐 하는 고민 따윈 절대루 하지

않게 할테야 ..비누두 되구 샴푸두 되고 커피두 되구

어떤 걸 사와두 난 좋아 할거야

그리구 그 구석진 방 하나를 비워두구 지금처럼

날 기다리게 할거야 "

우리는 그때 의기양양 큰소리를 치면서

그 멋있는 부잣집에 가서 놀았다

도무지 친구집이라구 하기에는 너무도 고급스럽구

모든 것이 자로 잰듯한 구조속에

향수로 가득한 욕실

보석을 깔아 놓은 듯한 라카룸

공주의 방을 연상케 하는 침실

완벽한 손님 대접

그것이 우리를 질식케 했다 ....

그래 난 뭔지 모르게 @@애 집에 온것 같지가 않아 ..

어 그럼 세들어 사는 것같니 내가

친구는 놀라서 물었다

아니 꼭 그런 것은 아니구 ..뭐라구 해야 하나 ..

마치 사람의 냄새를 잃어버린 듯한 ...



돌아 오면서

어 나는 지금 내방에 있는 이 책상 하나만 들고 시집가버릴 테야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 책상은 우리 아버지가 일제 시대에

중앙청에서 쓰시던 독일식책상

아주 아주 크고 검고 무게가 있는 -못을 치지 않는 좋은 책상-


정말 우리 폐하는 가난 했다

나에게 다이아를 사줄 돈두 없었구

늙은 노모를 모시면서 실재루는 누나집에 얹혀 사는 형식이었으므로

나와 결혼 해서 살 방을 얻을 돈두 없었다 ..

그 당시 우리 신랑이 벌어 오는 돈을

우리 어머님은 은행 출입을 잘 못하시기도 하구

살림이 워낙 어렵다보니

방바닥에 깔아 놓구 만원 이만원씩 꺼내서

살림을 하시는 정도 였다구 하시니 ....


좌우간 집에서는 고위직 공무원이던 아니던 간에

인정 할수 없는 사윗감이구

함을 받는 그 날까지 날 너무두 서럽게 하셨다

이제 내가 너희집에나 가겠냐 ..-울 아버지

이구 함속에 뭐 가 들어있다구 함값을 달라구 ..-울 새언니 ..

좌우간 슬픈 야단을 들으며

나의 신혼이 시작 되었다 ..

나는 그때 울 신랑에게 ..

조그맣게 얘기 했다

<나는 나의 폐하를 이리 모시지두

이리 슬프게두 하지 않겠노라구>

이 이야기는 차마 말루 할수가 없어서

학교에서 애들 시험 볼때 쓰는 가르방에 긁어서

인쇄를 해 두었다 ..고용원 아저씨 손을 빌지 않구

온손을 까맣게 물들이며 ..


헌데 소위 요즘 울 신랑이 진급을 해서 부이사관이 되엇다

가난은 대를 물린다구

내가 아무리 아끼구 절약하구

살림을 잘해두 객관적으로 우리는 가난하다 (???)

친구들은 우리애들이 어릴때 우리집에 올때마다

큰보자기에 아이들이 입던 작은 옷을 가져다 주구

심지어 운동화 까지 깨끗이 빨아서 상자에 넣어서

보내주곤 했다



우리집에 와서 밥을 먹을때면 어 내가 다음 번에

쟁반 가져다 줄게 할 정도루 검소하게 살아왔다

......

울 신랑이 아침에 갑자기 자기가 진급 한 것에 대해

무력감이 느껴진다구 하는데 정말 인것처럼 나의 가슴에 전달 되었

다 ..--왜냐하면 정말루 축하해 줄일이라 너두 나두 한턱내라는 데

그야말루 밀어줄 현찰이 없다보니 -ㅋㅋㅋ-



"그래 무척 미안 한 말이지만 ..

당신 편하게 맘먹으라구 하는말이야

그래 좋은 일에 그 돈줌 쓰기로 서니 남자가 ..

예전에 비해봐

소위 때거리두 없어서 고민 두 하구 살었잖어 ..

얼마나 부자 되었어 ...그래 마누라가 확실하게 스폰서 되준다는데

뭐가 걱정이야 ..

"뭐가 미안한 말이야 .."

슬그머니 고개를 내리는데 ..

에구 폐하루 모신다면서 ~~~~~~~~~~~~


하지만 난 지금 울 남편을 폐하루 모시구 있습니다

아침 6시 20분에 출근 하는 남편 어디까지라두 배웅하구

마중을 잊지 않습니다

아무리 늦은 밤 술에 취해서

택시비가 없어서

거리에서 기다리라구 하면 기다려주고

갑자기 들이닥치는 손님하구 같이 놀아주구

--이건 무쟈게 신랑 기 살리는 일 입니다 -

누군가 우리집에 감찰을 나와두 조금두 부그럽지 않은 살림을

가지구 검소하다못해 궁상에 가까운 살림을 하구 있습니다 ..


-이건 참고루 울 신랑이 결혼 초부터

나에게 강력히 우기고 협박하던 부문

조그만 비싸다구 하는 물건을 사거나 하면

이구 저 브르조아 근성 하구 비난을 일삼는 무서운 감찰관이었다

그때마다 나의 친구들은

"엥 니가 .. 넌 프로레타리아야

니 신랑 그거 병이다 브르조아지라니 우리 아리 한테 ."

하구 혀를 내두를 지경

월급날에는 잊지 않구 편지를 쓰고

한상을 차려서 ..-생일상처럼 --

최고의 예우를 하려구 합니다

왜냐 우리집에 빛나는 태양이시며

폐하임을 인정하기 때문입니다ㅡ


내가 작은애를 조산하구 학교를 그만 둘때 ..

그래 나는 울 신랑이 있어서

그래서 사표를 쓸수 있는 거야 ..

나에게는 남편이 있기때문에 ..

여자에게 사표는 있을 수 있지만 ..

남자에게 영원히 (?) 사표란 있을 수 없다 ..

아 사과 장사를 하는 한이 있더라두 ..

남자는 처자식을 벌어 먹이는 곳이 바루 이나라구나 ..

아 감사 ..난 신랑을 믿구 당당히 사표를 쓰는 구나



몇년이 지나구 내가 다시 취직을 한다구 했을 때

우리 남편이 강력히 반대 했다

이제는 때거리를 걱정 할 정도는 아니구

오히려 풍족하다구 말할수 는 없지만

나름대루 쓸만한 돈을 가져다 준다구 스스로 인정하기때문에 .

어 그래 우리 마누라 돈을 그렇게 잘 버시면 ..

난 이제 돈은 십원두 줄수가 없어 ...

에구 날 더러 어쩌란 말이냐 ..

어쩔수가 없어서

마누라를 내보낼때는 세탁기두 돌리구

청소두 도와주었지만 ..

나는 이제 거실에 앉아서 마누라가 타오는 커피를 마시고 싶다 ..

나는 진정 집에서 만이라두 폐하가 되고싶다 말이야 ..

신랑들 줌 업어 줍시다

집에 와서 비록 큰소리를 칠지 모르지만

가끔씩 아주 가끔씩

회사에서 엄청 깨지구 얻어맞구

해결하지 못할 숙제를 안고 나올때가 많단 말입니다 ..


횡설 수설 정말 글은 안되지만

제가 말하려구 하는 건 서로 맘으로 알아 주시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