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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 여우?, 앙큼한 여우?...


BY 못냄이 2001-12-10


이쁜 여우들에게...

제가 살던 동네는 목장 한모퉁이에 포도밭과 딸기밭이 옹기종기 붙어 있는 대학 근교의 그런 마을이었답니다.

목장의 넓은 목초지에 사료용 호밀이 우리들 가슴께 올만큼 자라 바람이 불면 하늘거리며 물결치는 모습이 아름다워...

전 자주 목장 언덕에 올라 젓소들이 느릿느릿 놀며 풀을 뜯는 모습과 바람에 일렁이는 호밀들을 바라보며 호밀들의 머리위로 밀려오던 풀내음가득 담긴 바람을 가슴가득 받아 안아 보곤 하던 그런 시절.....

이다음에 이런 목가적인 목장의 주인이 되어 한평생 살아보리라 다짐하곤 하였지요

그당시 저는 어느 지방대학의 농대학생이었구요
가끔은 넓은 목초지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며 되지않은 시를 적어 보기도하고 학비에 생활비 그리고 앞으로 닥아올 목장주인의 꿈을 위하여
약간의 저축도 해야 했기에 하루에도 여러개의 아르바이트를 하였답니다.

이름새벽 근처 공단지역의 공장에서 원료가 서울에서 내려왔으니 하차부탁한다는 조그만 공장사장님의 연락을 받고 나가서 화물차량 기사와 둘이서 8톤이나 되는 화물을 창고에 하차하고 학교로 뛰어가면 학생회에서 주관하는 근로장학생의 뱃지를 달고 도서관 지하 식당으로 달려가 급우들이 먹고난 설것이랑 홀 청소를 제빨리 끝내야 아침먹고 첫강의를 갈수 있었지요

밤새워 일하느라 그리고 식당에서 일한후 씻지도 못하고 달려와 음식냄새랑 화학염료의 매케한 냄새를 풍기며 늘 헐래벌떡 뛰어 오는 영원한 지각생으로 저의 학우들에게 기억이 될지도 모르는 그런 일과들의 연속이었죠

저녁엔 또다른 아르바이트가 기다리고 방학이면 오지않으면 안된다며 저의 방학이 되기를 기다리던 적벽돌공장...

철도역에서의 역화물 상하차며 대한통운에서의 비료등 수송일...
모두모두 저의 대학시절 제가 일하던 터전이었답니다.

덕분에 저는 제손으로 번돈으로 대학을 나올수 있게 되었고 그러고도 남은 돈으로 시골 어른들께 일년에 소한마리씩을 싸다가 시골집 아래채에 묶을수가 있었답니다.

속없는 이웃 아주머니들은 성실한 저를 보며 사위삼자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은근히 저에게 추파아닌 추파를 던지기도하던 그런 시절...

어느날 공부와 아르바이트 사이에서 고민하며 입학후 처음으로 앉아보던 연인들이 늘상 붙어 낮아 소근거리던 대학내 러브로드앞 연못 벤취에서 전 그러한 일들을 고민하며 앉아 있었는데....

바로옆에 앉아 뭔 고민이 그렇게도 많은지 도와주고픈 생각이 파도처럼 밀려오게하는 그런 긴머리 소녀가 있지않겠어요? 새초롬한 자테로
...

곁눈질로 바라본 그녀는 어느새 저의 가슴가득 차지해버리고 말았답니다.여태껏 제가 싸안고 고민하던 문제는 뒤로 멀리멀리 던져버리고 그 긴머리소녀의 고민이 저의 고민의 전부인양 ....

앞에서 보던것처럼 저돌적인 아르바이트를 감행하던 저에게 소녀에 대한 사랑 또한 저돌적이었다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전 그날 그녀의 남자친구가 되었죠!!!
약8개월후 그녀는 졸업을 하고 전 대학2학년의 몸으로 긴머리소녀의 평생 머슴이 되고 마당쇠가 되길 자청하여 결국은 성공하였답니다.

그후 약2년반간을 한방을 쓰면서도 그녀의 뜻에 따라 두개의 이부자리를 사용하며 그야말로 남매와같은 생활을 하였다면 누가 믿어줄까요?

주위에선 특히 양가부모님들이 아이가 없다고 야단이 났는데...

결국 제가 짐승이 되고 긴머리소녀는 앙큼한 여우로 변하여 토끼새끼 셋을 낳아 버렸답니다.10년이란 세월이 그렇게 그들 짐승들과 함께 흘러 가버렸구요

오늘 피곤하다며 낮잠을 주무시는 앙큼한 여우가 된 긴머리소녀? 아니 머리 물들인 짧은머리 엉큼한 큰 여우를 내려다보다가 평생 여우의 머슴이 된 소년의 미래를 보게되었답니다.

턱수염이 수북하게 자라고 머리엔 어느새 흰머리 덤성덤성한 머슴의 모습을 짐승들이 사는 집 목욕탕에서 발견을 하게 되었다는거 아닙니까?

그들의 모습이 늙은 여우 이빨 빠진 짐승 머슴이 될때까지 함께 살아 갈 모습 말이에요!!!

짐승과 여우가 토끼를 낳아 키우며 살아가는 세상도 한번은 살아 볼 만 하다고 어디 입큰 여우가 계시면 동네방네 입방송좀 부탁 드릴까요?

기왕이면 짐승는 아직도 여우를 찌릿찌릿 하도록 사랑 하더라고도 더불어 전하여 주세요....

흐린 겨울날 못냄이가 이쁜 여우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