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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의 뇌진탕 책임은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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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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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 만에 나이트 가다


BY 얀~ 2001-12-08

.. 아침에 잠결에 들었던 까치 울음이 꼭 내 웃음 같다. 점점 더 터프해지고 과격해 진다. 그래도 그 웃음을 바꾸고 싶지 않다. 하루에 따져봐도 업무중에는 웃음이 별로 없으니.

모임이 있었다. 여성들이며, 망년회로 모였다. 참석자중 막내지만 총무를 3년 가량 했다. 놀기 좋아하는 젊은이니 술도 많이 마시고, 분위기 띄운다고 웃기도 젤 많이 하고, 성들의 기발한 대화법에 익숙하진 않지만 적응하고 즐겁게 시간을 보낸다. 일차는 저녁을 먹었는데, 나이든 두 성들의 입담에 놀랠 수밖에 없었다. 나이가 비슷한 한 분이 계속 '그럴 거면 회장 자리 내놔'였고, 듣는 나로서는 눈이 동그래지고 소심함에 걱정부터 앞섰다. 그런데 "까르르~~깔깔"하고 웃음이 터졌다. 두 분의 행동을 보니 그건 싸움이 아녔다. 한 분이 고기에 장을 바르면 한 분이 기다렸다는 듯 고기를 낙아 챈다. 그게 계속 반복되면서도 말은 반복되는 것이다. 그 상황은 장난이었던 것이다. 술도 마시고 대화도 신이 났고 이차를 어디로 갈 것인지 결정을 했다. 난 노래방으로 가자고 했다. 요즘 피부과에 다니고 있고, 피곤을 견디지 못하고 늦잠을 자는 바람에 쉬고 싶었다. 이차 노래방으로 갔는데, 전화가 왔다. 모임에 참석 못한 회원이 유성으로 오라는 거였다. 결국은 16명이 이동을 해야 했고 택시를 부르려 했더니, 콜밴을 부르는 것이다. 하여튼 16명이 콜밴을 타고 카사노바 나이트를 갔다. 한차에 타서도 계속 웃음이 터졌다. 콜밴 한 대에 16명이 다 올라타고 갔다. 나이트 가본지가 언젠지, 화장도 못하고 질끈 동여맨 머리가 영 그랬다. 성들한테 '복장이 영 아니네'란 말을 던졌다. '봐요 머리 옷도...' 머리는 앞 머리카락 내려온다고 핀 꼽고, 머리를 잡아당겨 또 묶고, 옷은 헐렁한 남방에 바지도 면바지였다. 막내의 역할을 잘 하려고 다짐했고, 물 만난 고기처럼 놀기만 하면 된다.

자리를 정하고 앉기도 전에 한 살 차이나는 친구처럼 말 놓은 성의 손을 잡고 스테이지에 나갔다. 가끔 신나는 외출도 좋구나 생각했다. 전부 스테이지로 끌어다 놓고, 흔들다가 부르스 타임이 되었다. 예전엔 남편이랑도 별로 즐겨하지 않는 타임이고, 앉아서 술을 마셨는데 이번엔 성들을 전부 한 분씩 모시고 나가, 허리를 감싸고 볼에 뽀를 해가면서 노래를 들으며 리듬에 취했다. 볼을 비비고 뽀를 하면, 주변 사람이 흘끔거리며 처다 봤지만, 난 즐거웠다. 막내니 귀엽게도 봐주고 그동안 엄마로부터 접촉이 그리웠던 터에...

중간에 끼는 오빠들, 전부 왁스의 오빠 노래를 변형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오빠는 빠져'란 노래와 함께 밀려나가고, 두시간의 스트레스 팍팍 푸는 성들 옆에서 열기를 느낀다. 나이가 들어도 끼가 있고, 즐거운 웃음이 있다는 것.

한 달에 한번은 벗어날 자유가 있다. 그렇지만 아이들과 일들로부터 자유롭긴 어렵지만, 한 번쯤 벗어나 색다른 공간에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놀기도 잘 놀아야 일도 잘한다. 그 달에 쌓인 스트레스 그 달에 푼다. 히히히,그렇게 생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