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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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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빨간운동화(1)


BY 몽마르뜨 2001-02-15

여행을 하고 싶어도 어려서는 돈이 없고, 젊어서는 시간이 없고,
돈과 시간이 다 충족이 되면 다리에 힘이 없어 못한다는 어느 여자 여행가의 말이 생각난다.
어렵다는 여행을, 그것도 해외 여행. 장소도 프랑스 파리로 여행할 기회가 있었다. 2년전 6월 남편이 프랑스 출장이 잡혀서 내친김에 나중에 합류하기로 하고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거금(?)을 들여서.
남편의 업무가 마무리 되는 2주후에 가기로 했지만. 그때부터 내몸이 아프기 시작하는데. 감기에 고열에 끔찍한 두통까지, 하루하루가 너무나 힘이들었다. 하지만 이게 어떤 기회인데. 평생 또 못가볼지도 모르는데 하면서 병원으로 약국으로 드나들었지만 차도가 없었다.
요즘 학생들이야 어학연수니 뭐니 나갈 기회가 많지만 신혼여행때 동남아 한번, 그것도 여행사 때문에 쇼핑센터만 이리저리 끌려다니다 온 기억밖에 없는 나로서는 링거병이라도 들고 나갈 각오로 이를 악물었다.
드디어 출발하는 날. 4살, 12개월 아이들을 시부모님께 미뤄놓고 병원에 들러 진통제에 수면제까지 든 약을 한움큼쥐고 걱정스러워하는 의사의 염려도 못본체하고 공항으로 향했다. 사실, 의사는 뇌막염이 아닌가 큰병원에 가보라며 장거리 여행을 못하게 했다.
일요일이라 공항은 혼잡했고 자리배정받은 후에 커피한잔은 복잡했던 그동안의 수고를 씻어주는 듯 아주 편안했다.
시부모님께 잘다녀오겠다는 전화를 드리고 비행기에 탑승했는데,
아뿔사. 좌석이 화장실 바로옆이 아닌가. 워낙에 화장실에 자주다녀서 다니기 조금 편한좌석을 달라고 했더니 이여자(?)가 화장실 바로옆에다가 배정을 했으니 12시간동안 잠은 다 잤구나 하면서 한숨을 쉬었다. 그나마 다행이도 옆좌석에는 덩치큰 서양사람이 아닌 마드리드에 사는 우리 교포 아줌마가 타서 심심치 않게 갈수 있었다.
그 아줌마, 남편이 사업하느라 일년에 반은 해외에 나가있는데,
아이들은 기숙사에 넣어놓고 자기는 한국으로 유럽으로 아프리카로 혼자서 여행을 다니고 있었다. 세상에 어떤책보다 여행이 주는 가치는 크다면서 열심히 다니라는 충고까지... 다니고 싶지. 여건이 안되서 못가는거지....
6시간쯤 지났나... 진통제때문에 가라앉았던 무서운 두통이 머리를 쥐어뜯기 시작했다. 멀미가 아닌 메스꺼움. 그리고 구토....
생각같아서는 기장에게 가서 집으로 보내달라고 하고싶을만큼 너무도 아팠다. 앞좌석의 비행기 현재위치와 남은 시간만 들여다보며,
거의 실신직전에 왔을때 드디어 비행기는 파리의 샤를 드골 공항에 착륙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