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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말리는 부부 26 ( 첫날에...)


BY 올리비아 2001-12-05

98년 1월 1일..

새해 첫날에..

정동진에 가서 일출을 볼까..
아님 제부도로 가서 일몰을 볼까..

새해 첫날을 앞두고 나와 울남푠..
턱 괴고 마주 앉아서 그렇게 탁상공론을 하고 있었다..

"동해에는 사람들 무쟈~게 많을꺼야..구치?"
"그~럼...차가 넘 막혀서 안돼.."
"음..구럼 우리 일몰.. 보러 서해로 가면 어떨까? 차도 안 막힐테구..
뭐 새해 첫날이라고 꼭 일출만 보란 법 있남.."(←나 잔머리의 명수^^)

"음..그렇긴 해도..아마 그곳도.. 차가 많이 막힐텐데.."
"우쉬..구럼 어쩌자는거야?"
(거의 반협박..나 막가파..-_-.)

새해 첫날에..
뜨는 해를 보러 가는 사람들이 고속도로로 몰려
나와 인산인해를 이룰것은 눈에 보듯 자명한 일..
하지만 지는해를 보러 오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이야..

우린 그렇게 신정연휴를 어찌 보낼까 고민하던 중..

역쉬 이 잔머리의 명수..
새해 첫날 뜨는 해의 의미만 둘소냐..
새해 첫날 지는 해의 의미도 되 새겨봐야 되느니...

그러며 새해 첫날..
우리식구들은 그렇게 서해로..향하게 되었다..

이런 날은 차가 막히니 나가지 말자는
남푠의 말도 걍~ 무시하고..

대전에 할머니댁에 가자는
애들의 말도 확~ 무시하고..

완죤히 나의 막가파 고집 하나로
우리식구들 모두 제부도로 렛츠고~했다..

아이들은 오로지 대전에 가서 즈 또래
사촌들하고 노는게 마냥 좋기만한 아이들 이었기에..

해가 뜨건.. 해가 지건.. 그런거엔 별 관심도 없다..

그래도 이 못 말리는 아즈메..
새해 첫날 그리는 보낼수 없다며
서쪽으로 서쪽으로 들뜬 기분으로 향했건만..

에그머니나..흑흑..
나와 같은 잔머리의 명수들이 장난 아니게 모였당..-.-;;

그 곳에도 도로가 무쟈게 막히자 난 그때부터
온 식구들의 따가운 눈총을 한 몸에 받으며..

"..아..직.. 멀..었어??"
아이들은 마치 고장난 테이프 늘어진 목소리로

"다왔어??.. 아직 멀었어??"
내 이소리를 10분마다 들어야만 했고..

차가 많이 막힐테니 나가지 말자 했던 울신랑..

아예 삐져서리 말 한마디도 않고 담배만 뻐끔뻐끔..
그 추운날 창문 냅다 열고는 열 받은 머리를 식히고 있었다..ㅠ.ㅠ;

그러던 중 아이들은 급기야.
"우와~~배 고프다~~아직 멀었어?? 칼국수 먹는다면서 언제먹어~~~"
(우쉬..저것들이..팍@#$#@$눈치도 없이 불난집에 부채질을..-.-;;)

그러더니 이내 밀려있는 차틈에서 아예..
차가 꽝 막혀 움직이지도 못하게 되자
드뎌 울 신랑 서서히 퍼붓기 시작한다..

이렇게 차가 막히는데 오자 했다는둥..
차 막힐때 운전하는게 얼마나 힘든줄 아냐는둥..
졸려 죽겠다는둥..피곤하다는둥..

(에구..치사하다자샤..구럼 장롱 면허인 내가 운전하랴? 참내..
니 용기있음 내게 운전대 건네 주든가..난.. 시키면 모든 한다..ㅋㅋ.)

내래 또 저런 소리듣고 속으로
꽁시렁거리고 가만 있을리 만~무~

"흥!!내 이럴줄 알았나? 그리고 뭐 이런 날 차 막히는거 당연한거 아냐!!"
(당연하다니..오우노우~~나도 이럴줄 알았다면 안왔쥐~..흑흑..)

실은 이 정도로 막히리라곤 나도 생각 못했다..
작전 미쓰당..흠..잔머리 말고 굵은머리를 좀 더
굴렸어야 했는데 아~ 증말 아쉽다..
(아임 미스테?揚?미스테리가 되버렸당)

차 안에서 그렇게 투닥투닥..(콧물 훌쩍훌쩍.. 삐짐~~)
둘 다 삐져서리 입은 대빨 튀어 나오고..

결국엔 우린 차를 다시 되 돌려서 아이들의
의견데로 대전으로.. 내려 가기로 하였다..

그렇게 새해 첫날 일출이고 일몰이고 다 때려치뿌고..

걍~ 맘 다 비우고 대전에 가서리 동양화의 팔광 달님이나
보기로 하고 그렇게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데..

갑자기 달리는 차안에서 왠..
이상한 화학성 냄새가 나는게 아닌가...

"흠..이기... 뭔 냄새쥐??"
"글쎄.."
"바깥에서 나는 냄새야.. 아님 우리차에서 나는 냄새야??"
"이상타..어디서 나는거쥐??"

그러며 한참을 가다보니..
결국엔 우리를 태우고 달리던 애마가..

지도 디따 열 받았던지 한몫 끼어서
묘한 냄새를 잠시 풍기는듯 싶더만 급기야는
차 앞에 연기가 모락모락~~~

허걱@@
뒤에서 지겨움에 몸부림치고 있던
아이들 놀라 눈이 똥그래지고..

우린 허겁지겁 놀라 도로 옆에다 급히 차를 세우고는
남푠이 나가서 차앞 본네트를 열고 여기저기 들여다 보고는

다시 차안으로 들어와 시동을 걸자..
흐미~~시동이.. 걸리쥐.. 않는..거다..

"어쩜.. 좋아.."
"왜 그런거야?"

이렇게 내가 묻는말에 대답도 없이
어이없어 두리번 거리다가는..
급기야는 울남푠..

"우쉬..괜히 제부도는 가자고 구래가지고.."
"구럼 나 때문에 차가 고장 났다는거야 뭐야??"

둘이 앞좌석에 앉아 서로 또 냅다 소리 지르자 ..
뒤에 앉은 4살이었던 막내가 그만 겁이 났던지
"우앙~~~"

흐미~~내가 미쵸@@...

그렇게 푸닥거리 한바탕 치루고 나서리
다시 냉정을 되찾은 우리 부부..^^

좀전의 순악질 부부에서 우린 언제 그랬냐는듯히
다시 온화한 부부가 되어서리 이내 침착한 표정으로..

각자 가지고 있던 핸폰을 들고는 좀전의
조폭 마누라같은 목소리는 어디로 사라지고..
(그때 나도 핸폰이 있었다.)

"여보세여..엄마야 난데..@#$#@(←나..기다리고 있는 식구들에게 알리는중)
"여보세여..**보험회사져.#$#@$"(←울 남푠..사건 접수해달라는 소리중..)

이렇게 서로 마주보며 상황 보고전화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울 남푠은 자기 핸폰을 들고 자동차회사에 다니는
친구에게도 차 상태에 대해서 설명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나도 우릴 기다리고 있을 대전 식구들에게 이런 상황을
생방송 현장 취재하듯히 설명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그렇게 분주한 모습들이 마치 당시 티브에 나오던
모 자동차 화재보험 광고를 보는 듯 해 보였다..
사건 사고는 이렇게 예고 없이도 오는거구나하고..

그렇게 얼마후에 연락받고 온 렉카차..

10키로 까지는 무료란다..
그리하여 우린 마침 무료거리가 해당되는
천안 톨게이트 근처에 있는 정비소로 가기로 하고

울 남푠 렉카차 앞에 운전수와 함께 타고가고..
랙카차에 연결된채 끌려가고 있는 차 안에서

나와 애들은 소리내어 웃고 있었다..

"ㅍㅎㅎㅎ"

얘들은 신기하다며 뒤에서 무신
놀이공원에라도 온거마냥 낄낄데고 웃고 있었고..

그 와중에도 나도 거 운전하는 사람없이
차가 저절로 앞바퀴 세우고 굴러가는게 디따
재밌다며 애들과 함께 손뼉치면서 낄낄거리고 있었다..

그렇게 우린.. 그날

동해 서해도 아닌 계획에도
전혀 없었던 천안으로 향하고 있었고..

대전에서 오빠는 우리의 소식을 듣고
그 곳으로 달려 오고 있었다..

그날 새해 첫날 우리 가족들은 그렇게..

동해의 눈부신 계란 노른자같은 일출도 아닌..
서해의 그 아름다운 일몰도 아닌..

담배연기 자욱한 정비소 사무실 토막의자에
다섯식구 서로 한심스럽게 흩어져 앉아서리
신년 특집영화를 보느라 TV앞에 옹기종기 앉아 있었다..ㅠ.ㅠ;;

울 애들이 그때를 잊을수가 없다며
그날 본 영화제목도 기억하고 있다는거 아닌감..참내..@@
(어찌~나 똑똑한지원...필요없는 기억은 왜캐 잘하는겨..쩝..)

지금도 가끔은 새해 첫날..
동쪽도 아니요 서쪽도 아닌 남쪽으로(대전) 향하는 우린..

그때 그 날의 이야기를 꺼내면서..
무쟈게 웃겼다는둥..재밌었다는둥..

그러며 가끔 새해 첫날 차 안에서
우린 그 잊지못할 추억을 이야기하곤 한다....

그때 그 애마는 그후 다른곳으로 시집을 보냈고
지금은 아주 튼튼한 애마를 데릴사위로 데려와서는
이렇게 맘놓고 추억을 되 새겨보게 되었지만..

그래도 가끔은 그런 추억을 남겨 준
그 애마가 고맙기도... 보고 싶기도...^^

그래서..
고로..모든 추억은..

지나간 과거가 된 것만으로도
.
.
충분히 아름다워 질수 있음을......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