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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군대 간 날에


BY 해바라기 2001-12-04

아들이 군대에 간다는 전날에
난 하루종일 제대로 일이 손에
잡히지가 않았다. 아이들이 선생님 왜 그러냐고
물어도 난 답하지 않았다.
내일이면 내 아들은
이 엄마품을 떠나 의정부라는 곳에 가야한다.
난 의정부에 한번도 간적이 없는것 같다.
아니 스쳐 지나갔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지나갔을것이다.
하지만 너무도 생소하고 한없이 멀게만 보인다.
그곳이 어디냐?
내남편과 나는 사나이가 되려면 군대는 가야하고
그리고 고생도 많이해야한다는 주관이지만
막상 보내려니 가슴이 아려온다.
내가 손을 내밀어도 닿을 수가 없으니,
허구헌날 늦잠 자는 우리아들
그 잠을 어떻게 견뎌낼까?

학원에서 퇴근하고
가까운 수퍼에 들렸다.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가지가지 종류별로 사고,
좋아하는 과자 넉넉히 사고,
마지막으로 <오 예스> 한통도 사고...
막상 집으로 왔지만
그래도 마음이 아프다.
내일 집을 떠나면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할텐데...
늦은 시간-
시계를 훔쳐보며 또 수퍼로 달렸다.
그래, 그거야
찰밥을 해 주어야겠다.
그리고 미역국도 끓어주어야겠다.
찹쌀 한되와 미역과 소고기
팥 한홉을 사서 집으로 오다가,
난 또 수퍼로 뛰었다.
아침에는 찰밥이 좋겠지만 의정부까지
도착하려면 열차간에서
김밥을 먹어야 할거야.
친구도 두어명이 따라간다고 하니,
걔들것까지 준비를 해야한다.

새벽에 알람소리에
잠이깼다. 열차시간은 7시
정신없이 대구역으로 갔다.
조금의 여유도 있을 수가 없다.
만약 아들이 저 열차를 놓치는 날에는 어떤현상이 벌어질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아들이 개찰구를 들어가는 순간,
눈물이 앞을 가렸다.
아들아! 너가 엄마품을 떠나는 구나.
아직도 바깥은 어둑어둑한데,
먼길 떠나는 아들을 보겠다고
엄마와 아빠는 그렇게 졸졸 따라 들어가서 열차에
몸을 실은 아들에게 눈물로 배웅했다.
[아들아! 씩씩한 대한의 남아가 되어다오]

집으로 오니 모든게 허전하다.
냉장고 문을 여니 좋아하던 아이스 크림이
그대로 고스란히 남아있다.
난 또 눈물을 훔쳐야만 했다.
먹지못한 과자와 초코파이도 그대로다.
아들이 쓰던 방. 아들이 입던 이불 옷가지들...
하나하나가 내 눈에 들어오며, 가슴이 저려온다.
핏덩이 일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이십년이 흘렸구나.
늦잠잔다고 구박한게
마음에 걸리고, 공부안하고 빈둥거린다고
잔소리한것 까지도 마음이 아프다.


오늘은 첫눈이 온다.
내 아들은 뭘하고 있을까?
눈이 소담스럽게 내리지만
난 좋아할 수만 없다.
내 아들은 지금 뭘 할까?
전방에서 제설작업을 할지도 모른다.
날씨가 추워지니,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