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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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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아닌데......


BY 칵테일 2001-02-12


곰보다는 여우가 낫다는 말도 있지만, 나 또한 한해 두해
나이를 먹어가니 그 말의 의미를 알 듯 합니다.

그래도 진국이 낫지, 가볍고 살살대는 여우가 더 나으랴
싶었는데, 그게 꼭 그렇지도 않습디다.

나에게는 현재 올케가 한명 있어요.
남동생의 처인데, 어촌에서 자라나서 그런지 살림도 꽤
살뜰하게 잘하는 편이지요.

그런데 이 올케가 가끔은 날 서운하게 합니다.

어제 그 동생네가 우리집에 놀러왔답니다.
모처럼 동생네와 함께 어울리다보니 누나인 내 마음은 왜
그렇게도 좋던지요.

이번에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조카도 귀엽고, 아직은 아이
티가 다 가시지 않은 그 밑에 꼬맹이도 귀엽구요.

배가 고프다는 동생을 좀 일찍 저녁을 먹이기 위해 무엇을
먹고 싶냐고 했더니 갈비가 먹고싶다고 해요.

그래서 원래는 회를 사줄 생각이었는데, 부랴부랴 갈비집에
예약을 하고 그 집을 가는 길이었지요.

그런데 요즘 광우병때문에 쇠고기 소비가 갑자기 눈에 띄게
줄었다면서요?

갈비집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올케가 계속 타박을 하는
겁니다.

광우병때문에 소갈비먹기가 찜찜하다는 거지요.

하지만 내 동생 또한 갈비를 먹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간절
했던지 아내인 제 올케에게 "됐어. 됐어."하구요.

나와 내 남편 또한 아직은 한국에서는 괜찮다더라 어쩌고
하면서 그런 올케를 다독였지요.

그렇지만 가는 내내 계속해서 광우병 이야기를 하며 찜찜
하다는 것을 자꾸 이야기해요.

그런데 막상 갈비집에 가서는 왜 그렇게도 잘 먹던지요.

아이 구워주는 짬짬이 자신도 알아서 잘 챙겨먹던데,
나중에는 더 추가하여 끝까지 남아 잘 먹두만요.

잘 먹는 사람에게 뭐라 하기도 뭣해서 말은 안했지만,
그렇게 차 안에서 타박한 사람치곤 앞뒤가 안맞습디다.

하지만 이미 내 기분은 조금 상한 뒤였지요.
동생이 갈비가 먹고 싶다 하여 기분좋게 동생네 저녁을
사주는 이 누나의 마음은 어땠겠어요?

그저 좋은 낯으로 자기 남편이 먹고 싶어 가자고 나선
갈비집이니 자기도 웃는 낯으로 갔으면 산 사람도 좋고,
대접받는 사람도 기분좋고 그런 것 아닌가요?

그런 일은 예전에도 있었습니다.
자물자물 그런 일이 흔하게도 많지만, 가장 기억나는 것이
있다면 아이의 옷에 대한 일입니다.

예전에 내가 나름대로는 꽤 성의있게 골라서 아이 옷을
사가지고 갔었지요.

골덴으로 된 멜빵바지였는데, 내 눈에는 그게 확 눈에 띄고
어린 아이가 입기는 여러가지로 실용적일 듯 싶어 고른 것
입니다.

그런데 그 옷을 받아든 올케는 고맙다는 말은 커녕, 대번에
타박을 늘어놓는 겁니다.

색깔이 남자애 옷 같다고 운을 떼더니, 멜빵바지 품이 크네
작네......
그러더니 급기야는 "어디 거에요?" 이러는 겁니다.

백화점에서 사다가 줬길래 망정이지, 어디 아무데서나 시장
같은 곳에서 사다가 줬더라면 또 무슨 소리를 들었을까
싶었어요.

값이 비싼 옷이라는 것을 알더니 그제서야 "그냥 입힐게요"
이러는데.... 정말 속된 말로 뚜껑이 확~ 열리는 기분이
들었었어요.

그래도 차마 시누이 노릇한다고 그런 소리 들을까봐, 올케
앞에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집에 돌아와서도 그 기분은 내내 풀리지 않아,
남편에게 하도 속상하여 그 말을 하였지요.

남편 또한 내 말에 속이 상했던 모양입니다.
대뜸 한다는 말이 다음부터는 옷이고 뭐고 사다주지도
말라는 겁니다.
나라도 그런 말이 나왔을 겁니다.

아무리 뭐가 어쩌고 저쩌고 해도 그래도 자기 남편의 누나
가 자기 아이를 위해 사다주었건만, 그런 퉁박이 또 어디
있습니까?

지금도 저는 그때의 기억이 안 잊혀져서 절대로 옷은 사다
주지 않습니다.

아마도 올케 입장에서는 왜 고모가 되어가지고 생전 조카
옷 한벌 안 사오나 싶을지 몰라도.....

나는 동생에게 돈으로는 줘도 내가 뭘 사들고 가는 것은
무척이나 주저댑니다.

도대체 사과나 배를 사다줘도 고맙다는 말을 하나, 햄 세트
를 사다줘도 맛있게 먹겠다는 말을 하나.....

그래도 때가 되면 동생네라고 이것저것 챙겨다주기는 하는
데, 올케는 생전 나에게 고맙다는 말 한마디 안합니다.

그저 당연히 받아야 할 것을 받는다고 생각해서 그런가,
일절 준 사람에게 아무런 말 한마디 안 해요.

그러니...... 곰도 그런 곰이 없겠구나 싶은 생각이 어쩔
때는 다 들 정도입니다.

일부러 내 앞에서 세세댈 것 까지야 없더라도, 일부러
챙겨서 갖다주면 고맙다는 말 한마디는 적어도 예의상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것은 무뚝뚝하다기보다는 무례하다는 생각을 먼저 하게
만들지요.

하다보니 올케 흉을 보는 걸로 내용이 마무리가 되었는데,
살면서 여우짓은 못할 망정, 적어도 남에게 고맙다는 말은
하고 살 정도의 마음의 여유는 갖고 살아야겠다싶은 생각
을 해봅니다.

그런 퉁명스런 것만 빼면 그런대로 괜찮을 성 싶기도 한데,
참 중요한 것에서 안타까움을 주는 올케입니다.



칵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