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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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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라가 애물단지인지, 에미가 애물단지인지...


BY seon004 2001-02-11

"밤이 깊었습니다.
청소년 여러분 집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tv에서 이 문구를 들은지가 몇년정도 된것 같다.
지금 시간은 그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을 지나고도 엄청
지났는데 이 가련한 에미는 잠자리에 들지 못하며 아픈 맴을 쓸어
내리고 있다.
지 방에서 코까정 골아가며 자고 있는 저 얼라는 정말 내딸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태평인지 뻔뻔인지 나도 헷갈리게 잠만 쿨쿨 잘도 잔다.

오늘 하루 또 싸웠다.
이제 초등학교 4학년이 되는 딸과 난 피말리는 전쟁을 날마다 한다.
알이 먼저인지 닭이 먼저인지
싸움의 근원적인 제공자가 누구인지도 아리송할 만큼
우리 둘은 정말로 싸움을 재미로 하는지
하나의 취미생활로 하는지 날마다 되풀이 해 싸운다.
이제 중학생이 되는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과의 전쟁이 아닌 진짜 머리에 피도 안마른
저 쬐끔한 가시나랑 싸운다는 것이 자존심이 허락치 않고 내 체면도 말이 아니다.
우린 왜 눈만 마주치면 싸우는지 모르겠다.
내가 저를 주워와서 키우는 것도 아니고 내 뱃속에서 열달동안 고이고이 모시고 있다가
저를 바깥세상과 만나게 해주었는데 왜 나한테만 그렇게 몰인정하고 야멸차고 쌀쌀맞고 저만 잘났다고 우기는지 모르겠다.

오늘도 나의 바깥외출로 싸움이 비켜가나 했는데
운명의 여신은 나의 편이 아닌지 또 하루의 일과를 치뤘다.(싸움)
딸내미 친구가 엄마가 어디에 가셨다고 하루를 자고 간다고 놀러왔다.
그래서 친구도 있으니 큰소리 안내려고 내딴에는 신경을 많이 써서
저녘도 배불리 먹이고 비위를 맞추어 주었는데 딸은 천군마마를 얻은 것 처럼
이름을 불러도 대답이 없고 심부름을 시켜도 싫다고 하고
tv를 그만 보라고 해도 쪼끔만쪼끔만 하면서 엉덩이를 한곳에 고정을 시킨다.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 오르는 화를 삭이며 참으려 애쓰면서 최대한의 부드러움을 실어
이제 그만 들어가서 책을 보던지 너 밀린 학습지 좀 해라 했더니만
엄마는 맨날 잔소리만 하고 폭력만 쓴다며 팩 토라져서
지 방문을 팍차고 들어가 버린다.
정말이지 쫓아가서 한대 패주고 싶은 마음이 저 명치끝부터 올라오는데
그래도 아직은 이성적인 판단이 조금 우세해서 음식물 쓰레기통을 들고
버리러 가는 것 처럼 하며 딸에게 같이 가자고 몇번의 간청을 했다.
나의 감추어진 한손엔 효자손을 들고서.

마지 못해 따라나온 딸의 손목을 잡고 아파트 계단 어두운 끝으로 가서
오늘 참아왔던 말을 하며 벌써부터 이렇게 엄마속을 썩이는데 앞으로 사춘기가 되고
중고등학생이 되면 어떻게 얼마나 더 에미속을 썩힐려고 이러냐
너정말이지 엄마없이 한번 살아보고 싶냐 너 하고 싶은데로 하려면 네 살길을 찾아 떠나라 내가 필요없으면 이길로 나가라며
해서는 안되는 소리, 말도 안되는 억지 논리를 써가며 아이의 눈물을 쭉 뽑게 만들었다.
흐느끼며 우는 아이에게 손가락을 걸며 싸우지 말자고 약속을 했지만

내일일은 내일 가봐야 아는것.

딸이 애물단지인지 에미가 애물단지인지 이소리는 남편이 한다.
우리둘이 성격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부딪히는건지 아님 엄마인
내가 딸을 잘 품어주지 못해서인지 매번 싸우고 나면 생각을 하고
어떤 대책을 세우려고 하는데도 해결이 되지 않는다.
눈앞에서 매번 말대답하는 딸을 그냥 두기엔 내 성격상 안되고
친구들에게 저 잘났다고 하는 모습도 눈에 거슬리고 싫고 좋음에 감정표현이
확실한 딸에게도 화가나고,
객관적 입장에서 나자신이 통제가 안되고
문제가 있을때마다 나름대로 고쳐본다고 하는것이 또 잔소리가 되어 나오고
정말 너무 힘들다.
엄마들은 아직도 멀었다. 이제 초등학생 가지고 그런다고 하지만 난 앞으로가 더 걱정인거다.
그래서 더더욱 부딪히고 큰소리나고 싸우는거다.
지금 잡아놓지 않으면 나중에 내가 끌려다니며 그 엄청난 사춘기의
위력을 당할까봐 겁이 나기도 하고...
오늘도 마음만 무겁고 착찹하고 잠은 오지 않고
생각만 한없이 하며 해결없는 문제만 붙들고 있다.
아직도 인생을 살려면 멀었다는 조소만 내어놓으며...
정말 한없이 가까워야 하는 모녀지간이 웬수처럼 되는게 아닌지 그것도 겁난다.
난 우리엄마에게 어떤 딸이었을까?

난 착한사람 증후군이 있어서인지 매사 이래도 되고 저래도 되는 것처럼 행동을 한다.
그래서 손해를 보게 되면 배아파 하고 맘속으론 엄청 미워도 하지만
표현은 못한다.
그저 속으로만 끙끙대고
그래서 밖으로 나타나는 모습은 착한 것 처럼 보일뿐 실제론 이중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때때로 내가 죄를 받아 내딸이 이렇게 된건가 하는 생각도 한다.
감정표현 못하는 엄마를 대신해서 지가 확실하게 하는건가.
어떻게 해야 잘 키우는건가요?
누구에게라도 묻고 싶다. 정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