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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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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사는 모습


BY 아침서리 2001-11-22

내겐 오랜 친구가있다.
울 딸애 처음 유치원갈때 길동무 아이의 엄마인 그녀..
조그맣고 반들반들한 집안만큼이나 앙징스럽게
이쁘던 그녀..
여름이면 반짝거리는 발찌를 하고 어색하지않게
시장으로 이웃집으로 놀러다니던 그녀..

내가 몇번을 이사하고 바쁜척하는 와중에도 간간이
연락해오던 그녀가 어느날부턴가 뭔일을 한다며
외려 바쁜척을 했다.
얼마후엔 운전연수를 받았다며 무척이나 .즐거워하더니.
그리곤 또다시 한동안을 연락이 끊어진지도 모른채
후딱 시간이 흘렀다.

오늘 아침..
예의 별로 신기할것도 없는 그녀의 목소리가 전화기를
타고 날아들었다.

나와요.
별로 그러고싶지않은데..
가을타나봐? 드라이브하자고..
그래? 뭐야?
조그만거야..기아서 나온거..
한다.
에구..장롱면허 20년이 다 되가는 날 또 고문하는구나.
그러니 내 어찌 안 나가리.

막 초보딱지를 뗐다는 그녀의 반질반질한 하얀애마보다 남편이
사 줬다는 핸들커버가 부러움으로 다가온다.
나는 오히려 작은것에 눈물을 흘리며 감동하는 인간이다.
차도에 비처럼 쏟아지는 은행잎을 맞으며 우리 둘은 바닷가
갑판으로 가서 생선꾸러미를 사들고 돌아왔다.
그사이 그녀의 전화는 쉴새없이 울리고 내핸드폰은
꺼진줄도 모른채 지루한 시간을 감내하고 있었다.

일을 한지 2년이 돼간다고 했다.
살림만 하던 그녀..알뜰살뜰 주부인줄로만 알았던 그녀...
이제 또다른 모습으로 내앞에 서 있다.
나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사회를 익히면서
부딪히면서 그녀는 몰라볼만치 성숙해져있다.
이나이에..하면
그 나이에.. 하고 맞받아치는 그녀..
그녀앞에 시간도 더디 흐르는 것인지..
이밤에 수수한 그녀를 떠올리면 한잔의
블랙커피를 마신듯 머리속이 산뜻해져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