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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의 뇌진탕 책임은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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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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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세남자에게 삶을...


BY 雪里 2001-11-22


내려오는 차안에서 나는 열심히 노래를 불렀다.
작은아들이 한 소절을 먼저 부르면
내가 따라서 부르기를 몇번이나 반복해가며.

"사랑했지만~~~~ 그대를 사랑했지만~~"

서울을 출발 할 때부터 부르기 시작해서
늦은밤 집에 도착 할 때까지 열심히 불렀지만
가사 외우랴 곡 익히랴,
노래가 엉망이다.

엉망이거나 말거나,
큰아들 원룸얻어 떼어 놓고 오는 서운함만 잊고 왔으면 차안에서의 노래는 성공한 셈이다.

어미맘 모르는 작은 아들은,
아침에 집을 나서는 내게 쪽지를 내민다.
"엄마, 가사 외우세요, 숙제예요!"
얼른 받아서 바지 주머니에 넣으며
이런 아들이 밉지 않아
살짝 눈을 올려 뜨며 미소를 주고 나온다.

내인생의 마지막 남자가 되어줄 아들들이
이젠 내곁을 떠나며 홀로서기를 시작하고 있는데,
더더욱 성숙해 지려고 날개짓을 해보이고 있는건데,
내 마음은 왜 이리도
텅 비어버린 교실에 혼자 남아,
어둠을 맞이한 초등학생이 되어
누군가 나타나 이름이라도 부르면
울음을 터뜨려 버릴 것 처럼,
가슴 하나 가득 눈물을 준비하고 있는건지.

아버지에게서 태어나
남편을 만나 살다
아들에게 노후를 의지 한다는
옛 여인들의 삶이,
지금은 많이 변해 가고 있음을 알면서도
"누구세요?"하고 되묻는 전화기의 수화기에서
"엄마의 노후보장 큰아들 입니다."하는
목소리를 듣고 기분이 좋아서
하루종일 콧 노래를 부르며 지내는 나는
다시 어린애로 마음이 오그라 드나보다.

아들을 결혼 시켜놓고 가까이 살면서
아들이 보고싶어 아들의집 근처에서 맴돌다
그냥 왔다는 어느님의 글을 읽고
가슴이 저렸었는데,
나는 얼마나 아들의집 주위를 배회하는 어미가 되려고
미리부터 이 모양을 하는건가!

허트러진 마음을 정리하려고
크게 숨을 들이쉬니 속이 한결 편해 진다.

주머니속에 있는 휴대전화기에 손이 가다가
만져지는 종이쪽지를 꺼내어 펴 본다.

"사랑했지만, 김광석"

작은 아들이 웃으며 올려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