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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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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 10. 10, 화요일, 비온 뒤 갬


BY 잠꾸러기 2000-10-11


퇴근길에 집앞에 있는 영화관앞에서 전화를 걸었다.
"저녁에 늦지 않으면 영화 보자. '뉴욕의 가을' 하는데...."
"담에.. 집에서 밥 먹도록 할께" (아직 여유있는 시간을 보내고픈 내맘을 깨뜨린 순간..)
"오늘 아님 나 시간없어. 그럼 끝나는데.."
"... 나중에 ....."
"알았어."

오는 길에 과일만 사가지고 현관에 들어서는데,
"아줌마~~"
두리번 거리다보니 주인집 아주머니가 윗층에서 부르신다.
"예!"
"앞에 세워진 흰차 누구차인지 모르죠?"
"예~"

반찬도 있고, 아침에 남은 콩나물국이 있길래 편하게 과일을 먹으며 TV를 보는데 신랑이 귀가했다.
먹던 과일 마저 먹고 일어나, 가스렌지에 불을 켜고 반찬도 꺼내고....
근데 콩나물국을 그대로 다시 주기가 좀 그렇다.
어제 사놓은 두부도 썰어넣고, 김치도 총총 썰어넣고, 서운해서 참치도 하나 꺼내 넣고...
내 밥그릇에도 조금 차린다. 안먹으려 했는데....
"자기가 만든 것중에 김치국이 제일 맛있어"(차라리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텐데..)
"미역국하고 콩나물국 끓이는 솜씨가 끝내준다며?"
"뭐 된장국도 나보다 못해..."
"식었어.. 내가 끓인 미역국, 콩나물국은 흉내도 못내겠다더니... 식었겠지. 아무거나 맛있는 시절이 지난거겠지.."
"... 최근 집에서 저녁같이 먹은게 몇번이야?" (아마 내가 이번주 6일중 3일이 저녁약속(회사에서)이 있어서 더욱 그렇게 느껴졌나보다. 저녁만은 되도록 마주앉아 먹고 싶다고 그랬었는데..)
"요즘 재미없어. 평일엔 아이가 없으니 얼마나 좋아. 좋은 시간 보내기에... 금방 아이 데려올건데, 그럼 더 힘들어지잖아."(주말에만 상봉하는 우리 딸.. 두돌이 되면 꼭 데려와야지 다짐하고 있는중이다.)
"암튼 요즘 반찬맛 그냥 그래.."

물잔을 들고 자기방으로 건너가며 "엄마(시어머님)한테 전화한다?"
"하려면 해.. 내가 먼저 할거다. 잘해~ 어머님한테 전화하기 전에"
"자기 내 바지좀 다려주라. 군대에서도 내가 제일 못한게 다림질이야, 주름만 잡아주면 내가 다릴께" (결혼후 내가 다려준 옷이 거의 없다. 항상 자기옷은 스스로 잘 챙기니, 잘 하려니 했다. 근데 그게 아니었나보다. 언제부턴가 다려달래서 아주 가끔 한번씩....)

설거지 끝내고 '가을동화'를 봤다. 끝나고 채널을 돌리니 '아줌마'가 하고 있다.
참 낯설었다. 저녁에 주인아줌마의 나를 부르는 소리..
물건을 사거나 반찬을 살 때 아줌마라 부르면 아무렇지 않았다. 아이를 안고 있을때는 더더욱...
평소 아무렇지 않았는데, 유독 저녁무렵 들은 아줌마소리가 낯설었다.
신랑한테 얘기했더니, "자기 아직 젊은가보다"
"아니 평소에는 괜찮았는데 조금전에는..."
"아기엄마 아님 새댁이라 불러도 괜찮았을텐데... 내가 생각해도 그렇네?"

아침처럼 그렇게 늦으면 아이데리고 와서 어떻게 하려구 그러냐며 핀잔을 준다.
"오히려 아이데리고 있음 늦지 않을거야. 워낙 일찍 일어나는 아이잖아. 오히려 더 일찍 챙기게 될거야" (일요일 늦잠을 자지 못한지 오래다. 주말마다 데려오는 아이가 안타까워 늦잠도 못자고, 일어나는 시간(새벽6시)에 일어나서 놀아줘야 한다. 안그러면 서럽게 운다)

나는 오늘 아침 지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