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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길(63) *쉰?세대 엄마와 신세대 아이들*


BY 쟈스민 2001-11-21

월급을 받았다고 내가 가족들에게 저녁을 사주마 했다.

남편은 타조요리를 먹자 하고...
난 매운게 먹고 싶다 하여 아구찜을 먹자하고...
메뉴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곁에서 아이들이 덩달아 아구찜을 먹자 한다.

다수결에 의하여 그렇게 결정을 하고 먹기 시작한
아구찜은 입안이 얼얼하면서도 입맛을 끌어당기어
기어이 아이들의 얼굴은 벌개지고, 땀을 뻘뻘흘리면서도
맛있게 먹는다.
시원한 아구지리로 매운속을 확풀어 내고, 볶음밥을 먹은
우리는 배두드려가며 그 집을 나왔다.

아이들은 그냥 집에 가기가 서운했던지 모처럼 노래방엘
가자고 했다.

초저녁인데 술도 마시지 않은 정신으로 노래가 나올까 몰라 ...
투덜거리는 엄마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앞장서 노래방으로
향하는 딸들을 말릴이는 아무도 없었나 보다.
남편과 난 그냥 아이들이 하는데로 두어 보기로 하며
한쪽눈을 질끔거린다.

드디어 룸을 배정받고서 들어가자 마자 자리에 앉을새도 없이
마이크를 주거니 받거니 두 딸아이의 공연장이 펼쳐졌다.

요즘 나오는 신세대 가수들의 노래 ... 뭔 소리를 하고 있는 건지 ...
도무지 이해하기도 힘들고... 따라 부르기도 힘든 노래들 ...
엄청난 세대차이를 느꼈지만 그래도 함께 온 일행이니 분위기를
맞추어 줄 수 밖에...

웬만한 댄스 가수 못지 않게 경쾌한 몸놀림으로 온통 분위기를
휘어잡고 마는 이제 아홉살, 일곱살 난 두 딸아이를 보면서
난 그저 아연실색해야 했다.

아니 ... 학교가랴... 학원가랴 ...
맨날 바빴을 아이들이 언제 저렇게 노래와 춤에 익숙해질수 있었을까?
그동안 TV란 매체에 그대로 노출되었을 아이들이 다소 걱정스러웠다.

하긴 아이들도 마음속에 무엇인가 쌓이고 있는 게 있다면 어떤 방법
으로든 풀 수 있는 출구도 마련되어 있어야 할 거란 생각은 든다.
하지만 스폰지처럼 그대로 다 흡수되어 버리고 마는, 아직은 자신화
할만큼의 판단력이 완전히 갖추어져 있지 않을 거란 생각에 마음이
좀 무겁기도 했다.

놀때는 신나게 놀줄도 알고 ... 공부할 때는 무섭게 집중할 줄도 알면
물론 더 없이 좋을테지만, 그건 아마 아이들에게 너무나 완벽한 인간
으로 살라하는 말이 될 수도 있음이다.

그 톡톡튀는 신세대의 감각이 내 아이들에게도 이미 익숙하게
와 있음에 실로 놀라웠다.

하긴 요즘 세상에는 뭐 한가지라도 특출나게 잘할 수 있는 일,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수 있는게 행복의 지름길일수는
있다지만 , 아이가 일찌감치 연예계로 가겠다 하면 그 부모는 심히
걱정스러운 게 현실이다.

겨우 몇곡의 발라드곡으로 엄마의 소임을 다하고서...
난 그렇게 박수를 쳐주며 애써 흥겨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지 않기
위하여 가만히 있어주는 일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걸 보면
난 참 세련된 엄마는 못되는 듯 하다.

모처럼 엄마, 아빠가 깔아준 멍석에서
맘껏 자신의 장기자랑을 한 두 녀석들은
한 시간을 넘게 놀고도 또 아쉬워 하며 내일 또 오자고 한다.

참으로 열심히 노래부르는 아이들을 보면서
다른 이들 앞에서도 주저거리지 않는 자신감으로
이 세상을 살아갈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자신이 먼저 앞서서 분위기를 리드해갈 줄 아는 것은
어느만큼은 세상을 유쾌하게 살아내는 데 좋은 요소가 될 수도
있음을 알기에...

세월이 흐를수록 아이들과 나는 그런 세대차이의 폭이 점점
커져감을 아마도 느끼고 살 것임이
어젠 정말 피부에 와 닿은 하루였다.

하지만 아이들과 내가 편안한 대화로 가까워질 수 있는
어떤 계기가 되고 있다면 기꺼이 아주 가끔씩은
그런 시간들을 만들어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듯 싶다.

아이들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다보아 준다는 일이
참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려울거란 생각을 한다.

내 아이들의 밝기만 한 얼굴을 보면서도
저 아이들이 헤쳐나가야 할 세상의 이면까지를
어쩌면 너무도 많이 알아버린 엄마는 애써 모른체 하며
좋은 모습만 보이려 하진 않았는지 새삼 또 다른 내가
그 자리에 동시에 존재하고 있었다.

가족들 속에서 아이들이 맘껏 밝은 얼굴로 노래하고 ...
흥겨워 하는걸 보니 바쁘다는 핑계로 늘 미루어둔
오랜만의 가족외출이 참 소중하다.

그 속에서 작은 세대차이를 느껴도 보지만 아직은 품안의 자식들인
그 아이들이 그렇게 사랑스럽고 예쁠수가 없었다.
그런 세대차이 조차 너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때
내가 아이들에게 조금더 가까이 다가설수 있겠지...

아이들로 하여 조금 더 젊어진 것 같은 하루가
나에게 행복한 엄마의 자리를 마련해 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