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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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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d 와 포로노테잎


BY cosmos03 2001-11-20

god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내 딸아이.
한참을 tv에서 볼수가 없다~ 했는데 4집 앨범을 내고는 다시금 팬들앞에 선다고한다.
녀서은 매일을 안절부절 하며 오로지 god 얘기 뿐이다.
" 엄마, 호영이오빠가요~ "
부터 시작해서는 준형이 계상이 태우 대니까지 그저, 입만 열면 god, god~
노래하고 다닌다.
다른 암기는 하지 못하면서 어쩌면 그 가수들의 노래가사는 그리도 잘 외우는지.
오! 놀라워라~ 이다.

엊그제 일요일인가보다.
그날도 오후에 모 방송에서 그 가수들이 나온다고 한다.
그런데 마침 그 시간에 남편의 친구분과 약속이 돼있다.
" 너 집에서 너 좋아하는 가수들과 놀고 있을래? "
라고 물으니
" 나가시면 뭐 먹어요? "
헉~ 오로지 먹는거...
" 으음. 아무래도 오늘 같은날은 갈비라도 뜯어야겠지? "
아이는 한참을 망서리는듯한 눈치이다.
갈비냐, 아님 god냐를 놓고 고심하다가는 갈비로 정했나보다.
god 야 비디오로 녹화를 해 놓았다 보면 된다는것을 녀석은 영악스럽게
알아버린거다.
" 아빠! 예약좀 해 주세요 "
" 응? 뭔 예약? "
' 네 god 나오거든요. 예약녹화를 제가 할줄 몰라서요
그러니 아빠가 그 시간에 맞추어 예약을좀 해 주세요 "
" 그래? 알았으니 공 테이프 갖고와라 "
아이는 발딱 일어나서는 공 테이프를 찾는다.
우리 비디오는 양방향 비디오라 테이프가 큰것과 작은거 두개가 들어간다.
요즘엔 시중에 잘 유통이 되지 않는다고는 하던데...
녀석은 어느 하나의 테이프를 갖고와서는 내게 묻는다.
" 엄마! 여기에 녹화테잎이라고 적혀있는데 이거돼요? "
당연히 녹화테잎이라고 적혀있으니 이것저것 미처 못보는 뭐 중요한것이라도
녹화가 되어있나 싶어 그냥 그걸로 갖고오라 했다.
녹화에 들어가기전 그 내용이 무언가 궁금한 남편...
아무생각없이 비디오에 끼워 플레이를 시킨다.
헌데...
잠깐의 화면이 나오는 순간...
나...
총알보다 더 빠르게 퓨~슝 날라야했다.
그림도 소리도...흐~억 낯 뜨거운 포로노 테이프.
워낙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아이는 잘 모르는 모양이다.
남편의 얼굴은 벌개져서는 흠~흠~ 헛 기침만 해 댄다.
" 얌마! 딴것으로 갖고와 "
" 왜요? 뭔대요? "
" 이건...마! 그냥 다른걸로 갖고와봐. 화질이 영~ 그려 "
" 그럼 이건요? "
하고, 다시 갖고온 테이프을 보니 제목붙여 놓은곳에 아이의 이름 석자가 얌전히 적혀있다.
기억을 더듬으니 전에 TV 에서 태권도 시범경기를 녹화해 놓은 기억이 나는거다.
의심할 필요도 없이 그냥 테이프끼우고 플레이를 누른순간...
이럴수가~
아까보다 훨~ 찐~한....
그림들이 뜨고 있다.
소리? 말해 무엇하랴?
나, 미친다 정말...저 웬수.
범인이야 분명 울 서방 아니면 누구겠는가?
" 엄마, 아빠... 뭐예요? 저 테이프요? "
아이는 보아버린거다.
비록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능청스러운 내 남편... 아니 아이의 아빠라는 사람.
" 저거?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하는거야 "
" 미스코리아를 왜 옷을 벗고 뽑아요? 우~웩~ 이상해라 "
갖다붙일데를 갖다붙여야지.
왜 죄없는 미스코리아들을 갖다 붙이는냐 말이다.
그리고 그런것을 녹화 해 놓았으면 제대로 치우던가
아니면 장농 깊숙히라도 감추어 놓던가...
남편도 나도, 벌개진 얼굴로 아이앞에서 버벅거리게 된다.
포로노테잎이 졸지에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되어버렸으니...

아이를 들여보내놓고는 다른 테잎을 꺼내서는 무사히 녹화준비는 마쳤지만...
이튿날이다.
딸 아이가 슬며시 내게 닥아와 묻는다.
" 엄마! 어제요...정말로 미스코리아 뽑을때 옷을 다 벗어요? "
" 글쎄다..엄마는... 흠 흠 "
" 근데요 엄마. 남자들도 옷을벗어 왜? "
오! 신이시여. 이럴땐 뭐라 대답을 해야하나요?
말도 되지않는 대답을 해 주기보다는 아이에게 차라리 솔직한것이
조금은 나을거 같다.
어려서는 미스코리아가 된다고 거울 앞에서 온??여우짖을 다 했던 놈인데...
제 꿈에 불신을 갖으면 안될것도 같고.
미스코리아들을 색 안경을 끼고 보는것도 잘못된거 같기에...
" 얘. 딸. 있잔니...건강한 어른들은 그런것을 볼수가 있단다.
다른 내용이 아니고 어른 남자와 여자들이 사랑을 나누는것이거든.
너도 알잖니 아빠, 엄마도 사랑을 나눈단다.
만약 우리가 사랑하지 않았다면 네가 이 세상에 올수가 없었겠지? "
" 근데 이상해. 왜 비디오테이프에 그걸 녹화해 놓아요? "
" 그건... 그건 말이지. 다음에 조금더 네가 크면 자연히 알게되거든.
그리고 지금 네가 많은것을 안다면 어쩌면 넌 어른이 되고싶지 않을지도 몰라
우선은 궁금하겠지만 요만큼으로 만족할수 없겠니?
대신 엄마가 아이스크림 많이 먹게 해 줄께 "
하이고~ 생땀나던거.
횡설수설...이 웬수 어쩌자고 집안에 그런것은 놓아두어갖고...
날 왜 이리 힘들게 하냐고요~
단순하고 아직은 순진한 딸아이는 그냥 아이스크림을 통째로 갖다주는 바람에
더는 나를 곤란에 빠뜨리지 않고는 제 할일만 한다.
TV 화면속의 god 에 빠져있는게 얼마나 다행스럽던지...
하지만 이다음. 아이가 정말로 무언가를 알게되었을땐
엄마, 아빠를 기억하며 얼마나 웃을까?

정말로 당혹스러웠던 하루였는데...
님들이시여!
야시꾸리한 비디오테이프. 절대로 함부로 집안에 두지 마시고요.
녹화라도 할일이 있다면요 사전에 아이들 없을때 확인해 두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