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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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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울어 눈이 아프다


BY 찔레꽃 2001-11-19

어제 밤에 아니 오늘 새벽에 너무 울었다. 이젠 눈물도 없으려니 했는데 그래도 아직 많이 남아 있더라.
소리죽여 우느라 가슴도 아프고...


토요일이지만 학원에 가야하는 날이다. 학원에서 아이가 오지 않았다고 연락이 왔다. 필시 게임방에 있으리라 싶어 마음이 다급해졌다. 허락없이는 가지 않기로 했는데 시험이 며칠 뒤인데... 가게문을 잠시 닫고 찾아 갔다. 학교 앞에 있는 게임방에서 아주 쉽게 찾았다.
"나와!"
차에 태우고는 곧장 집으로 갔다. 나는 다혈질이라 뒤에 후회하더라도 그 순간에는 굉장하다. 그 성격을 모를리 없으니 아주 죽을 상을 하고 따라 들어 오는 것을 그 때부터 팼다. (이건 때린 게 아니다. 지금까지 나는 매를 들고 종아리를 때렸는데 그애가 나고서는 그렇게는 처음이었을거다.) 나보다 키가 크지만 엄마가 때리니 맞을 수 밖에.
사정없이 팼다. 항상 공부 일등보다 정직을 최선으로 알아야한다고 했는데 거짓말하고 게임방에 있다는 것이, 학원을 빼먹고 있다는 것이 용납이 되지 않았다. 지난 기말고사에도 시험기간에 가서 혼이 났었는데... 아들은 자신이 있어서 그랬겠지만 내 생각은 그게 아니다. 결국 2등으로 내려섰지만 2등했다고 혼낸 게 아니라 속인 게 나쁘다고 했었다. 그리고 이렇게 거짓말을 하면 아무리 1등이라도 용서하지 않는다고 했었다.
3일을 연달아서 게임방에 갔다니 기가 막히고...
그 거짓말은... 그래서 결국 나는 비교육적으로 나갔다.

엄마는 너를 낳았다는 죄다. 그 집에서 나올 때 모든 것 다 포기하고 너희를 데리고 나왔는데 바르게 살아야지. 왜 뻔한 거짓말하는 게 아빠를 닮느냐. 너희를 돌보지 않는 아빠를 봐서라도 보란듯이 바르게 자라야지. 내가 나중에 호강시켜달랬니? 바르게 자라서 엄마가 너희를 아빠가 없어도 이렇게 키웠다고 할 수 있게만 해라.
엄마는 거짓말하는 아빠가 정말 싫었다. 바르게 바르게...

급기야 나는 이렇게 까지 했다.

가자. 엄마와 지내려면 정직해야 하는데 너는 늘상 이렇게 나오니 오늘 너희들 아빠에게 보낼거다. 엄마를 힘들게 하는 사람끼리 제 멋대로 사는 사람끼리 살게... 생일파티에 간 작은 아이까지 불러서 차에 태우고 전화를 걸었다. 아이 아빠에게 (나는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다)
신호가 가고 그 쪽에서 여보세요 하는 순간 울기만하던 아이가 "차라리 시설에 보내 주세요" 벼락을 맞은 것 처럼 전화를 내려 놓았다." 엄마. 아빠에게는 보내지 마세요"
그 화난 순간에도 이 남자(아빠) 정말 불쌍하구나 싶었다. 아이에게는 얼마나 부정적이고 맺힌게 많았으면...(아이 데리고 낚시가며 애인 불러서 도시락 싸오라는 아빠였고 그 아들은 배고파도 먹지 않는 아들이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도 나중에 변호사에게 누구에게 갈지 적어내는 종이에 마지못해 쓴 것을 변호사가 보여 준 내용이다)

나도 참 우스운 엄마가 아닌가. 그렇게 펄펄 뛰었지만 정작 보내지 못하면서, 아이가 없는 것은 상상도 못하면서...
가슴이 팍팍해졌다. 아이에게 이 말이 나오도록 했단 말인가. 내가 상처가 깊다고 아이에게까지 칼을 들이대다니...

둘다 집에 가서 반성문 쓰라고 하고서는(연좌제다) 가게에 있는데 지옥이 따로 없었다.


밤에 들어와서 자는 두아이를 보며 울었다. 아이도 불쌍하고 그 남자도 불쌍하고... 절대 용서는 못한다. 이해는 하지만. 차라리 아빠를 그리워했다면 이만큼 가슴이 아프지는 않을텐데... 내 아이가 가진 아빠에 대한 미움이 너무 크다. 내가 오늘처럼 이렇게 이야기 한 적은 없었는데 아이 스스로 느꼈던 부정이 그 정도 뿐이다.
내 상처보다 아이 상처가 너무 가슴 아프다.
나는 나쁜 엄마다. 이해보다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강요한 나쁜 엄마다. 교육학 다 필요 없다. 이론과 실재가 너무 다르다.
키우는 게 힘들다.
내복이다. 남보다 더 힘들었던 남편도 내복이고 그보다 더 힘들게 하는 아들도 내복이다. 내가 한 선택이었고 내 아이라고 이런 부모에게서 나고 싶었으리.

아이의 상처를 보듬고 너무 내 생각으로 밀어서 힘겹게 하지는 않아야겠지. 눈이 너무 아프다. 가슴도 아프다.
이제 다시는 안 울어야지. 안 울려야지. 치사하게 보낸다는 공갈도 치지말고 대화로 풀어야지. 그러나 나는 거짓말에는 알러지가 심하다.
어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