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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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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쓰겠어요.


BY 강의 요정 2001-11-18


일몰의 어둑해진 시간에 집에 들어서면 식탁위에
놓여진 우편물이 나를 맞는다 ,

아들이 찾아다 놓은 우편물들은
청구서나 회지가 대부분이지만
간혹은 아직도 편지에 마음을 담아 보내는
지기의 이름도 얌전히 기다리고 있다.


기다리지 않았던 편지를 받을 때면
나를 기억하고 편지를 보낸 이의 마음이 떠오르면서
고마운 마음이 울컥 치솟아
눈물이 어린다.

나는 바쁘다는 핑게로 단지 그리움으로만 있었는데
그니는 나를 위해 먼저 손을 내미는구나
미안한 마음이 스쳐간다

오늘도 쌀쌀해진 가을 저녁을 걸어
기운 없이 들어온 내게 말없이 웃고있는
동인의 글씨가 쓰인 봉투 하나가 나를 맞아 주었다.

대구에사는 그녀는
간혹 동인지를 보내오고 편지를 준다
수선화 처럼 그윽한 그니의 모습을 떠올리며
가위로 조심스레 봉투를 연다 .

안부인사의 엽서와 함께 덧버선 두켤레가 나온다.
오래도록 잊고 있었던 덧버선!

아파트 생활에 길들여져
어느새 슬리퍼가 편한 생활이었는데
감색에 꽃송이 하나가 달린
깔끔한 덧버선을 신고 부엌에 서본다 .

많은 의미가 내개 전달 되어 온다 .
시린 마음을 감싸주듯
가장 보이지않는 바닥에서 지켜주는 포근함,

더러움을 제일먼저 타는 겸손의 마음 ,

맨발의 민망함을 적당히 감춰가며
조신한 여인으로 생활하기를 바라는
지기의 마음이 듬뿍 전해져 온다.

그녀로 부터 받는 덧버선은 이번이 세번 째다

모임을 위하여 대구에서 안양에 올 때면
나뿐만 아니라 동인 모두에게
색색의 덧버신을 하나씩 선물하는
그녀의 마음을 우리는 얼마나 소중하게 받았는지 .

번번히 받기만 하고 난 아무것도 해준게 없다 .
늘 빚을 지고 사는 듯한 마음을 ..
오랫만에 연필로 답장을 써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