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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의 뇌진탕 책임은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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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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쌤 몇살이예요?


BY 해바라기 2001-11-16

난 대구에서 서예학원을 하고 있다.
나이? 사십대 중반.
난 그래도 여기에선 내 나이를 속이고 산다. 주로 아이들을 상대하고 있기땜에 사십이 넘으면 당장 할머니 할아버지가 된다.
어김이 없다. 아이들이 그렇게 말하는데에야 아니라고 바락 바락 우길 수도 없고,갑자기 늙은이가 되어 버린다.
얼마전에만 해도 길을 가면, 나보다 나이든 사람이 많았는데, 이젠 정말 나도 나이가 많은 축에 속해 버렸다.
그래도 고학년은 그렇지 않은데 저학년일수록 할머니 같은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그렇다고 뭐 내가 늙어보이는 편도 아니다. 밖에 나가면 나보고 얼굴이 팽팽하니 아주 젊어 보인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들의 눈은 정확한가 보다. 더군다나 일학년의 엄마일 경우엔 나보다 열 몇살이 적다 그러니 할머니라고 부를 수밖에...

얼마전 여름때의 일이다. 모두들 창문을 열고 수업을 할때라, 우리도 창문을 열고, 옆의 유치원도 창문을 열고서 수업을 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서로 창문을 열고서 부르고 야단법석이다. 우리들도 서예가 끝나고 서댓명이 둘려앉아 한자공부를 하고 있는데, 느닺없이 "할머니" 라고 부른다. 내 앞쪽에는 나보다 좀더 나이가 많은 아줌마 회원도 글을 쓰고 있었다. 한 아이왈 "선생님 쟤들이 선생님 보고 할머니?m요. 졸지에 난 할머니가 되어버렸다. 오오 애재라! 슬프고 슬프도다. 이 나이에 벌써 할머니라니...

대학교 일학년인 아들이 학원 쇼파에 턱 버티고
앉았다. 아이들 曰"선생님! 저 아저씨 누구에요?"
내 남편이 왔겄다. 曰 "저 할아버지 누구예요?"
야! 심하다. 심해 ...
야그들아! 너희들 꼭 그렇게 불려야겠니?
내 아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가 엊그제 같다야.
이 쌤도 엊그제에 삼십대였어. 세월이 이렇게도 빠른걸
너희들이 알기나 한거니?

아이들은 내가 대충 가르쳐 주었건만 그래도 자주 묻는다.
그때마다 내 나이는 사십이 되었다가 사십셋이 되었다가,
언제부터 나이를 말하기 싫은 나이가 되었든가...
낙엽이 지고 눈이 내리고 그러면
또 하나의 나이테를 더해가겠지?
같은 세대가 아닌 다른세대와 같이 호흡하자니 정말 슬프구나.

쌤 나이가 몇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