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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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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기전 전화는 필수!


BY ggoltong 2001-11-15

이날따라 며느리는 한달에 한번
마술에 걸렸기에 허리가 아파
아침부터 꼼지락 꼼지락 댔다.

당연 애처가인 신랑은
아내보다 먼저 냉장고를 열고
국을 데펴 후루룩 아침 한끼 해결하고는
좀더 자리에 누워있으라며
살포시 그녀를 한번 안아주고
이내 빠빠이 하며 사라졌다.

하지만 남편의 말만따라 그저 편히
누워있을 집안 꼴이 아니였다.
집안꼴을 쳐다보니 생리통에 편두통까지
도져오는것 같았다.

허나 몸살까지 겹쳤는지
탱탱한 피부와 넘쳐나는 지방에도 불구하고
어째 조금은 아픈 기색이 엿보인다.
에라,모르겠다. 한숨 자고 나서 치우지 뭐.

아내는 다시 이불을 뒤집어 썼다.

띵동~
초인종이 요란히 울렸다.

누구얌..
왕비 아파 자는데..

자리에서 일어나 긁적긁적 시계를 보니
시간은 열시가 조금 넘었다.
어이쿠,많이 잤구나.
잠상문 쓸겨룰도 없이
누구세요~초인종 구멍에 눈을 맞대니
뜻밖에 문밖의 주인공은
서슬퍼런 시부모님이셨다.

에고,에고 이게 무슨일이람.
분명 어제까지의 나는
신랑 따뜻히 국데펴 아침 먹이고
열심히 엎어져서 방걸레질 죄다하고
저녁에 먹을 식단 쭈루룩 짠다음
마트에서 장보고 커피한잔 여유있게 마시는
그런 사람이였는데
오늘의 나는 완전 파이다.
문을 열어,말어...

얘, 아가! 뭐하냐~!문안열고..

잠깐만요~어머니!
저 화장실에 있거든요?
한 오분정도만 계세요~~~~ㅇ

나한테 주어진 시간은 단 오분 내에
이 전쟁터를 평온한 마을로 둔갑시켜야 한다.

며느리는 어질러진 방을 죄다 엎었다.
아랫층에서 천천히 발구르라는 말따위는
신경도 안쓰고 스케이트보드 타는 발보다도 빠르게
휘익휘익 집을 치우고 다녔다.

현관문이 다시한번 콰광한다.
네~어머니, 다 됐어요.

옷가지는 장롱에 쑤셔넣고
자다 말은 이부자리는 대충 개어서 이불장에 밀어넣고
빨랫감은 세탁기에 죄다 넣어버렸다.

며느리는 엄지손가락한번 잘근 씹고는
문을 열어드렸다.

까치집이 머리에서 탐스럽게 지어진 며느리를 보고
시어머니 눈한번 쓰윽 흘기더니 암말 않고
거실 쇼파에 앉으셨다.

날도 추운데..왠일이세요..

며느리의 살갑찝찝한 말에 시어머니가 댓구한다.
그 흔한 말...'지.나.가.다 - 들.렸.다'
에고,에고...지나가시는길 그저 목적지까지 가시잖구...

어디 아프냐..?
아뇨..그냥 좀 몸이 찌뿌둥해서..

그러니..?
그럼 자리 깔고 한 숨 자거라.
너 혹시 애들어서는 건 아니냐?
어째 몸이 부었구나?

(애들어서긴요...지금 마술걸렸사옵네다...)
아녜요.
괜찮아요. 뭐 마실거 한 잔 드릴까요?

세련무쌍하신 그녀의 시어머니는 따뜻한 블랙커피 한잔
내오거라 말씀하신다.
그녀가 커피를 타러 주방에 간 사이
시어머니는 집안을 버릇대로 찬찬히 훑어본다.

어디 안좋은 모양이야..
커피나 한잔 마시고 자리 떠야지..
자리에 누우라고 이불이나 펴주고 가..?
그래,나도 신세대 시어머니니깐두루..

시어머니는 안방 장롱에 손을 대었다.
손을 댄 즉시 이불두루마리에 맞아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커피를 타다만 며늘.
안방으로 즉시 달려가니 두터운 원앙금침에 깔려
에고에고 하는 시어머니가 한눈에 들어온다.

여태 이불 개는법도 모르냐는 시어머니
눈쌀을 찌푸리고 무안하여 주방으로 행차한다.
주섬주섬 이불을 개켜 넣는 며느리
이번에는 씽크대에 가득 쌓여있는 설겆이 꺼리를
보게 된다.
곧바로 시어머니 그림자마냥 쪼르르 주방으로 오던
며느리 곧바로 기가죽어 암말 못하고 쳐다본다.

넌 밤새 먹은걸 치우지도 않고 그냥 자냐?
참 속 태평한 애일쎄.
애비는 아침이나 먹여보냈어?

시어머니는 말꼬리 반절 스르륵 비틀고
잘 보니 청소흔적이 없는 며느리 살림살이가
눈에 거슬렸다.

오늘만은 잔소리를 안해야지.
거 몸도 아픈 모양인데 내가 너무 트집을 잡나..?

시어머니는 거실로 곧장 가려다가
살짝 걸레질이나 해줄까 하고 세탁실에서
걸레를 찾았다.
그리고 인공지능 세탁기 한번 슬쩍 쳐다보다
무심코 뚜껑 쫘륵 열었더만 빨랫감이
6.25때 묵혀두던 옷가지보다 많은것같아 여간
맘에 안드는게 아니였다.

며느리는 코가 대자나 빠져 시어머니표
블랙커피를 어르신 앞에 공손히 놓고
먼저 매 맞을 셈치듯 머리 조아리고 앉아있다.

벌써 이렇게 들키기를 여섯번.
거의 이런 모습이 며느리의 생활로 알고있다.
분명 어제까지의 때깔나게 살림하는 그녀는 없다.
다만 불시에 찾아오셔서 하필 핑계많고 변명많은
그녀만 있을뿐이였다.

시어머님이시여..
오시기전 전화한통은 필수라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