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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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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젖은 새우를 먹은날....


BY 설담 2001-11-15


아들놈 수능이 끝나고 역시나 시대의 흐름따라

왕창 망친 시험점수 땜시 온 집안이 쑥대밭이 되고

초상집 저리가라 울고 불고(나만)...

사나흘 그러고 나니 온몸에 힘이 다 빠져 버렸다.


"따르릉"

아빠 친구 마노라다.(이집도 만만치 않으련만...)

"우리 오늘 짐 싸가지구 새우 먹으러 가자."

이 와중에 웬 새우??

이 마노라 왈--

"이왕 깨진거 곡하믄 정승 돼냐?"

그래서 시험 망쳐서 죄인 아닌 죄인 된 놈덜들하구(모두

네놈이다. 한집은 재수생까정 해서 둘이다.)

세팀, 온집안 식구가 인천 갯벌 여행을 갔다. 가다가

양식장에서(물때가 아니라 배가 안 떴다나...)

잘 생긴 새우를 사고 물 빠진 제부도를 지나 숙소로 갔다.


그날밤, 아이들은 한쪽에서 밥을 먹고나서 노래방으로 나가고

풀죽은 어른들끼리 남아 애물단지 자식얘기하며 50주를 마시는데

난 사실 술한잔도 못한다. 술을 마시면 아프다.

그날 난 백세주 네잔 마셨다.

그리고 이러구저러구하는 아빠들한테 냅다 소리질렀다.

"시끄러, 새우나 먹어"-목이 메어서...(불쌍한 아버지들)

여기까정와서 머리에 쥐날얘기를 왜하는지...


밤에 바닷가에 물들어 올 시간에 산책을 나갔다.

깜깜한 바다에 쏴아--하는 소리와 함께 물이 천천히 밀려오는데

처음엔 장관에 감탄이 절로 나더니 물이 점점 다가오니까

겁에 질려서 뒤로 돌아 뛰어 나오고 말았다.

아침이면 언제 물이 있었더냐는듯이 모두 빠져나가

검붉은 갯벌만이 끝없이 펼쳐져 있을것이다.

어느덧 물은 다 들어와서 밀려갔다 밀려오는

파도를 만들고 있었다.


그밤 아이들과 손을 꼭 잡고 돌아오는데

하늘에서 은하수가 다 쏟아져 내릴듯이,

서울에서는 도저히 볼수 없는 별들을 한꺼번에 보았다.

우린 모두 마음이 깨끗이 ?육保?내려가는 그런

기분이었다.

까짓거 시험좀 못보면 어때 이렇게 예쁘기만 하구만...

나란히 걷고있는 아이들 뒷모습에 건강한 정신과

따뜻한 마음씨, 신체 건강함에 감사드리는 마음이 된다.



그래, 우리아이들이 다시 힘을 내서,

혹여 주어진 삶에 실패가 있었을지라도, 실패일뿐.

절대로 포기는 하지 않는 그런 아이들, 아니 젊은이로

커주기를 별을보며 기원했다. 그래서 행복했다.


눈물젖은 새우를 먹어 본자만이 인생의 삶을 논하라????

난 그밤에 철학자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