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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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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먹어도 돼요?


BY 베티 2001-02-03

<이것 먹어도 돼요?>

한 삼년 전부터 아토피성 피부염으로 고생하는 둘째 딸

아이가 요즘 치료를 받느라 애쓰고 있다.

목욕제를 타서 매일 목욕을 하고 보습제도 수시로

바르고 환약도 먹고 있는데 아무래도 다른 것 보다

더 힘든 건 탕약을 먹는 일일 게다.

어른들도 탕약을 먹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인데 언제 끝날

지도 모르는 약을 그래도 잘 먹어 주고 있어서 다행이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힘든 것이 있으니 바로 음식이다.

아토피성 피부염은 음식에 대한 알러지를 일으키는 것

이기 때문에 철저히 음식을 가려 먹어야 한다.

그런데 먹지 말라는 음식의 종류를 보면 아예 산골로

들어 가라는 말과도 같다.

육류는 돼지고기 닭고기는 물론 곰국도 먹어서는 안 되며

가공식품과 인스턴트 식품(햄버거,피자.라면),기름진

음식(튀김), 계란, 등푸른 생선,땅콩, 밀가루 음식, 짜

고 매운 음식, 단 음식등도 먹지 말라고 한다.

먹고 싶은 것 참는다는 것은 어른들도 참으로 힘든

부분인데 어린아이로서 오죽할까.

특히 치료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상처 부위

가 더 발개지고 가려워해서 식이요법을 철저히 하지

않으면 밤에 피가 나도록 긁고, 좋아지다가도 진물이

나 버리고 만다.

그렇다보니 주말이면 자주 먹던 삼겹살을 못 먹은 지도

한달이 훨씬 넘었고 밖에서 음식 먹는 것도 아예 생각

을 안한다.

하지만 냉장고을 열 때마다 아직 많이 남아 있는 김장

김치를 보면 도저히 그냥 넘어 갈 수가 없다.

그래서 토요일 저녁 아이들이 잠들고 나면 김치 부침개

를 맛있게 해 먹을 생각이다.

어차피 큰 아이는 부침개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

죄책감을 가지지 않아도 될 것 같다.후후.


얼마 전에는 이런 일이 있었다.

남편이 전화도 없이 다른 날보다 일찍 퇴근 했다.

저녁은 항상 먹고 들어 오기 때문에 우린 이미

밥을 먹은 상태였고 반찬도 별로 없었다.

남편은 라면을 달라고 했다.

그러잖아도 아이들이 라면 맛을 본 지 하도 오래 되어

서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 같아 망설이다 먹지 않을 것

을 다짐 받아놓고 끓였다.

하지만 상 위에 라면을 올려 놓자마자 아이들이 달려 왔다.

그리고는 눈치를 보면서 피어오르는 김에 코를 갖다

대고 말했다.

"엄마 냄새만 맡을께. 아! 냄새 좋다!"

그러면서 군침을 삼키는 어린 딸들을 보고 있자니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그리고 명절에 큰 집에서 식사를 할 때의 일이다.

먼저 식사를 한 나는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었는데

남편이 등 뒤로 와서 조용히 하는 말이, 둘째 아이가

고기와 계란을 보더니 정신없이 집어 먹더라는 것이다.

말려야 되는데 그 모습을 보고 도저히 말릴 수가

없더란다.


딸 아이는 음식을 먹을 때 곧잘 묻는다.

"엄마 이것 먹어도 돼? 이것 먹어도 안 가려워?'

하고 말이다.

그리고 종종 이렇게도 말한다.

"피부 다 나으면 쵸콜릿 먹을래. 우유도 먹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