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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의 뇌진탕 책임은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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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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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방 아가씨


BY 雪里 2001-11-08


"낚시!"
단곡손님이 가게에 들어와서 수화기를 들고
한마디만 하고 끊는다.

단골 다방이 있어서
아침이면 항상 손님들이 와서 시키는 것이 커피니까
"낚시"하기만 하면 아가씨들이 커피를 들고 온다.

"언니, 굿모닝!"
짧은 노랑머리를 나풀대며 뭐가 그리도 좋은지
다방 아가씨의 온몸에 신바람이 가득 들어있다.

일곱시에 일어나 하루종일 차배달을하고
저녁에는 모자르는 입금을 채우기위해
어떤 남자라도 꼬셔서 술이라도 먹고
시간비를 벌어야하는 삶을 살고 있으면서,
내가 생각하기엔 신바람 날일 전혀 없을것 같은 생활이건만
뚱뚱한 몸과는 대조적으로 몸놀림이 가볍다.
아니 상쾌해 보이기까지 하다.

어제저녁에 술을 많이 먹어서 속이 쓰리다며
커피를 마시는 손님 옆에 바짝 다가앉아 애교를 떤다.
점심을 같이 먹잔다.

"야!, 점심은 사줄 수 있지만 시간비는 못줘!"
"한시간만~~~!"

시간비 만오천원에 점심값을 계산하면
간단하게 오만원은 깨지게 생겼다고 하면서도
점심 약속을 한다.
옆에 앉아 듣고 있던 나는,
자기마누라 한테는 아까워서 그돈 안쓸거라는 생각을 한다.

피곤해서 온몸이 아파 죽겠어도 편히
쉴 수가 없다고 했다.
낮에 한숨만 편히 잘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시간당 돈계산이 되니까 낮잠을 자려면
최소한 오만원은 물어 넣어야 한다고 한다.
시간비에다 여관비까지.

별 요상스런 생활을 하면서 사는구나 싶은데
저렇게 콧노래까지 흥얼대며 생활 하는걸 보며
팔자이지 싶은 생각이 든다.

가끔은 아가씨의 엄마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배달 나와 있는사이 걸려오는 전화를 받고서
여느 딸들처럼 엄마에게 감기 걸려서 힘들다며
어리광을 떠는걸보니
보통집 딸내미 임이 분명하다.
내차 깨끗하게 잘타고 다니라며 엄마에게 맏기고 온
자가용 당부까지 빠뜨리지 않는다.

엄마가 다방 아가씨 하는것 아시느냐고 물으니
자세히는 말하지 않아서 모르시고 그냥 직장 생활을 하는걸로만
알고 계신다고 한다.
서른이 넘었는데 결혼은 안할거냐고 물으니
애인은 있는데 결혼은 생각 중이란다.
남자쪽에서 결혼을 서둘지만 들어앉아 살림하는것
적성에 안맞아서 결혼하면 견디고 살 수 있을지가
자신도 의심 스럽단다.

대화를 하면서도 여전히 내마음은
앞에앉은 노랑머리 아가씨가 안스러운데
아무 걱정 없는 듯이 앉아
손님들과 장난치는 본인은 즐거워만 보여서
웃음속에서라도 묻어나는 근심거리를 찾아보려고
멀거니 한참을 바라보고 있는 내게,오히려
"언니! 걱정거리 있어? 형부가 속 썩여? 한다.

"저렇게 사는 삶도 있구나!"

다큰딸 목줄해서 묶어 둘순 없겠지만
나같으면 내자식이 어디서 어떻한 직장을 다니는지
알고 싶어서 못 배길텐데,
몇달이 가도 딸의 숙소에 안와보고 견디는 이는,
강심장을 가졌나보다.
그부모에 그딸인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직장에간 아들에게 전화하기 미안해서,
"잘 있는거지"라는 문자 메세지 띄워놓고
시간내서 전화 걸려 오기 기다리고 있는 어미인 나는
아가씨 말대로라면
복잡한 머리속을 더 복잡하게 만들며
살고 있는거라는데,
글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