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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BY ached 2001-01-31

나는 요즘 말하고 싶은 생각과 귀를 막고 싶은 생각으로 골머릴 앓고 있다.
시작은 시댁에 가서 형님과 지낸 1박2일이었다.
우리 형님으로 말하자면 뭐 하나 빠지는것 없는 여자다. 소위 사람 주눅들게 하는 류라고 해도 좋겠다. 반은 욕이니까.
어쨌든 그녀는 말쑥하고 옷도 패션에 뒤지지않고 알뜰한데다 손해보는 일은 죽어도 안하는 훌륭한 어른이다.
그런 그녀와 나는 결혼한지 5년이 되었건만 깊이 있는 얘길 해본일이 없었다. 기회도 없었고 서로가 서로에 대해 별흥미가 없었던 것도 이유라면 이유. 그랬던 우리가 여러 시간과 공간이 맞아 떨어지는 애매한 상황이 돼 1박을 같이 하게 된것이다. 우리는 TV앞에 앉아 미주알 고주알 별의별 얘기를 다했다.
남의 얘기만....
정말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내가 은근히 속내를 들추려하면 곧 다른 화제로 달아나는 것이다.
교묘하기 짝이 없었다.
그렇게 1박을 하고 식구들이 오고 우리는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서로에게 무관심한 공간으로 가버렸다.
대화란......
난 순간순간 귀를 막고 싶어 혼났었다. 물론 서로에게 가까워질수있는 기회라 참고 기다렸지만 끝끝내 자신의 얘긴 없었다.
이런 완벽한 여자들을 보면 나는 치가 떨리고 도망가고 싶다.
물론 그 훌륭한 부인과 사는 남편들도 존경스러워진다.
모든 것에 박식하고 모든 일을 하면서도 유행을 좇고 있는 우리시대의 바비인형들에게 말하고 싶다.
솔직하게 떠들거나 입닫아 주시기를....

대화가 그립다. 그저 밤새워 하던 그런 10대들의 대화가 그립다. 이불을 움켜쥐고 반짝거리는 눈으로 서로를 보며 까만밤을 나누던.....친구들......
여자끼린 더이상 경쟁하지 않는 사회가 왔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