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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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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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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에서(9)..


BY 꿈조각 2001-11-06

-수선화꽃-

옛날에
의좋은 쌍둥이 자매가 있었는데 그들은 늘 연못가에서 놀았다. 그러던 어느 날 동생이 호된 열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언니는 동생이 보고 싶어 그 연못으로 갔다. 어느 맑게 개인날 동생의 웃는 얼굴이 연못에 떠오르자 언니는 동생 이름을 부르며 손을 물 속에 넣었다. 그 순간 동생은 사라지고 언니의 눈에는 눈물이 빙 돌았다. 언니는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찾아가 물에 뜬 동생의 손을 잡으려 했다. 그때마다 동생은 사라졌다. 그러다가 언니는 정신이상이 되어 물에 빠져 죽었다. 그해 연못가에 예쁜 수선화가 두 송이 피어나 마을 사람들은 의좋은 쌍둥이 자매를 생각하며 그들의 전설을 얘기하곤 하면서 그 꽃을 보며 미래를 생각하곤 했다.

오늘은
외할머니의 6번째 제사입니다.
외할머니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꽃이 있습니다.
아마 꽃으로 비유한다면 수선화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외할머니는 쌍둥이 자매로 태워나 똑같은 시간에 열병을 앓다가
외할머니만 살아 남으셨다고 합니다.

할머니의 성품은 사람들을 좋아하시고 언제든 사람들과 부대끼며 사셔서 늘 할머니 집은 사람들로 꽉 차 있었습니다.

우리 형제들은 방학이 되면 외할머니 집에서 2주정도 지내다 서울로 올라오곤 했었는데 그곳 할머니의 삶의 모습은 참으로 신기하게 보였어요.

할머니께서 좋아하시는 사탕이 있었는데 그것은 젤리와 눈깔사탕을 좋아하셨어요. 그래서 친정어머니는 우리가 할머니 집에 갈 때면 어김없이 싸 주시곤 했었는데 우리는 한 박스나 되는 사탕과 과자류를 낑낑대며 힘들게 가져가곤 했었어요.

그렇게 도착한 할머니 집은 그 옛날 키다리아저씨집처럼 많은 아이들과 오가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고요.

들일 나가시는 아줌마들이 아일 맡길 때가 없으셔서
할머니 집에 보내시고 맡겨진 아이들로.. 할머니를 따르는 아이들로...행상 다니시는 행상 아줌마들의 쉼터로.. 할머니 친구분들로...사람들이 떠날 날이 없었지요.

서울에서 내려온 우리 형제들은 자연스럽게 꼬마친구들의 언니 오빠와 쉽게 친구가 되었고 여기저기 어울려 놀곤 했었지요. 그중 잊지 못한 기억은 같이 어울려 놀면서 어느 여름방학때 있었던 일은 지금도 잊지 못할 멋진 추억 중 하나로 남아 있곤 합니다.

여름밤 또래 아이들과 소곤 소곤대며 수박밭에
엎드려 수박을 따다 주인아저씨에게 붙잡혀 있었던 일 ..
다른 아이들은 다 도망가고 난 길도 모르는 그곳에 도망도 못 가고 들키고 말았는데 그런데도 아저씬 할머니 봐서 보내주신다고 하시며 수박 두통을 주셔서 밤새 먹었던 일 .. 지금도 잊지 못할 재미있는 여름밤의 추억이었어요.

가져온 사탕과 과자는 우는 아이들의 약이 되었고 아이들의 훌륭한 선물이 되기도 했어요. 할머니는 그렇게 사람들과 더불어 사시면서 삶을 외롭지 않게 보내셨어요.

서울 외삼촌이 몇 번이고 모시고 오시려고 내려 가셨다가 다시 올라오시는 길을 반복 하셨는데 어쩌면 할머니는 자식의 그늘에서 사시는 삶보다 마을사람들과 더불어 사시는 삶 속에서 더 큰 기쁨을 느끼셨던 것 같은 생각이 들곤 합니다.

이른 새벽녘에 새벽기도에서 돌아오시는 길
돌다리에서 떨어지셔서 2주째 의식이 없으시다가 돌아가셨는데 장내식날 우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가슴 뭉클한 그 무엇이 있었어요.

대문밖 거지들이 그렇게 목놓아 울던 모습이..
꼬마아이들의 울던 모습속에서...
할머니 삶은 참으로 아름다운 삶이라고 생각하면서 난 수선화 꽃을 볼 때면 할머니를 떠 올려봅니다.

여름날 숨었다가 한겨울 찬바람을 맞으며 예쁜 꽃을 피우
고 짙은 향기를 뿌리는 수선화..
살아 있을 때의 그리움과 죽은 뒤의 미래를 아름답게 열어
주는 것 같은 그 꽃을 보고 있으면 나도 수선화꽃처럼 살고 싶단 생각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