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뉴스에서 불이 난 16층 아파트에서 늦동이 딸아이를 안고 떨어졌다는 40대 가장의 뉴스를 보고는 눈물을 쏟았어요.
어느 부모인들 그런 상황에서 뛰어내리지 않겠어요?
엄마는 베란다의 화분받이를 잡고 8층 가까이까지 내려가 다행히 목숨을 구했다고 하는데,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게 부모의 마음이야...
하고 아이들에게 한마디 했어요.
그리고 안방에서 공부에 열중하고 계신 시어머님을 다시 보았어요.
평생 그런 사랑을 쏟으시며 살아오셨겠지요?
자식이 아무리 그런 마음을 헤아려 효도를 한다고 치더라도 그것은 만분의 일, 억분의 일에도 어림없는 일임을 잘 알고 있지요.
추운 데 옷 따습게 입어라.
급하더라도 운전 천천히 해라.
밥 먹구 바로 누워 자면 안된다.
술 좀 그만 해라.
고기 좋아하지 마라.
바깥에 나가 남의 여자 넘보다 요상한 병 걸리면 큰일난다.
운동 좀 해라...
도무지 끝이 없을 것만 같은 이 많은 잔소리들이 모두 자식을 위한 마음인 줄 뻔히 알면서도 들을 때마다 참 걱정도 많으시지...하고 속으로 생각했었는데, 진짜 그것이 부모 마음인 것을..
낮엔 모처럼 어머님을 모시고 시내에 나갔다가 함께 중국집엘 갔어요.
거기에 고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학생이 주인인 아빠 일손을 돕기 위해 배달도 하고, 심부름도 하고, 식탁을 헹주로 열심히 닦고 있는 모습을 보았어요.
"나두 저렇게 엄마 일 많이 도왔는데... 옛날 내 모습 보는 것 같다."
"그래. 진짜 엄마 일 많이 도와주었어. 참 착했었지.."
짜장면을 맛있게 먹구 어머님 머리손질을 위해 미장원엘 들렸어요.
커트하시는 잠시 동안 어머님 뒤에 서서 머리가 손질 되는 모습을 바라보았지요.
그새 흰머리가 또 많이 돋아나셨더라구요.
"어머님, 그새 또 염색 하실 때가 되었네요."
"에구구... 귀찮아 죽겠다. 머리 좀 안 희어지면 얼마나 좋을꼬?"
그냥 나이만 먹구 세월만 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주름살도 지지않고, 흰머리도 나지않고, 검버섯도 피지않고...
어쩜 겉으로 그렇게 드러나는 것 말고 마음속에 쌓이는 주름살도 없었으면 좋겠네요.
오후엔 저두 미장원엘 들러 그간 남편의 부탁으로 모처럼 길렀던 머리를 짧게 잘라냈어요.
반곱슬머리에 굵은 머리카락 땜에 도저히 더 이상 기르는 것이 어색하기만 했었거든요.
미장원엘 나서는 발걸음이 가볍구 좋기만 했어요.
몇년쯤 더 젊어진 느낌으로...
자신을 내던져 죽음을 택하는 그런 마음으로 자식을 키우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어요.
마음에만 두지말고 자주 표현하는 사랑도 중요하겠지요?
모두 평안한 밤 되세요.
낼 아침은 다시 바짝 추워진다니 보온에 신경 쓰시고요.
안녕히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