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461

사이버 친구를 만나던 날


BY 두리 2001-10-31

인터넷 음악방에서 만난 친구가 있었습니다

채팅이라는 것을 처음 해보던 날 ,

어리둥절해 하는 날 따뜻하게 손잡아 주던 친구.

만나면 만날수록 정감이 가는 그런 친구였습니다.

함께 음악을 들으며 서로를 알게 되면서 메일도 주고 받았지요.


친구는 자기가 재클린 오나시스를 닮았고, 몸매도 날씬해서 뒤에서

보면 처녀인줄 알고 총각들이 줄줄이 따라 온다며 익살을 떨었습니다.

저 또한 질세라 난 별명이 모나리자여----

몸매도 쭉쭉 빵빵----

하하하하..

그렇게 서로 장난쳐가며 정을 쌓아가다가 드디어 서로가 참을수 없이

그리워져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지요.


친구를 만나는 날..

솔직히 걱정이 태산이었습니다.

모나리자는 커녕 모나리자네 청소부 얼굴도 못되는 주제에 큰소리 뻥뻥

쳐 놓고 뒷감당을 할 수가 없었으니까요.

에라!!

모르겠다. 지는 뭐 진짜 재클린 처럼 생겼을라구?


삼성동 지하철역 3번 출구 에서 갈색 옷과 녹색 옷을 입기로 싸인을 하고

만나러 나갔습니다.

처음이니까 메너있게 보이려고 5분정도 먼저 약속장소에 가서 기다리는데

저쪽에서 팔랑개비처럼 손을 흔들며 걸어오는 여자가 있었습니다.

와~~~

정말 천상의 여자, 그 자체였습니다.

호수처럼 맑은 눈에 깍아 놓은 듯한 코, 앵두같은 입술..

몸매는 정말 쭉쭉 빵빵...


구불구불한 퍼머머리를 나풀거리며 걸어오는 그 여인은 동갑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였습니다.


"어머머!! 재키야~~ 너 정말 이쁘다----"

"무슨소릴.?? 너야말로 모나리자가 다시 살아온 것 같은데.---"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나이도 잊은채 서로 얼싸 안으며 좋아서

어쩔줄 몰랐지요.


첫 만남인데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오랜 지기 처럼 마음편하고

허물없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마침 점심시간이라서 근처에 있는 보쌈집으로 들어 갔습니다.

친구는 스스럼 없이 보쌈과 함께 동동주 반 항아리를 주문하더군요.


보쌈이 나오고, 하얀 밥알이 동동 뜨는 동동주 한사발씩을 가득 펐습니다.

"자!! 우리의 우정을 위하여~~~ 건배!!"

쨘!!!

술잔을 부딪히며 깔깔대고 웃으며 주욱 들이키는 동동주 맛이라니..

캬~~~

막힘없이 줄줄줄 쏟아내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저 또한 아무런

감정도 거르지 않고 솔직한 마음 그대로 다가설 수 있었습니다.


자녀 이야기, 남편이야기, 인터넷 이야기,,

공통된 화제가 너무 많아서 이야기는 해도해도 끝이 날 줄 몰랐습니다.

"우린 왜 이제 만난거야~~ 진작에 만났어야 햇는데..."

친구의 말 한마디가 저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고 말았습니다.


즐거운 만남을 뒤로 하고 돌아오는 길 가슴속에 커다란 보물덩이 하나

묻어 둔 것처럼 흐뭇하고 뿌듯했습니다.

전.. 오늘 너무 아름다운 사람을 만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