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하루가 다릅니다. 가을인가 싶었는데 벌써 옷깃을 여며야합니다.
어제 응답을 하고선 마음이... 그랬어요.
그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몇년 전 일요일이었지요. 꼭 요즘 같은 날씨에 비까지 내리니 좀은 쌀쌀하고 쓸쓸했지요. 아이들을 교회에 태워주고 근처에 있는 학교로 갔지요. 기숙사 앞에 큰 못이 있는데 커피를 마시며 그 때 한창 나오던 '사랑을 위하여'이던가 그 노래를 듣고 있었어요.
비는 오고 쌀쌀하니 아무도 없더군요. 혼자 음악을 들으며 못을 바라보는데 백조가 보이더군요. 암수 한 쌍이 제 앞에서 사람처럼 어깨를 기대고 있는 폼으로 못을 바라보대요. 비를 맞으며. 전 그걸 보며 울었답니다.
사나흘 전에 얼굴 보이고는 어디에서 뭘하는지 모르는 남자 때문에 속상해하고 내아이는 사랑을 알았으면 해서 교회에 보내고 그 엄마는 비오는 날 아무도 없는 기숙사 앞 주차장에서 울고 있고.
사랑은 이런거다 싶대요. 미물이지만 백조는 사랑은 아는구나싶어 부럽고 도대체 난 무엇을 잡고 있나, 왜 나를 이렇게 팽개치는가, 나도 멋진 여자인데...
그 날 돌아와서 준비를 했지요. 그 남자는 언제나 나는 아이들과 집을 지키고 있으리라, 자기는 어떤 일을 하더라도 그 안에서 안식을 찾으리라 생각했겠지만. 나는 단 하루를 살더라도 '사랑'을 원했구요.
보통의 아줌마가 되면 '사랑'에 굳이 의미를 두지 않고 '부부'니까 사는거지 하겠지만.
나는 남편과 시장을 가 본 적이 없고, 같이 영화를 본 적이 없고, 부부 동반 모임에 간 적이 없고, 심지어 아이 유치원 운동회도 외박하고서는 운동장을 바로 찾아 오더군요. 아이가 응급실에 갈 때도 혼자였고, 이사를 해도 혼자였어요. 둘이 되는 의미가 무엇이었던지.
그런 생각을 했죠. 아마 바람피는 남자는 뇌구조에서 무언가 남다른 것이 있을거다. 염색체가 다르든지. 한 사람만을 사랑(?)했었다면 나는 그를 이해할 수 있어요. 매번 나는 다른 여자를 만나게 되었지요. 그건 병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아이들 맡게 될까 걱정하더군요. 두고 온다고는 죽어도 생각한 적 없는데.
나는 어쩌면 결혼에 대해서 너무 회의적이고 남자에 대해서도 그럴 겁니다. 혼자가 되고나서 세상에는 너무나 좋은 남자도 많지만 나쁜 남자도 많음을 알게 되었죠. 여자도 마찬가지잖아요. 평범하게 사는 것을 잃어버린 것이 여자로선 아쉽죠.(누군가를 사랑하게 될지는 함부로 말할 순 없지만 그러기엔 너무 영악해졌다고 표현해얄까)
항상 가지 않은 길에는 미련을 두지요. 사람은.
그러나 일단 결정하고 나면 최선을 다하는 겁니다.
내 경우의 부작용(?)은 많이 거칠어지고, 좋게 말하면 씩씩해졌죠.
도종환 님의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시를 읽어보셨는지.
적어 둔 수첩을 두고 와서 옮기지 못해서 유감인데, 오늘 그 시를 다시 읽다가 답장을 다시 쓸 생각을 했습니다. 답장이라기보다는 넋두리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