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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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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 늙어가는 방법 47


BY 녹차향기 2001-01-25

야!! 드뎌 설날이닷!!
(이건 아이들이 지르는 소리)
앗!! 설날이라구라구라....
(일이 무서운 전국의 며느리들이 지르는 소리)

아줌마.컴의 모든 주부님네들, 어쨌거나 설날을 잘 지내고, 이렇게 무사히 귀환하게 됨을 진심으로 추카드립니다.
빵빠레 시작! (빰...빠...ㅁ ... 빰빰빰...빰빰빠...ㅁ 빰빠...)

얼마나 힘드셨어요?
어깨죽지, 팔, 다리, 종아리(계속 서서 설거지 하느랴), 특히
허리(직립보행이 가져다 준 고통) 욱신욱신하고 뻐근하시죠?
모두모두 손잡고 오세여. 제가 잘 주물러 드릴게여..
저두 즐거운 명절을 위해 열심히 일했더니 역시 온 몸이 뻑적지근하지만, 며칠동안 자알 먹어서 배도 더 불룩해지고, 얼굴도 통통하게 붓고(피곤해서 부은건지, 아님 많이 먹어서 부은건지), 몸은 자꾸 바닥으로 꺼질듯 하지만 모처럼 온가족이 시간내어 오손도손 모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여?

주부들은 '하이에나' 라면서요?
가족들이 먹다남은 찌꺼기만 먹는다는 하이에나,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고 킬리만라로의 표범이고 싶다.
(조용필)
그래요. 마자여.
부엌에서,음식 준비하면서, 그저 아이들이 먹다 남은 음식이나 자기 앞으로 끌여당겨 버리기 아깝다는 이유로 하이에나처럼 살잖아여.
남자들은 소가 된 게으름뱅이처럼 안방에서 배깔고 엎드려 텔레비젼이나 킬킬거리며 보고 혹은 고스톱에 열을 내고, 건설적인 토론을 한답시고 시간을 죽이고 있는 동안 주부들의 몸은 녹초가 되고, 머리에선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지요.

그렇게 지내고 오셨나요?
오! 저런!!!!
게다가 공주병에 걸린 동서까지 한 몫 가세해서
'얘는 엄마만 없으면 얼마나 용케아는지, 칭얼거리고 깬다니깐요. 얼마나 예민한 줄 몰라요. 아이, 속상해..'
하며 슬쩍 방안에 들어가 자는 아기옆에 가서 같이 눕진 않던가요?
시어머님은 딸,사위가 오자 양말 바람에 달려나가
"얘, 며늘아가, 어서 상 좀 봐온나.."
하며 마치 길 잘든 종 부리듯 하진 않으셨나요?

"새언니, 미안해서 어쩜 좋아. 시집식구들 챙기고 억지로 나왔다. 아이구... 허리야, 다리야... 엄마, 이거 되게 맛있다. 더 주라.."
하며 은근슬쩍 약을 올릴 때, 나두 친정있지만 못가구 이렇게 설 명절 다 보낸다. 그래, 넌 친정와서 실컷 쉬고 놀다가서 좋겠다...
속으로 투덜투덜하면서두 시도때도 없이 들이닥쳐 밥 먹구, 술 먹구, 커피먹구, 과일먹구, 또 밥 먹구, 술 먹구, 과일 먹구, 커피먹구 하는 손님들 치르느랴 어려우셨지요?

이젠 슬슬 고무장갑 속안에서 퉁퉁 불어오는 손가락에 쥐가 날 듯 싶고, 주부습진이 도지려는 지 근질근질 하기만 한데 털썩 주저앉아 눈물이라도 지으며 울고만 싶어졌지요?
2001년에도 시골 어느 곳에선 귀신을 쫓는다고 굿을 한다고 하듯이, 2001년에도 역시 이땅 대한민국의 주부들은 아무리 개화되고 천지가 바뀌고 여권이 신장되었가고 하여도 역시 명절에 편할 수 없는 몸임엔 틀림없지요.

하.지.만.
잠시 짬이 난 틈을 타서 시누들과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고, 가족대항 윷놀이도 하고, 시어른들과 고스톱을 치는 동안 슬쩍 아까 투덜거렸던 마음은 사라지지요.
설거지하고 서 있는 뒤쪽에 시아버님께서 슬쩍 다가와
"니가 고생이 많구나.. 고맙다."
한 말씀에 눈물이 핑 돌며
"아녜요. 별 말씀을요."
그 한마디에 눈녹듯 사르르 모든 피로가 녹아나네요.
(희망사항...ㅠ.ㅠ)

어떻게 지내셨어요?
우리 딸들에겐 어떤 명절을 물려줘야 할까요?
앞으로 20년 후에도 여전히 설날 종종걸음으로 바빠서 노동으로 일관되는 명절을 물려줄까요?
아들들을 일단 잘 키워야겠어요.
함께 잘 거들어주고, 설거지도 같이 서서 하고, 상도 척척 차리고, 전도 같이 부치고, 나물무칠 때 옆에서 양념도 꺼내주고, 그렇게 다함께 수고롭지만 잼있는 명절을 만들어가라고 교육을 시켜야해요.

정/말/
고생하셨네요.

따끈한 물로 샤워를 하시고, 특히 발가락 사이사이를 뜨거운 물로 잘 씻어주며 문질러 주세요.
물에 젖은 머리를 잘 닦고 몸에 향기좋은 샤워코롱을 바르세요.
그리고 아주 편안한 자세로 자리에 누워 깊게 심호흡을 하시고,
푸른 산과 공기좋은 숲속을 상상하세요.
그리고 단잠을 청하세요.

평안한 밤 되시길 바라오며
안녕히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