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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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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염려 마! 내가 있잖아.'


BY ns05030414 2001-10-26

결혼한 후에도 계속 직장에 다녀야 하는 사람도 있다.
여러가지 제각각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내겐 남과 조금 다른 이유가 있었다.
남편의 동생들 학비를 대기 위한 것이 그 이유였다.
남편의 부탁을 외면할 수 없었다.
스스로가 어려운 형편에서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도울 수 있다면 돕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직장에 다니는 여자라고 여자에게 주어진 멍에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었다.
연년생으로 아이들이 태어나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직장을 가진 젊은 엄마에겐 마음 아픈 일이 많다.
울며 불며 가지 말라고 매달리는 아이를 떼 놓고 돌아서야 하는 일은 일상사에 불과하다.
입원한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맡겨 놓고 일하러 가야만 할 때도 있다.
무거운 발걸음에 젖어드는 눈 시울을 손 등으로 씻어야 할 때가 어찌 한 두 번이랴.
퇴근해서 꾀죄죄한 아이들을 바라보며, 직접 보살피지 못 하는 설움을 속으로 삭혀야 할 때는 또 몇 번일까?
그나마도 아이들을 돌봐 줄 사람이 있는 것은 행운이다.
아이를 돌 보던 사람이 갑자기 그만 둔다고 할 때는 난처하기 그지 없다.
하루 아침에 직장을 그만 둘 수도 없다.

그 날도 그랬다.
아무말 없이 돌아간 사람이 느닷없이 전화로 통고를 했다.
친정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해서 병 간호를 해야 되니 내일 부터 갈 수 없게 되었노라고......
시할머니가 마침 함께 있었다.
시할머니는 건강하였다.
시골에서는 삯 받고 남의 밭일을 다닐 만큼......
전화를 받고 걱정스런 마음으로 할머니에게 말했다.
"할머니, 어떻게 하지요? 아줌마가 갑자기 내일부터 올 수 없다고 전화가 왔네요."
그 말을 들은 할머니는 불쑥 화를 내며 대답했다.
"나도 내일 시골로 내려 갈란다."
바로 어제 손주며느리가 월급날이라고 용돈 두둑히 드렸을 때, 입이 귀에 걸리도록 좋아하던 사람이 그렇게 말했다.
손주며느리 직장 다니는 이유가 어려운 시집 형편에 도움을 주기 위함임을 아는 사람이 그랬다.
퉁명스런 할머니 말을 들으며 뭔가 뭉클한 것이 가슴에서 차 올랐다.
얼굴이 화끈화끈 달아올랐다.
보나마나 얼굴색이 붉어졌을 것이다.
눈물이 ?K아질 것만 같았다.
그래서 얼른 돌아 앉았다.
등 뒤에선 네 살 짜리, 세 살 짜리 아들과 딸이 블럭 쌓기를 하며 놀고 있었다.
감정을 추스르기 위해 무슨 말인가가 필요했다.
그저 머리에 떠 오르는 대로 말했다.
"**아, 어떡하면 좋지?
아줌마는 내일부터 올 수 없다는데......
할머니도 내일 시골로 내려 간다고 하시네......"
아들의 대답은 시원시원하였다.
내 모든 설움을 일시에 씻어 주었다.
눈물을 웃음으로 바꿔주었다.
"엄마, 염려 하지 마! 내가 있잖아.
내가 지혜 잘 보살필테니 염려 말고 엄마는 출근해."
그래, 멀리도 아니고 바로 등 뒤에 있었다.
자기 힘에 부치는 일인 줄도 모르고 날 염려하고 도와주려는 사람이 바로 내 등 뒤에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