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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길(46) *남편에게 주는 선물*


BY 쟈스민 2001-10-22

주말에 모처럼 쇼핑을 했다.

사는데 바빠서인지 지금껏 자신의 옷 한벌 제대로 사입을
줄도 모르는 남편의 옷장을 정리하다가...
남편의 바지단 아래가 닳아 있는 느낌을 받을 때면 ...

나는 내가 갖고 있는 패션감각을 총동원하여 그를
꾸며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하루중의 많은 시간을 밖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고 늘 바쁘게
여기 저기로 이동하는 시간이 많은 그를 위하여
활동하기 편안하면서도 품위가 있는 옷을 골라 주려 했다.

운동하러 다닐시간 조차 없고, 주말에도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하는
그가 못내 마음에 걸려서 난 평범한 여자들이 그러듯
그 흔한 바가지 한번을 차마 긁지 못하고 그리 산다.

요즘 같은 세상에 옷이 헤어지고 닳아도 자신의 옷 한벌도 스스로
골라 사입지 않는 남편에게
운동도 좀 하고... 살도 빼서 멋스럽게 자신을 가꾸며 살라고
가끔씩 하는 잔소리가 전부다.

지난 토요일에는 그 잔소리마저도 수렴할 시간이 없는
그를 위하여
난 기꺼이 코디네이터가 되어 보려 했다.

분위기 있는 바지 두어점과 그리고 니트웨어 한장을 골랐다.
그리고 늘 야외에서 일할 때가 많아 찬 바람이 걱정되어
점퍼 한점을 더 샀다.

그러다 보니 가격이 만만치가 않았다.

디자인이나, 색깔은 참 마음에 들었지만 가격이 좀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었다.

이렇게 좋은 가을날....
그 계절을 가족과 함께 여행 한번 못떠나고 열심히 사는 그에게
그 정도의 선물은 결코 과분한 것이 아니란 생각이 내심 들어서
그냥 선물을 주기로 했다.

편안한 신발도 한 켤레 마련했다.

자신을 위하여 작은 부분에도 돈을 쓸줄 모르는 그는
어쩌면 우리집의 경제에 도움을 주고 있을지는 몰라도
아내인 나의 눈에는 늘 편치 않음을 남기곤 하였다.

그 날도 밥늦게 귀가한 남편에게
내가 고른 옷들을 입어 보라 하며
거실에서 한바탕 패션쇼가 벌어졌다.

역시 옷이 날개인 가 보다.
사람이 달라져 보였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다는 아니겠지만
남편을 꾸밀 수 있다면
내가 가진 능력껏 해 주고 싶은 마음이었기에
멋스럽게 새옷 한벌을 입고 있는 그에게
그동안 참 고생많이 했다는 무언의 찬사를
그렇게 옷 선물로 보내고 있는 나를 보았다.

남편도 자신의 취향이 있겠지마는 아내가 골라 주는 옷을
무조건 다 마음에 든다하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내 마음도 덩달아 흐믓하였다.

살다가 문득
남편이 애인처럼 느껴진다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늘 피로하고 바쁜 하루를 보내면서도 내색도 잘 하지 않는 그에게
나의 마음을 담은 옷 한벌이 작은힘이라도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옆에서 늘 이렇게 가족이 함께 하고 있느니
그는 오늘도 자신에게
최선을 다해서 살아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남편의 옷차림은 ...
어쩌면 아내의 얼굴인 듯 싶다.

아무리 평범한 옷 차림을 하더라도 그 나름대로의 멋스러움과
깔끔함을 늘 간직하고 산다면 아내의 얼굴이 그 만큼 더 돋보일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든다.

여자라서...
아내라서....
느끼는 행복은 그런 모습으로 내게 오고 있었다.

살면서...
마음을 표현하고 산다는 일처럼 즐거운 일도 없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

늘 애인 같은 남편으로 ....
나는 애인 같은 아내로 ...

그리살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보는 시간이
내게 색다른 행복을 가져다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