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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나 진급해도 돼?


BY ns05030414 2001-10-20

남편은 성미가 급하다.
상황 파악을 다 하기도 전에 화를 낼 때가 많다.
화가 나면 손이 입을 대신 할 때도 있다.
입 대신 말 하는 손을 누가 좋아하리오만 여편은 때로 당할 수 밖에 없다.
어찌하랴, 주먹은 가깝고 법은 먼 것을.
어찌하랴, 여편은 물리적으로 약자인 것을.
어찌하랴, 당한다고 다 되 갚을 수 있는 것도 아닌 것을.
말하지 않는다고 속 조차 없으랴, 여편은 안다.
남편의 됨됨이를......

남편은 요즘 초초하다.
진급철인 것이다.
며칠 째 안절부절하던 남편이 화를 낸다.
진급심사에서 탈락한 것이다.
진급에 관계되었던 사람에게 욕을 하며 섭섭한 마음을 표출한다.
여편은 남편에게 동조할 수 없다.
못 들은 척 침묵한다.
남편의 불평은 계속된다.
여편은 듣기가 싫다.
불쑥 한 마디 한다.
"당신은 아직 진급할 때가 아니네요."
"뭐야? 당신 지금 무슨 말을 하는거야."
남편은 얼굴이 벌개지며 화를 낸다.
"당신같은 사람이 진급하면 아랫사람이 얼마나 힘 들겠어요? 화 잘 내는 그 성미를 고치는 것이 우선이네요."
여편은 곧 죽어도 할 말은 한다.
남편이 화를 냈지만 그 정도로 여편은 꿈쩍도 안 한다.

몇 년이 흘렀다.
남편에게 또 다른 진급철이 왔다.
남편의 관심은 온통 그 곳에 쏠려 있다.
여편의 생각은 달랐다.
남편이 능력이 있다면 진급할 것이고, 능력이 없다면 진급해선 안된다는 생각이었다.
능력없는 사람이 높은 자리에 가는 것은 사회적으로 국가적으로 손해니까.
이렇게 여편은 남편의 진급에 무심했다.
남편이 출근하고 없는 사이 전화가 왔다.
"미세스.리, 축하해"
"뭘요?"
"다 알면서 시침 떼고 그래......"
"아니요, 전 정말 몰라요. 무슨 일 인데요."
여편은 정말 영문을 몰랐다.
"남편이 진급했잖아."
"네? 아, 그래요. 그런데 그 것은 제가 축하 받을 일이 아닌 것 같네요."
"뭐라고? 아니, 미세스는 남편이 가져다 주는 월급으로 살지 않아?"
"그거라면 지금도 쓰고 남는데요. 뭐."
결국 그 전화는 헛 소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지만, 여편의 반응은 사람들 사이의 화제거리가 되었다.

또 다시 몇 년이 흘렀다.
여편과 남편이 많은 시련을 겪은 세월이기도 했다.
시련은 여편에게도, 남편에게도 인내심을 가르쳤다.
그리고 또 다른 진급철이 되었다.
이 번에 남편은 안달하지도, 초초해하지도 않았다.
조용히 웃으며 여편에게 물었다.
"여보, 나 진급해도 돼?"
여편도 웃었다.
"그래요. 이제 된 것 같네요. 그런데 왜 안 시켜 주지요?"
여편은 결혼 후 처음으로 남편의 진급에 관심을 갖고 진심으로 남편이 진급하기를 바랬다.
처음으로 남편이 진급해야 하는 이유가 여편에게 이해되었다.
이제 남편이 주위 사람에게 관심을 갖고 배려하게 되었으므로......
여편은 알았다.
남편이 좋은 상사가 되어 부하 직원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배려할 것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