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남편이 전체 회식이 있다는군요...
전체 회식 자리....걱정이 됩니다...
작년이였습니다.
전체회식이라고 늦을 것 같다고 전화가 왔습니다.
남편을 10년 가까이 지켜 봤지만
술을 마시고 흐트러 지거나 걱정을 끼치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11시쯤 한번 전화를 했더니....
남편의 목소리가 이상하더군요.
한번도 그런 목소리를 들은 적이 없었던 터라
처음엔 장난을 치는 줄 알았습니다.
발음은 제대로 나오지도 않고
무슨말을 하는지 여러번 묻고 또 물었더니
지금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 중이라는 군요.
어디까지 왔다며 곧 도착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전 회식 분위기를 잘 모르겠는데
아무래도 조금 술을 권하는 모양이더군요.
그날 폭탄주를 사장이 한잔...직속 상관이 한잔...
분위기상 거절은 못하고...
꽤 많이 마신 모양입니다...
어떻게 버스를 탔는지 기억을 못한다고 하니까
남들이 말하는 필름이 끊긴 상태의 상황이 이런 것이겠지요...
집에 도착할 시간이 지나도 아주 지난 시간
버스 종점까지 갔는가보다...다시 전화를 했지요...
"여기가 어디지?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거든..."
정말 불안해서 울고 싶어지데요...
버스노선이 이상하여 무조건 내렸다는 것입니다...
"자기야...택시 타고 집으로 데려다 달라고 해...
모르는 데서 그렇게 서 있지 말고..."
술은 취해서 몸도 못 가누고 그러다 나쁜 사람이라도 만나면 어쩌나..
택시를 탔는가 확인하려고 다시 전화를 하니
아직도 그 자리라는 겁니다...택시비가 없다나요...
돈가지구 집 앞으로 나갈테니
무조건 타고 오라고 했지요...
그날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남편이 '모르는 곳'이란 곳은
저희집과는 가깝지도 않은 성남시였구요...
오늘 또 제 애간장을 녹일 것 같습니다.
남편이 어제부터 약간 열도 있던데...
회식 빠지려면 사유서를 작성해야 한다는군요..
좀전에 전화하니 폭탄주 세 잔째 마셨다는군요...
제발 윗 어른님들...
보약도 아닌 술....
권하지 좀 말아주세요...
그러다 건강이라고 해치면 책임지시려는지...
집에서 걱정하는 가족들의 맘 좀 헤아려 주시기를
간절히 간절히 바라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