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중학생이 된 딸 아이가 초등학교 다닐 때.
가훈을 적어 오라는 숙제가 있었다.
특별히 가훈을 만들어 놓은 적도 없고 해서...
딸아이와 마주 앉아 의견을 나누다가 내가 '자연을 사랑하자'로
결정을 내렸다.
딸아이가 좀 이상하다고 하길래
"얘, 사람은 자연에서 태어난 자연에서 자라고 자연으로
돌아가는거야. 아무리 시절이 바뀌어도 사람은 자연을
벗어나선 살 수가 없어."그랬더니
딸아이는 즉석에서 우겨서 만든 가훈을 공책에 적어갔다.
보통 가훈하면 성실.인내...화목...이런거지만
나 아직도 우리집의 가훈(순전히 내 주장)이 맘에 들고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물론 자연을 진짜로 사랑하면서 말이다.
난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모임을 갖는다거나 자연에 관해
일하는 건 없다.
자연에 대한 텔레비전 프로나 글을 관심 있게 보고 있고,
들꽃을 좋아해서 들꽃책을 사서 읽고 여행을 떠나면
들꽃을 찾아 보는 것뿐이다.
그런데 어제 '환경 스페셜'을 보면서 혼자 흥분하고
안타까워하면서 중얼거렸더니 딸아이가 옆에서
"엄마 흥분하지 마세요. 엄마가 그런다고 달라지나요."한다.
그러게 내가 이런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사구에 대한 환경 보고서였다.
바닷가의 모래언덕을 사구라도 한다.
서해안 태안반도가 개발로 인해 바다와 육지가 황폐해 지고 있는
이야기였다.
10년전의 태안반도와 지금의 태안반도를 비교해 보여 주는데
현저한 차이 때문에 내가 흥분한 것이다.
10년전의 태안반도는 고운모래와 모래를 터전으로 사는 생물이
살아 숨쉬고 있었다.
바닷가 모래사장을 지나면 육지사이에 모래 언덕이 생기는데
그 사구엔 식물과 곤충이 살고 있었고,
이름모를 풀과 해당화꽃이 바람에 살랑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서해안은 관광개발은 한다고 사구를 없애고
그 위로 해안도로를 바닷가를 따라 길게 놓는 대공사를
하고 있는데,사구를 없애고 해안도로가 만들어 진 곳은
바닷가의 모래들은 없어지고 딱딱한 뻘흙덩이와 자갈 투성이로
남아 버렸다.
그리고 사구를 지나서 있는 바닷가 마을은 지하수가 짠물이 되어
식수를 몇킬로 떨어진 먼 곳에서 끌어다 먹고 있었고,논엔 바닷물이
베어와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죽은 땅이 되어 버렸다.
다시 말하자면 사구는 바다와 육지를 보호하는 보호막인 것이다.
그래서 외국에선 사구를 목숨처럼 보호를 한다고 한다.
바다따라 길처럼이어진 모래언덕에 울타리를 쳐서 사람도 드나 들
수 없게 만들었다.
특히 네델란드는 육지가 바다보다 낮아서 사구는 네델란드
사람들에겐 생명 그 자체였다.사구를 이용해 식수를 만들고
농사를 짓고 생물을 기르고 있었다.
사구가 살아야 바다가 살고 모래가 살고 그 바닷가에 살고 있는
생물인 조개와 게들이 살아 갈 수 있다.그러면 그것을 터전으로
사는 바다새가 날아 드는 것이다.
사구를 없애고 그 길따라 해안도로가 생기면 지하수가 오염되고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이다.
너무 잘 아는 사실이지만,사람은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문명이 발달하고 과학이 발전하고 생활이 편리해져도 자연을
파괴해서는 사람은 살아갈 수 없다는 걸,우리는 절대적으로
느껴야되고 알아야되고 지켜야한다.
사구는 바다를 바다답게 하고, 육지를 육지답게 한다.
자연은 사람을 사람답게 살게 하고,
생명을 생명답게 보호하는 것이다.
자연은 고정된 활자로 찍힌 책보다도 무한히 열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