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저께 가족들이 둘러앉아서 키위를 먹게 되었습니다.
남편은 칼로 키위를 깍고
저는 배를 깔고 엎드려 그 키위를 집어 먹으면서
그렇게 망중한을 즐기고 있는데..
우리 둘째 뚱멀이 하는 말
"엄마 왜 키위를 참 다래라고 해요?"
그 말에 내 마음은 또다시 강원도 내 고향으로 달음질을 치고 있었습니다.
다래,머루,오미자,깨금..
온 산천에 지천으로 널려있던 가을 먹을거리들...
가을이면 우린 다래를 따러 온 산을 뒤지곤 했었습니다
덜익은 다래가 어른 엄지 손가락 만해지면 그때를 기다려 수확의 기쁨을 맛보곤 했었지요..
덜익은 다래를 따다가 뭘 하느냐구요?
다 익은 다래가 더 맛이 있기는 하지만 그 시간까지 기다리다간 다래맛 한번 보지 못하고 가을이 가기 일수였으니까요.
덜익은 다래를 듬뿍 따다가 바가지에 담아서 쌀독에 넣어둡니다
그럼 며칠이 안지나 어머니가 밥 하시려고 쌀독을 여시게 되면 달큰하게 익어가는 다래 냄새가 온 집안으로 풍겨나오게 되지요.
그때를 안 놓치고 조르륵 엄마에게 달려가면 그 바가지를 꺼내서 말랑하게 익은 다래를 몇개 손에 쥐어 주시곤 하셨었습니다.
그때의 그 맛이란....
지금 우리가 먹는 키위가 그 맛을 당할수가 있을까요?
서양 다래라고 해서 양다래라고도 하고 참 다래라고도 하지만 정말 강원도 그 산골 무공해로 자란 자연적인 그 맛을 어찌 당할수가 있을까요?
가끔 백화점에 가서 산처럼 쌓여있는 키위를 보면서 그 냄새에 취해 있다가 보면 세월이 거슬러 올라가 엄마가 밥 하시려고 열던 그 쌀독속 다래 냄새가 뇌리에 떠오르게 되거든요..
우리 아이들에겐 전혀 느끼게 해줄수 없었던 그 자연의 냄새
온 몸 가득 퍼지는 자연에 대한 감사함..
컴이 제일 친한 친구이고 컴이 가장 큰 놀이터인 우리 아이들
머루넝쿨 타고놀고 다래 넝쿨 타고 놀던 그 기쁨을 알려줄 방법이 없어요.
온 몸가득 자연의 냄새를 안고 들어오면서
그 고사리 손 가득 머루랑 다래를 따가지고와서 엄마에게 칭찬을 받으려고 눈을 반짝이던 그 시절....
오랫만에 키위를 먹으며 느낀 내 옛 시절의 그리운 냄새를
우리 아이들은 내 나이많큼 살고나서 그리운 냄새로 기억할
그런 냄새를 남겨줄수 있을지....
아이를 키우다보니
뭔가 한가지를 하더라도 먹더라도
애들을 생각하면서 살게 되는 그런 날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