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
장석주
잠시 들렀다 가는 길입니다.
외롭고 지친 발걸음 멈추고 바라보는
빈 벌판
빨리 지는 겨울 저녁 해거름
속에
말없이 서 있는
흠 없는 혼
하나
당분간 폐업합니다, 이 들끓는 영혼을.
잎사귀를 떼어 버릴 때
마음도 떼어 버리고
문패도 내렸습니다.
그림자
하나
길게 끄을고
깡마른 체구로 서 있습니다.
======================================================
누구나 우울한 날은 있는 법이고
때로는 삶을 폐업하고 싶은 날들이 있는 법이지....
삶의 무게가 너무 무겁다고 느껴질 때......
내가 입은 옷들이 내게 어울리지 않다고 느껴질 때.......
밤 늦은 귀가를 서두르며 달을 벗삼아 인적없는 거리를 걸어올 때......
때로는 북적거리는 명절이 지나오거나 혹은 다가올 때....
밤새 아이가 고열로 잠을 이루지 못할고 홀로 발을 동동 굴러야할 때..........
혹은 가까운 누군가와 겪지 않아도 될 갈등을 겪어내고 참아내야 할 때......
투정하나 편히 받아줄 사람이 이 세상에 한 명도...단 한 명도 없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 때.......
늘 옆에 사람들이 많아도 정작 마음을 열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걸
문득 깨달을 때...........
그래...그렇게 슬픈 것들...혹은 우울한 것들만 생각하면.......
어쩌면 우울이라는 건.......끝이 없는 일일테지.
하지만 또한 여기서 도덕 교과서처럼 생각을 바꾸면 삶이 바뀌고
습관이 인생을 만든다고.......말하고 싶지는 않아.
맞는 말이지.....
생각을 바꾸면 삶이 바뀌고...습관이 인생을 만든다는 말........
하지만........30이 훨씬 넘어간 사람들...40, 50대의 사람중에...
그 말을 생각치 못할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때론 정말 삶의 폐업을 선언하고 싶을 때가 있어.
그래...누구나 그럴테지...하지만 참아내고...견뎌내고.....이겨내고......
때로는 그 삶의 장면을 멋지게 반전시켜 내는 것이겠지...
아플 때 나 아프다고 더 심하게 엄살을 피거나 표를 내는 사람이 있고
때로는 참을 수 있는 한...참고 표내지 않는 사람도 있지.
얼마전.....티비에서 성공시대 비슷한 프로를 보았어.
역전의 인물들의 이야기를 모아서 짧게 보여주었는데...
그거보면서.......
아...내가 살아왔던 날은 조금도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고생했다고 할 수 없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
내가 힘들다고 투정을 부린다면.......그건 배부른 이야기라는 생각을 했어.
폐렴으로 입원해봐야 병원비가 얼마나 한다고...........
(그사람에게는 그런데 그나마의 병원비도 없었던거야.........)
폐렴으로 입원한 아이의 병원비가 없어서
병원에 아이를 떼어놓고 남의 손에 1년이상을 자라게 한 사람...
다시 찾아갈테니 제발 입양은 시키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며.........
살 곳이 없어 전가족이 일년 이상을 봉고차 안에서 생활했던 사람...
혹은 부모도 없는 어린 소년이......거할 곳이 없어..공장 창고에서
지내다 그나마도 어려워지자 다리 밑에서 생활하다 깡패들에게
툭하면 얻어맞던 이야기들........먹을게 없어 남이 먹다 남긴 라면
찌꺼기라도 횡재한 듯 먹던 시절의 이야기들..........
더불어 그들의 그 어려운 시절에 그들의 가슴 속에 물밀려 왔을
슬픔과 절망을 생각하면.......아아...내가 누리는 슬픔이란 것들이 갑자기
얼마나 배부른 이야기며 얼마나 초라한 이야기인가.......하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
배고픈 사람은 먹고 살기 바빠서 정신적 번뇌를 할 시간도 없을
것 같지만.....그래도 그 순간에도 동시에 영혼의 배고픔과 아픔까지
견녀내야 하는 것이 인간이라는 평범한 진실....을 생각하니 좀 더
감사하고 견뎌낼 줄 아는 마음의 덕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
물론 모든 사람이 성공시대같은 프로에 나갈만큼........
슬픔과 가난의 늪을 뚫고 나와 이른바 눈에 띄는 성공의 모습을
만들어 낼 수는 없어.....
하지만.......성공이란걸 말야........
한가지 측면에서 평가해서는 안되지......
물질적으로 성공이란 걸 만들어 내지 못했다 할지라도
다른 정신적 영역이라던지, 사회적 영역,,,,,신체적 영역 등등.......
다양한 각도에서 나름대로의 성공을 평가할 수 있는 게 삶 아니겠어?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아는 마음 하나만 제대로 키워내고 있어도
그 사람은 그 부분에서 성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스스로조차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자신조차 제대로 사랑 못하니....어떻게 남을 제대로 사랑할 수 있을까........
늘상 깨어있다시피하는 새벽이지만.....오늘은 왠지.......마음이 쓸쓸하다..
하지만......곧 날이 밝아 올거야.......더불어 마음의 창도 밝아지겠지....
햇살은 언제나 내 창을 먼저 두드리니까........
폐업할 수 없는 여자 노피솔
http://cafe.daum.net/nopisoll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