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 영화 감상평은 온전히 저 개인의 생각이기에 영화를 보시기 전에 영화에 대한 선입견을 갖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나는 영화를 보기 전에 줄거리를 먼저 읽지 않는다. 먼저 본 다른 사람의 비평은 더더군다나 보지 않는다. 나만의 영화로 고스란히 느끼기 위하여...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서도 줄거리는 생략하려 한다. 다음 사람을 위해... '봄날은 간다'는 한번 봐서는 그 영화의 깊은 매력에 빠져 들지 못할 것 같다. 너무 무심심한 영화... 주연 배우들의 생김새와 성격만큼이나 색채없는 영화이다. 강렬한 메시지도 느낌이 오는 영화 음악도 연기자들의 뜨거운 연기도 뭔가 인상에 강하게 남는 게 없는 그런 무심심한 영화였다. 적어도 내겐... 영화를 비교적 많이 보는 나는 잘만든 영화, 못만든 영화, 이런 식으로 구분짓지 않는다. 만든 사람이 전달하려는 의도가 무엇일까를 가끔은 생각해 보기도 하지만, 그 순간의 내 감정에 충실하며 영화에 깊숙이 빠져 들어가 있기 때문에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해할 뿐이지, 건방지게 영화를 비평할 수준까지는 못되기 때문일게다. 영화를 보고 나면 막연히 떠오르는 색감이 있는데, '봄날은 간다'에선 눈부신 햇빛이 기억에 남는다. 비오는 장면도 많았건만... 그만큼 이 영화는 암울한 영화는 아니었던 게 분명하다. 대신 이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색이 아니라 소리였다. 소리를 보여 줬다... 대숲에 이는 바람... 그 바람으로 인해 생기는 아름다운 소리... 유명한 작곡가의 음악보다도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자연의 소리... 그 소리를 통해 영화를 만든 이는 무엇을 전달하려 했을까... 아마도... 저 소리를 만들어 내는 바람처럼... 그렇게 불며 지나가는 바람처럼... 사랑도 흘러가는 것이라는 것을 표현하려 했던게 아닐까 싶다. 아울러 우리네 인생도... 치매에 걸린 상우의 할머니를 통해 인생 무상의 덧없음을 표현하기 보다는 그렇게 흘러가 버리는 우리네 삶을 여유있는 시각으로 바라보려 했던 것 같다. 이 영화의 사랑은 바람처럼 흘러가 버린 사랑이다. 영원히 남아 있을 것만 같았던 불같은 사랑은 어느새 지나가 버린 것이다. 나는, 여자가 하는 사랑과 남자의 그것에서 오는 미묘한 차이로 인해 그들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보지 않는다. 사랑에 한번 실패해 본 여자인 은수와 순수한 사랑을 처음 해 보는 남자, 상우였기에 그들의 사랑의 코드는 처음부터 딱 맞는 것이 아니었다. 여자들의 이기적인 사랑을 은수는 잘 대변해 주고 있다. 헤어짐 앞에서도 여자는 남자보다 강하다. 상우가 방황할 때, 은수는 조금의 연민도 보이지 않다가 그가 필요할 때 다시 찾는 편리함에 젖어 있다. 두번째 그를 다시 찾았을 때, 그는 다시 돌아서지 않았다. 그 순간의 은수의 표정... 이 영화에서의 이영애의 연기의 절정이라 말하고 싶다. 마지막 장면... 갈대밭에서 서서 웃고 있는 상우... 그는 무엇을 깨닫고 웃는 것일까... 그제서야 그는 은수와 같은 단계에 올라섰음을 난 볼 수 있었다. 사랑의 아픔을 겪어 본 자만이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는 것일까... 결코 감미롭지만은 않은 사랑은... 상처 투성이... 모순 덩어리... 헤어지자고 먼저 말했으면서도 전화를 기다리는, 그런 모순 조각들의 집합체인 것이다. 꼭 다시 보고 싶은 영화이다. 두번째 볼 때의 새로운 감흥을 기대하고픈 영화이기에... 조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