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이 짧아졌어.
얼마전만 해도
퇴근길 버스 정류장에 서 있으면
저 멀리 아파트 등뒤로 해가 걸려 있었는데..
오늘 아파트 등뒤엔 어둠만이 걸려 있었어.
항상 버스를 기다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다 한쪽 방향만 보고 있어.
버스가 오는 쪽을 멍청하게 바라다 보고들 있지.
무슨 생각을 많이 하겠지만...
그 생각들이 다 다를거야.
버스 정류장엔 그리 크지 않는 은행나무가 가로수로 서 있어.
가끔은 그 은행나무 다리에 기대어 버스를 기다리지.
아직 은행잎이 물들지 않았어.
노랗게 물이 들면 그때가 10월이 온 걸거야.
9월이 며칠 남았지?
버스를 타면 항상 창가 자리를 택해서 앉아.
그래야 창밖 풍경이 내 것이 되거든...
저녁빛이 거리마다 젖어드는 모습도 내 것이고,
수수잎과 콩잎이 누렇게 말라가는 모습도 내 몫이고,
노을을 가르며 지나가는 기차도 내 차지가 되는,
창이 있는 풍경...
산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삶의 의미가 있는거야.
스치는 풍경 한 폭도 의미가 있고,
지나가는 계절 한자락도 의미가 되고,
눈 인사를 주고 받는 한 순간도 의미가 있고,
같이 웃어주고 이야기 해 주는 사람들도 삶의 의미가 되어주는
의미가 있는 삶....
9월이 얼마남지 않았구나.
또 한 달을 살았지...
아팠던 일들
슬픔으로 울었던 일들
기쁨으로 두 가슴을 채웠던 날들
행복이 이런거구나 알았던 어느날들...
다 9월이였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2001년 9월이였음을...